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美) 언론이 주목한 재미교포 2세 작가 에드 박

    입력 : 2008.07.07 02:45

    다른 코메리칸 작가와 달리 '한국' 일절 없어
    NYT "불확실성의 시대를 보여주는 지침서"

    정리해고에 휩쓸린 미국 뉴욕의 직장풍경을 묘사한 소설을 발표한 재미 작가 에드 박씨. /사진제공 Adrian Kinloch
    "한국인 2세로서의 정체성 문제보다 뉴욕 직장인들의 오피스 라이프에 대해 쓰고 싶었습니다."

    재미교포 2세 작가 에드 박(Ed Park·38·한국명 박준서)은 별나다. 다른 코메리칸 작가들과 달리 그의 작품 속에는 '한국'도 '한국적인 것'도 일절 없다. 그는 철저히 미국인의 고뇌와 뉴요커의 생활 자체를 파고든다. 그렇게 해서 큰 성공을 거두고 있다. 뉴욕 맨해튼을 무대로 정리해고 위협에 시달리는 직장인들을 다룬 첫 장편소설 《사적인 날들》(원제 Personal Days)은 미국 문단과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독점했다. 지난 5월에 나온 이 소설은 미국 화이트칼라들의 미래에 대한 불안, 생존경쟁과 동료애 같은 미묘한 인간관계를 코믹하고도 풍자적인 문체로 묘사했다. 뉴스위크와 타임 등이 이 소설을 비중 있게 소개했으며, 뉴욕타임스는 "미국 경제가 침체로 빠져드는 현 시점에서 그의 소설은 실업은 물론 불확실성의 시대를 보여주는 지침서로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에드 박의 소설은 지금까지 한인 2~3세 작가들이 고민했던 자기 정체성의 문제에 빠지지 않고, 미국 직장인들의 보편적 문제를 다뤘다는 점에서 재미교포 문학의 새 현상으로 받아들여진다. 이 소설의 각 장(章) 제목은 사무직 노동자들이 쓰는 워드프로세서 프로그램의 명령어를 변용한 'Can't Undo'(취소 불능), 'Replace All'(전부 교체), 'Revert to Saved'(저장된 곳으로) 등이고 표지 이미지 디자인도 PC의 자판을 활용했다. 해고 '쓰나미' 속에서 살아남기 위한 음모, 인수합병 이후의 고용승계 문제로 인한 노사갈등, 해고 관련 신조어의 유행, '파리목숨'을 슬퍼하는 직장인들의 술자리 담화 등 소설에서 그려지는 풍경이 미국 독자들의 공감을 자아냈다.
    에드 박 자신도 《제스처 라이프》를 쓴 이창래와 《백만장자를 위한 공짜 음식》을 쓴 이민진, 《요주의 인물》을 쓴 수잔 최 등 '이방인의 시각'으로 미국 사회를 본 소설을 발표해 온 기존 코메리칸 소설가들의 문학세계와 분명하게 선을 그었다. 그는 조선일보와 가진 인터뷰에서 "현재 미국에서 가장 유명한 한인 작가 세 사람(이창래, 이민진, 수잔 최)과 나는 같은 대학(예일대)을 나온 동창이다. 그러나 내가 흥미를 느끼는 재미 한인 선배 작가는 아방가르드 문학을 했던 차학경"이라고 말했다.

    1970년 미국 버팔로에서 태어난 에드 박은 예일대 영문과와 컬럼비아대 대학원을 졸업하고 1995년 뉴욕의 《빌리지 보이스》라는 주간지에서 첫 직장생활을 시작했다. 2006년 여름, 회사가 인수합병되며 해고통지서를 받은 경험이 그를 편집자에서 작가로 거듭나게 했다. 그는 "전에는 직장 사무실을 무대로 소설을 쓸 생각을 하지 못했다"며 "해고가 진행 중인 사무실로 출근하는 것은 고통스러웠지만, 한편으로는 우정과 인간관계, 공포, 괴로움, 파토스(pathos), 태업 등 인간성의 여러 다른 면을 지켜보는 좋은 기회가 됐다"고 말했다. 그는 "동료들이 먼저 쫓겨나가는 것을 보며 소설을 쓰기 시작했고, 내가 해고될 때쯤에는 초안이 거의 완성돼 있었다"고 말했다.

    에드 박은 뉴욕의 문화·예술계와 맺고 있는 탄탄한 '인맥'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가 현재 편집하는 월간 문예지 《빌리버》는 문학과 순수예술 분야에서 좋은 평판을 얻고 있는 뉴욕의 고급 문화 잡지다. 그는 "잡지 편집 외에 뉴욕타임스와 LA타임스, 살롱 등의 매체에 서평을 기고하고 있다"며 "문학적 완성도나 소설의 주제 외에도 이들 매체의 서평 편집자들이 나를 잘 알고 있는 것도 내 작품이 주목 받는 데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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