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촛불시위가 극렬하게 폭력적인 양상을 보이고, 경찰이 이에 강경 대응으로 맞서면서 시위 참가자들 중에도 부상자가 속출했다. 경찰이 휘두른 방패와 진압봉에 맞아 다친 사람이 많았으며, 시위대가 던진 돌이나 쇠붙이를 경찰이 시위대를 향해 되던지면서 부상자가 늘었다.

시위를 주최한 '광우병 위험 미국산 쇠고기 전면 수입을 반대하는 국민대책회의'(이하 국민대책회의)는 29일 "손가락, 갈비뼈, 머리 골절 등 중경상을 입고 치료를 받은 사람만 112명으로 파악됐다"며 "현장에서 치료를 받은 사람까지 합하면 부상자가 300~400명에 이를 것"이라고 주장했다.

장모(여·25)씨는 29일 0시30분쯤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 앞 도로에서 쓰러진 상태에서 전경 5~6명으로부터 발로 차이고 여러 차례 진압봉으로 맞아 오른팔이 부러지고 온몸에 타박상을 입었다.

장씨는 "서울시의회 쪽에서 쏟아져 나오는 경찰을 피해 달아나다가 넘어졌는데 전경들이 둘러싸고 발로 짓밟고 몽둥이로 때렸다"며 "'죽을 것 같다'는 생각에 맞으면서도 길바닥을 굴렀다"고 말했다.

이 장면을 촬영한 동영상이 인터넷에 공개되자, 네티즌들은 "경찰이 또 군홧발로 여성을 짓밟았다"고 흥분하며 경찰을 비난했다. 그러나 경찰은 "당시 진압 전경은 모두 운동화를 신고 있어서 군홧발로 폭행한 것은 아니다"고 해명했다.

29일 새벽 서울 촛불 시위 도중 경찰의 진압 작전으로 부상을 입은 시위 참가자들이 병원으로 가기 위해 구급차에 타고 있다.

이학영(55) 한국YMCA 전국연맹 사무총장 등 YMCA 회원 9명도 29일 0시15분쯤 조선일보사 별관 골목에서 경찰의 진압 때 부상을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총장은 오른팔 골절상을 당해 인근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

부상자는 경찰과 시위대가 격렬하게 맞섰던 세종로 사거리에서 종로 1가로 향하는 도로, 서울시의회 부근 태평로에서 주로 발생했다. 29일 0시30분쯤부터 시작된 경찰의 강제해산 때 이곳에 있던 시위대 중에는 경찰 진압봉과 방패에 맞아 얼굴과 머리에서 피를 흘리는 등 다친 사람이 줄을 이었다. 이들은 시위대측이 자체적으로 조직한 의료 지원단에게 응급처치를 받은 뒤 국립의료원·백병원·서울대병원·적십자병원·한양대 병원 등으로 옮겨졌다.

국민대책회의 총무재정팀 장동엽씨는 한 인터넷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한양대 병원에 전경이 휘두른 방패에 찍혀 부상당한 30대 남성이 누워있었다"며 "그는 안면 광대뼈가 골절됐고, 골절된 두개골 사이에 공기가 유입된 상황이어서 큰 수술을 요한다는 판정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확인 결과, 이 30대 남자는 강모(32)씨로 현재 보라매병원에서 치료 중이었다. 병원측은 "현재 성형외과 주치의 배정을 기다리고 있는 상태"라며 "지금은 검사를 진행 중이어서 정확한 진단은 나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경찰은 "주말 시위에서 시위대나 경찰 양측 모두 부상자가 많이 발생한 것은 사실"이라며 "그러나 시위대측 부상자와 관련해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부풀려서 무책임하게 퍼뜨리는 경우가 많다"고 밝혔다.

정부는 29일 오후 대국민 담화를 통해 "초반의 평화적이었던 촛불집회가 소수 주도의 과격·폭력·조직적 깃발시위로 변해가면서 어젯밤엔 시민과 경찰 양쪽에서 많은 부상자가 발생했다"며 "불상사가 발생한 데 대해 깊은 유감의 뜻을 표하며 크고 작은 부상을 당하신 분들께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