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시위를 왜 6월항쟁에다 비교하나"

조선일보
  • 염강수 기자
    입력 2008.07.02 23:48 | 수정 2008.07.03 09:58

    ● KBS '시사기획 쌈'에 시청자 비판 쏟아져
    87년당시 시위장면 3분43초간이나 방영
    "쇠고기와 독재항거 비교는 지나친 비약"
    한겨레 사설은 "5·18 모습 그대로" 주장

    KBS '시사기획 쌈'은 지난 1일 밤 '촛불 대한민국을 태우다' 편을 방영했다. 취지는 두 달 가까이 진행 중인 촛불시위의 의미와 내용 등을 분석하고 가능성을 진단한다는 것이었다.

    쌈은 촛불시위에 대해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만들어낸 집단적 삶의 예술"이라는 진보학계 의견과 "디지털 포퓰리즘의 부정적 단면을 드러낸 현상"이라는 의견 등을 소개했다.

    그러나 쌈 프로그램이 시작된 지 14분쯤 지나자, 화면은 갑자기 1987년 민주화 운동 당시의 시위장면으로 바뀌었다. 흑백화면 속 시위대는 거리를 행진하며 당시 핵심 구호였던 "호헌철폐, 독재타도"를 외치고 있다. 전경들이 시위대를 향해 무차별로 최루탄을 쏘는 장면에서 화면은 정지한다. 클로즈업한 화면에 한 학생이 동료의 부축을 받은 채 고개를 푹 숙이고 있다. 최루탄에 맞아 숨진 이한열 열사다. 이날 쌈에서 87년 민주화 운동과 관련된 장면은 약 3분43초 동안 계속됐다. 프로그램 전체 방송시간은 43분55초였다.

    쌈은 뒤이어 지난달 시청 앞 촛불시위 현장을 보여주며, "21년 전인 1987년 6월처럼 사람들은 다시 민주주의를 외치고 있다"면서 "이번에도 폭력은 더 큰 저항을 불러왔다"고 말했다. 87년 민주화 운동과 2008년 촛불시위가 '닮은꼴'이라는 것을 의도적으로 강조했다.

    KBS‘ 시사기획 쌈’은 지난 1일 방송에서 최근‘촛불시위’ 모습과 1987년 6월 항쟁 당시 거리를 가득 메운 시위 진압 전경들〈위〉및 당시 시국을 가르는 분수령이 됐던 고(故) 이한열 열사의 영결식 장면 등을 함께 엮어 방영했다. 이에 대해 최근‘촛불시위’와 87년의 6월 항쟁을 무리하게 연결 지으려는 시도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KBS 화면

    방송 후 시청자 게시판에는 이를 비판하는 글이 쏟아지고 있다. 2일 오후 1시 현재 쌈 시청자 게시판에는 249개의 의견이 올라와 있는데, 80% 이상이 부정적인 내용이다. 독재정권에 저항한 민주화 운동과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반대하는 촛불시위는 시대 상황과 의제 등이 모두 다른 만큼, 논리적 비약이라는 지적이다.

    시청자 서모씨는 "80년대 민주화 운동과 현 (촛불) 시위가 무슨 연관성이 있다고 비교방영을 하나"라는 글을 시청자 게시판에 올렸다.

    김사승 숭실대 언론홍보학과 교수는 "역사적 사실을 지금의 현실에 억지로 끼워 맞추는 것은 현 상황을 이해하는데도, 지난 역사를 이해하는데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촛불시위를 80년대 군사정권에 맞선 민주화 운동과 동일시하려는 움직임은 최근 일부 신문들과 인터넷에서도 드러나고 있다.

    한겨레는 지난달 30일자 '6·29 새벽에 5·18을 보다'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착검한 총만 없을 뿐 1980년 5·18 광주 모습 그대로"라며 "5·18의 만행을 저지른 전두환 군사정권이 국민의 민주화 요구에 항복한 1987년 '6·29'로부터 꼭 21년 만에 국가 권력의 무차별 폭력이 다시 자행됐다"고 주장했다.

    인터넷 카페와 블로그 등에도 80년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군인들이 시민들에게 무차별 폭력을 행사하는 사진과 함께, "2008년 광화문과 뭐가 다르냐"는 선동적인 글들이 퍼지고 있다. 중고생들이 주 회원인 네이버의 한 카페의 경우, 촛불시위 경찰 진압장면과 5·18광주 민주화 항쟁 사진을 나란히 올려놨다.

    김광동 나라정책연구원장은 "대부분의 시민들은 focus.chosun.com/issue/issueView.jsp?id=124" name=focus_link>이명박 정부의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반대하기 위해 촛불시위에 참석하고 있는데, 일부 세력이 이를 정권에 대한 저항으로 투쟁수위를 끌어올리기 위해 87년 민주화 운동과 의도적으로 연계시키려 하는 것 같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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