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물상] '청산가리 쇠고기버거'

조선일보
  • 김동섭 논설위원
    입력 2008.07.02 22:22 | 수정 2008.07.03 16:48

    탤런트 김민선

    탤런트 김민선씨가 5월 1일 자기 미니 홈페이지에 미국 쇠고기 수입을 얘기하면서 "차라리 청산가리를 입안에 털어넣는 편이 낫겠다"는 글을 올렸다. 그걸 보고 일부 네티즌들은 '소신 발언'을 했다고 치켜세웠다. 그런 김씨가 올 1월 미국 LA 쇠고기버거 매장에서 쇠고기버거를 먹던 장면이 케이블TV에서 방영돼 논란이 일고 있다. 김씨 측은 "광우병에 대해 알기 전인 1월에 촬영된 것"이라고 해명했다고 한다. 그러나 네티즌들은 "청산가리 쇠고기버거를 먹었는데도 괜찮네"라며 비꼬았다.

    ▶광화문 촛불집회를 취재한 기자가 황당한 이야기를 들었다. 촛불집회에 나온 어느 아주머니가 "죽은 지 30개월 된 소만 수입하기로 했다니 말이 되느냐"며 흥분하고 있더라는 것이다. 정부가 30개월 이상 된 미국 소는 수입하지 않겠다고 한 것을 잡은 지 30개월 되는 소만 수입하는 것으로 잘못 알고 있었던 것이다. 신문, TV에서 광우병 소 이야기로 도배질을 했어도 정확한 정보를 갖고 있는 사람은 그렇게 많지가 않다.

    ▶1978년에 맥도날드 햄버거에 지렁이 고기가 들었다는 소문이 퍼지기 시작했다. 햄버거 매출은 걷잡을 수 없이 곤두박질쳤다. 맥도날드사는 "지렁이를 고기로 만든다면 그 비용이 쇠고기를 쓸 때보다 훨씬 더 먹힌다"며 부인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우리 햄버거엔 지렁이 고기가 들어 있지 않습니다'라는 글을 써붙이는 매장도 생겨났다. 그러나 그런 매장일수록 매상은 더 떨어졌다.

    ▶맥도날드사가 심리 실험을 해봤더니 과학적이고 논리적인 설명은 별로 안 통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입소문이 훨씬 중요하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고급 프랑스 식당에선 지렁이 고기도 쓴다는 얘기를 들은 사람들은 '지렁이 햄버거'에 대해 거부감이 크게 줄어들었다. 맥도날드사는 햄버거 얘기는 아예 꺼내지도 않고 감자튀김과 밀크셰이크에 마케팅을 집중하는 전략으로 '지렁이 햄버거' 헛소문을 극복해냈다.

    ▶소문은 무섭다. 한번 퍼지기 시작한 루머는 막기가 어렵다. 또 루머는 입을 건널 때마다 황당한 내용으로 달리해 간다. '광우병은 공기로 전염된다더라'는 얘기가 한동안 나돌았을 정도다. 이럴 때일수록 책임 있는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 신중해야 한다. 어떤 개그맨은 방송에 나와 "돈 많이 벌면 뭐 하나, 죽으면 끝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자기 말 한 마디가 어떤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방송인 자격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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