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새벽 북한군에 의해 피격 당해 사망한 금강산 관광객 박왕자(여·53·서울 노원구)씨는 등 뒤에서 날아온 총탄에 맞아 숨진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박씨는 산책 도중 북한군 초병의 경고와 공포탄에 당황한 나머지 달아나던 중 민간인 통제구역을 넘어서 사고를 당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박씨의 시신이 안치된 강원 속초병원은 이날 “1차 검안결과 사인은 흉부 총상에 의한 호흡부전”이라며 “박씨는 등 뒤에서 날아온 총탄에 맞아 숨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발견된 총상 부위는 우측 등 쪽에서 가슴 부위 관통상과 좌측 엉덩이 부분 관통상 등 2곳이다. 병원측은 “등 뒤쪽에서 날아든 탄환에 의한 흉부 총상으로 인해 폐 속에 혈흔이 고여 호흡곤란 및 과다출혈로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박씨는 이날 오전 4시 30분쯤 북한의 북강원도 온정리 금강산 특구 내 해수욕장 인근에서 북한군 초병의 총격을 받아 사망한 뒤 남북 출입국사무소를 통해 속초로 옮겨져 속초 병원 영안실에 안치됐다.


통일부현대아산측에 따르면 박씨는 오전 4시30분쯤 숙소인 비치호텔에서 나간 뒤 해수욕장 주변을 산책 중 장전항 북측 구역 내 기생바위와 해수욕장 중간지점에서 북측 초병의 총격을 받아 사망했다.

박씨는 이날 새벽 해수욕장에서 고성읍쪽으로 해변을 따라 1km정도 걸어가다 민간인통제구역 울타리를 넘어가 총격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씨는 산책을 하며 지나간 첫번째 북한군 초소에서는 별다른 일을 당하지 않았지만 두번째 초소에서는 정지명령과 경고사격을 받은 뒤 피격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아산 관계자는 “박씨는 새벽 해변가 산책을 나간 것 같다”면서 “박씨가 해수욕장을 따라 산책하던 중 민간인 통제구역을 넘어서자 초소의 북한군 초병이 박씨에게 ‘당장 멈춰 서라’는 명령을 내렸고, 이어 공포탄을 발사했던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초병은 박씨가 계속 달아나자 사격을 가했던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고 말했다.

북측은 그러나 “박씨가 수차례 정지명령과 경고사격에도 불구하고 (통제구역을) 계속 넘어와 사격을 했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홍양호 통일부 차관을 단장으로 하는 관계부처 합동 대책반을 구성, 진상조사 및 향후대책을 마련키로 하는 한편 오는 12일부터 진상조사가 완료될 때까지 금강산 관광을 잠정 중단할 방침이다.

김호년 통일부 대변인은 이날 긴급 브리핑에서 “이번 사건에 대한 조사가 완료될 때까지 금강산 관광을 잠정 중단할 것”이라며 “진상조사 결과에 따라 합당한 상응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 관광객이 사망한 사고에 대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면서 “이번 사고에 대한 철저한 진상규명을 한다는 인식을 갖고 진상규명과 관련한 조치를 취할 것이며 북측도 이런 진상규명 활동에 적극 협조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통일부는 현재 금강산에 남아있는 관광객은 예정된 일정을 마친 뒤 귀환토록 할 계획이며 개성 관광은 계속 진행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