어디든 달려가는 '응급처치 전도사'

입력 2008.07.12 02:44 | 수정 2008.07.12 06:52

인천시 전국 첫 '이동 응급의료 체험관' 운영
"구급대 오기전 10분이 가장 중요… 교육 절실"

"누구든 갑자기 심장마비를 일으키거나 음식을 먹다가 목에 걸려 숨을 못 쉬는 일을 당할 수 있죠. 이럴 때 119에 신고를 한 뒤 대원들이 도착하기까지 10여 분 동안 주위 사람이 어떻게 응급 처치를 해주느냐에 따라 그 사람의 운명이 결정돼요. 바로 이럴 때 필요한 간단한 응급처치법을 알려주는 게 우리 기관의 일입니다."

인천 남동구 구월동 가천의대 길병원 양혁준 응급실장의 말이다. 이 병원에 있는 '이동응급의료체험관' 에 대한 설명이다. 이 체험관은 인천시가 시민들에게 응급처치법을 가르쳐 주기 위해 지난해 8월 전국 처음으로 개설했다. 길병원 응급의료정보센터가 인천시의 위탁으로 운영비를 받아 운영하고 있다.

양혁준 실장은 "그동안 환자가 응급실에 실려오기 전까지 몇 분 동안 응급처치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살 사람이 죽거나 식물인간이 되는 걸 많이 봤다"고 했다. 여기서 응급처치 교육의 필요성을 절감해 인천시에 응급처치법 교육·홍보 시설의 운영을 건의했고, 그것이 받아들여져 체험관이 생겼다고 한다.

이동체험관은 필요한 곳이면 어디든 달려간다. 학교나 공공기관, 군부대, 요양시설, 청소년시설, 아파트 단지 등 신청이 들어오는 곳이면 장소를 가리지 않고 365일 찾아간다. 응급의료정보센터 조경진 실장은 "축구·야구 경기장이나 해수욕장 같이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에는 신청이 없어도 찾아가 홍보와 교육을 한다"고 말했다.
인천시 남동구 구월동 가천의대에 있는 이동응급의료체험 차량에서 직원들이 심폐소생술 실습 마네킹을 점검하고 있다. /김용국 기자 young@chosun.com
지금까지 5000명 정도가 교육을 받았다고 한다. 오는 8월20일까지는 인천앞바다에 있는 용유도 을왕리 해수욕장에 나갈 계획이다. 교육은 무료다.

교육과 홍보는 1급 응급구조사 자격증이 있는 6명의 전문강사와 이들에게서 교육을 받은 60여 명의 전문 자원봉사자가 맡는다. 교육이 있을 때면 전문강사 2~3명과 자원봉사자 5~6명이 짝을 이뤄 각종 심폐소생술 실습을 위한 마네킹·매트리스 60여 개 세트, 60인치 대형 스크린 등을 실은 2.5t 차량을 타고 교육 장소로 나간다.

"전문적으로 두루 교육을 하려면 3시간 정도 걸리지만 일반인들에게는 인공호흡법 등 아주 핵심적이고 간단한 내용으로 20~30분 정도 실시합니다. 마네킹을 이용해 실제와 똑같은 실습도 합니다." 조경진 실장의 말이다.

조 실장은 "특히 주부들이 열심히 배우는 게 인상적"이라고 했다. "아이들이 뭘 먹다가 목에 걸리는 일이 많아 그런가 봅니다. 배우고 싶어도 기회가 없었는데 찾아와 줘서 고맙다는 분들도 많습니다."

전문강사 이동희(29)씨는 "교통사고 같은 건 언제든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니 배워두면 보험에 드는 셈이고, 당장 가족에게 좋다"고 말했다.

이인학 전문강사는 "교육을 하다 보면 기억에 남는 일도 많다"고 했다. "초등학생들은 대개 교육 분위기가 산만한데 지난 4월에 나간 한 학교에서는 여학생 한 명이 아주 열심히 배우더군요. 교육이 끝나고 물어봤더니 '엄마·아빠가 다 장애인인데 언제 필요할지 몰라 배우고 싶었다'고 하더군요. 찡했어요."

이동체험관 운영의 성과는 이제 보건복지가족부도 인정해 올해 서울과 전북 등 6개 시·도에 체험관을 만들고 국비 50%를 지원키로 했다. 교육 신청은 체험관 홈페이지를 통해 누구나 할 수 있다. 단체가 아닌 개인은 어느 정도 숫자가 되면 날짜를 정해 센터 실습실에서 교육한다. ☎(032)426-0129 

인천시 남동구 구월동 가천의대에 있는 이동응급체험 차량에서 직원들이 심폐소생술 실습 마네킹을 점검하고 있다. 길병원 양혁준 응급실장이 응급의료 중요성에 대해 말하고 있다. /김용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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