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국가 지식 경쟁력을 키우자

조선일보
  • 이상규 국립국어원장
    입력 2008.07.04 23:14

    지식 생산 세계 40위권
    인터넷 활용 정보 공유
    국가가 앞장서 관리를

    이상규 국립국어원장
    21세기 지식 기반 사회에서는 물적 생산성보다 지적 생산성이 국가 경쟁력을 좌우한다. OECD 주요 국가의 지식 축적량은 우리보다 현저히 높다. 미국은 우리의 17배, 일본은 7.4배, 독일은 4배 수준이며, 문화의 산업화와 상품화 능력을 나타내는 국민 문화 생산력은 미국을 100으로 기준했을 때 프랑스 70, 일본 63인 데 비해 한국은 42 정도밖에 안 되는 형편이라고 한다.

    최근까지 우리나라의 지식 생산은 엘리트 중심의 폐쇄적인 방식으로 진행되어 왔다. 문화 생산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젠 세상의 소통 방식이 바뀌고 있다. 인터넷을 활용한 지식의 소통과 표현 방식에서 엄청난 변화의 시대를 맞고 있다. 따라서 지난 시대의 지식 생산 방식에서 탈피하여 새로운 변화에 적응할 수 있는 모형 개발을 서둘러야 할 시점이다.

    한 가지 사례를 들어보자. 민간 출판사나 대학 연구소가 주도해 왔던 국어사전 사업을 '표준국어대사전'이라는 이름으로 국가가 주도하게 되자 그 이전에 경쟁력을 축적해 왔던 민간 출판사들은 연이어 도산할 수밖에 없었다. 일반 국민들은 '표준국어대사전'의 내용에 대해 많은 의문과 불만이 있어도 그 의사 표현의 방도가 없었다. 그뿐만 아니라 폭증하는 새로운 과학 지식 정보를 담고 있는 용어들도 즉각 사전 올림말로 채택되지 못하고 국가 지식 기반의 외연으로 방치되었다. 나날이 새롭게 생산되는 지식 정보를 국가의 중심 기관에서 수집 관리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그냥 방치해 놓은 사이, 세계 12위권 경제력임에도 불구하고 지식 생산 경쟁력은 40위권 밖으로 밀려날 수밖에 없는 것, 우리가 자초한 결과임에 자명하다.

    그렇다면 해결점은 어디 있는가. 이제 지식의 생산자와 소비자는 둘이 아니고 하나, 곧 다중(多衆)은 지식과 문화의 프로슈머(prosumer)라는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먼저, 인터넷을 통해 개미군단이 생산하는 대규모 협업의 지식을 국가 지식 체계에 결속시켜 활용하는 방법을 제안한다. 또한 매년 출판사에서 쏟아져 나오는 텍스트 지식 정보의 소스를 국가가 효율적으로 공유하는 관리체계를 마련하는 방법을 제안한다.

    폭증하는 새로운 지식을 유익한 용도로 변환시킬 수 있는 국가 지식 생산조직을 지금이라도 국가가 앞장서서 재구성하지 않으면 지식 경쟁력은 더욱 뒤떨어질 수밖에 없게 된다. 먼저, 국가가 가지고 있는 지식을 국민에게 공개, 공유하는 개방적인 방식인 위키노믹스(wikinomics)의 방식을 응용해야 한다. 웹 사전인 위키피디아에 접속해 보면 협업으로 만들어진 백과사전의 성과가 얼마나 큰 위력을 발휘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엘리트층은 국가 지식을 보다 발전시키고 또 그것을 정교화하게 관리하는 역할을 맡고 대중 생산자들이 만든 지적 성과를 지식과 정보로 통합하는 협업 방식은 저비용 협업의 국가지식 생산 시대로 진입 가능하게 할 것이다. 포털 사이트에서 구축된 대규모 과학적 문화적 콘텐츠를 창의적으로 공유하고 가공할 수 있도록 관심을 가져야 21세기 국경 없는 경쟁의 시대를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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