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3대 신문(조선·중앙·동아일보)의 광고주에 대한 압박운동을 주도한 20명을 출국 금지하는 등 수사에 나서자 당사자와 네티즌들이 반발한다고 한다. 포털 게시판에 광고기업의 이름과 담당자의 전화번호를 올렸을 뿐 협박을 한 것도 아닌데 무슨 죄가 되느냐는 주장이다. 광고주에게 협박을 하였을 경우 죄가 된다는 사실은 인정하는 듯한데, 단순히 전화번호와 같은 광고주의 정보를 게시한 행위는 죄가 안 된다고 보는 모양이다. 그러나 죄가 된다. '위력(威力)에 의한 업무방해죄'가 성립할 수 있다. 위력은 다른 사람을 압박하여 자신의 의사와 다른 행위를 하도록 강제하는 행위를 말한다. 따라서 게시판에 정보를 올린 행위로 인하여 광고주들이 부득이 광고를 포기하였다면 업무방해죄가 성립한다는 결론이 된다.
몇 년 전 어느 골프장에서 실제 있었던 일이라고 한다. 한 사람이 친구들과 골프를 하다가 앞 팀에서 운동하던 사람들의 머리 위로 공을 날렸다. 공이 너무 잘 맞아 평소보다 훨씬 멀리 나간 탓에 큰 실수를 한 것이다. 공을 친 사람은 그늘집에서 앞 팀 사람들에게 백배사죄했다. 그들 중 한 사람은 불같이 화를 내고, 다른 사람은 이를 제지하는 척하면서 명함을 달라 해 받아갔다. 그 다음 날 제지하던 사람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사장님의 따님이 ○○여대에 다니던데, 예쁘더군요"라고 한 마디 하고 전화를 끊었다. 즉시 현찰 수천만 원을 들고 가서 손이 발이 되도록 빌고 '용서'를 받았다. 물론 피해신고를 할 엄두도 내지 못했다.
여기에서 위협하는 말을 입에 담지는 않았지만 전화를 건 의도가 협박이라는 사실은 누구나 안다. 게시판에 광고주의 정보를 올린 행위 역시 항의전화를 하라는 의도인 줄 다 안다.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그 의도에 따라 게시판에 있는 번호로 기업에 전화를 했다. 그 전화를 통하여 욕설이나 협박을 했든 안 했든 정보를 올려서 전화 걸기를 유도한 사람의 행위는 업무방해죄에 해당한다. 왜냐하면 광고주가 어쩔 수 없이 광고를 포기했기 때문이다. 광고주로서는 적지 않은 돈을 들여 광고를 했는데 항의전화를 수백~수천 통 받았다면 3대 신문에 광고를 실을 의욕이 생길 리 없다. 실제로 상당수의 광고주들이 광고를 포기했다. 특히 광고에 많이 의존하는 여행업계의 경우 광고를 중단함으로써 영업을 포기한 사례도 있다고 한다.
광고주를 압박을 하는 사람들은 소비자운동이므로 정당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는 신문에 불만을 갖고 제삼자인 광고주들을 압박하는 특이한 구조이므로 통상적인 소비자운동과는 다르다. 대법원은 이러한 경우 위법하다고 본다. 마이클 잭슨의 공연에 반대하는 시민단체가 입장권 판매를 대행하는 은행에 대하여 불매운동을 벌이겠다고 압박한 일이 있었는데, 대법원은 2001년 그 압박행위는 위법하다고 판결했다. 공연기획사가 아닌 은행에 대한 압박이어서 광고주에 대한 압박과 동일한 구조다.
광고주 압박운동이 위법하다고 하자 그들은 광고주 '칭찬'운동으로 슬쩍 비틀었다. 그러나 앞의 사례에서 상대방이 "따님이 예쁘다"고 칭찬했을 뿐이지만 협박이 성립되었다. 위력인지 아닌지 여부를 결정할 때에는 진정한 의도와 상황이 종합적으로 고려된다.
기업이 어느 매체에 광고를 할 것인지 결정하는 것은 헌법상 보장된 영업의 자유이다. 광고주 압박이 표현의 자유에 해당하더라도 다른 사람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 한도 내에서만 정당하다는 점은 법치국가의 기본 원칙이다. 광고주 압박운동은 그 한도를 넘어 기업의 자유를 침해하였다. 자유로운 기업활동이 보장되지 아니하였다면 대한민국이 1950년대 세계 최빈국에서 현재 13위권의 부국이 되는 일은 불가능했다. 기업의 자유가 유린되는 사회라면 번영은커녕 먹고살기도 어렵게 된다. 광고주 압박은 업무방해라는 범죄일 뿐만 아니라 기업을 죽이고, 결국은 자신의 무덤을 파는 행위다. 검찰은 지금 그 범죄를 수사하는 중일 뿐이다.
입력 2008.07.10. 2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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