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식코', 의료민영화 괴담의 실체

조선일보
  • 이규식·연세대 보건행정학과 교수
    입력 2008.07.03 22:12 | 수정 2008.07.04 00:24

    무엇이 진정 국민건강 위한 제도인지 냉철하게 따져야

    이규식·연세대 보건행정학과 교수
    우리는 현재 사회 전반에 근거 없는 괴담이 지배하는 병리에 시달리고 있다. 미국 영화 '식코'로 시작된 건강보험 민영화 괴담이 뜬금없이 맹장 수술비를 300만원으로 올렸고, 수돗물 민영화 괴담은 1인당 하루 수도료를 14만원으로 만들더니 급기야는 광우병 괴담으로 넘어가 촛불서울 한복판을 지배하도록 만들었다.

    원유값이 폭등하여 가뜩이나 서민 생활이 어려운 판에 괴담은 우리 경제에 활력을 줄 한미 FTA 비준을 어렵게 만들고, 하루빨리 이루어져야 할 공기업 민영화를 지연시키고 있다. 지난 5년 동안 공기업에 대한 정부 지원은 무려 180조원에 이르렀다. 공기업 민영화를 늦추면 국민 부담만 계속 늘어날 따름이다. 지난 5년 동안 건강보험에서 의료비로 나간 돈을 전부 합치면 100조원에 달한다. 만약 공기업을 민영화하여 공기업에 지원하는 돈을 모두 건강보험에 사용한다면 우리 국민들은 건강보험료는 물론이고 병원이나 약국에서 돈 한 푼 안 내고 무료 의료를 누릴 수 있다는 결론이 나온다.

    영화 '식코'는 미국 국민의 20%를 건강보험 보호 밖으로 내몰고 있는 미국의 현실을 풍자했을 따름이다. 전 국민을 건강보험에 강제로 가입시킨 우리나라에서는 이 같은 일이 결코 일어날 수 없음을 괴담을 퍼뜨리는 사람들도 모르지는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식코'를 의료민영화 괴담으로 조작하여, 정부가 추진하는 의료채권법 제정과 의료법 개정(유인알선제도 도입, 법인 간 인수·합병 촉진), 실손형 민간의료보험 도입을 반대하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의료법인 간 인수·합병이 이루어지면 병원이 대형화되고, 대형병원에 밀린 중소병원은 몰락하고, 실손형 보험이 활발해지면 대형 민간보험회사만 돈을 벌고, 그러다 보면 건강보험이 붕괴되고 민영보험만 살아남아 '식코'와 같은 세상이 될 것이라는 '도미노'식 논리가 의료민영화 괴담인 것 같다.

    의료채권법은 중소병원들이 사채(私債)나 은행 차입을 통한 재원 조달에서 한발 나아가 채권을 발행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경영의 어려움을 해결해 주기 위한 법이다. 그런데도 괴담을 퍼트리는 측은 의료채권법을 영리 목적의 주식 공모와 혼동시켜 의료민영화 논리로 부풀리고 있다. 실손형 민간의료보험 도입도 그렇다. 지난 한 해 우리 국민이 민영의료보험에 지불한 보험료가 무려 8조원이나 되어 건강보험료의 절반 정도에 이른다. 그런데 이 돈이 보장성과는 무관하게 입원할 때 500만원, 암에 걸리면 몇 천 만원 주는 식으로 '로또복권'처럼 운영되기 때문에 이를 건강보험의 보장성과 연결시켜 제대로 활용하자는 것이 실손형 보험제도다. 그런데 이것을 의료민영화 추진으로 몰아붙이고 있다.

    또 의료법인 간 합병 허용은 병원을 대형화하기보다는 재무구조가 취약한 중소병원들에 퇴출 구조를 만들어 줌으로써 그동안 보험환자를 돌보는 데 기여한 중소병원들을 보호하자는 것이 취지다. 그런데 괴담을 퍼트리는 측은 법이 허용하지도 않은 영리병원을 꺼내어 대(大)자본을 앞세운 몇몇 영리병원을 살찌게 하는 의료민영화라 몰아붙이고 있다.

    현실이 이러한데도 적지 않은 의료계 인사들이 '되고 송'과 같은 '도미노'식 논리로 국민을 현혹시키려고만 하니 안타깝다. 이는 국민을 돕는 일이 아니다. 차라리 m/issue/issueView.jsp?id=124" name=focus_link>정부에 공기업 민영화 압력을 넣어 여기서 절약되는 국고(國庫)를 건강보험에 좀더 할애하여 건강보험의 보장성을 높이도록 하고, 의료법 개정안을 조속히 통과시켜 의료기관들이 경영난을 해소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진정 국민을 위한 목소리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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