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전 슈워브 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눈물을 흘렸다."
이 타결된 지난 19일(이하 미국 현지시각) 워싱턴 외교가에는 이런 말이 돌았다.
한 외교 소식통은 "끝없이 강경한 입장을 보이는 김 본부장과 '한국의 주장을 가능하면 들어주라'는 백악관의 지침에 끼어 협상 주도권을 상실한 슈워브 대표가 눈물을 흘렸다는 얘기가 나왔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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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워브 몰아붙인 김 본부장
협상 첫날인 13일 김 본부장은 3장의 사진을 협상 테이블에 꺼내 놓았다.
[촛불시위]
최대 인원을 기록한 지난 10일 광화문 일대를 찍은 사진이었다.
그는 슈워브 대표에게 "이 사진을 봐라. 과학(미국산 쇠고기의 과학적 안전성)으로 설명될 사진이냐"고 말했다.
잠시 뜸을 들인 뒤 김 본부장은 굳은 표정으로 "이번 협상이 타결되지 않으면 당신은 한·미 관계를 망친 장본인으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외교 소식통들은 전했다.
◆긴박했던 백악관
미국은 당초 추가 협상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그러나 한국의 촛불시위가 시간이 흐를수록 거세지자 생각을 바꾸게 됐다고 청와대 관계자가 밝혔다.
청와대가 워싱턴으로 급파한 김병국 당시 외교안보수석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측과 추가 협상의 물꼬를 텄다고 한다. 청와대 관계자는 "김 수석이 쇠고기 문제를 한미동맹 이슈로 바꾸는 데 성공한 게 주효했다"고 말했다.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은 유럽 순방 중에 장관급 쇠고기 추가 협상이 시작된다는 보고를 받고 최대한 한국의 입장을 반영하라는 지시를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배수진 친 한국 대표단
그러나 협상 테이블에 앉은 슈워브 대표는 강경한 모습을 보였다. 슈워브 대표는 협상 이틀째인 14일 '품질관리 시스템 평가(QSA)' 프로그램이라는 협상안을 제안하면서도 한국 정부의 검역 권한 강화에 대해선 완강하게 반대했다.
이견이 좁혀지지 않자 다음날인 15일 김 본부장은 협상 결렬도 불사하겠다는 초강경 카드를 꺼내 들었다. "귀국하겠다"고 미국측에 통보하고 뉴욕발 대한항공에 탑승하기 위해 뉴욕으로 향하는 기차에 올랐다.
백악관은 비상이 걸렸다. 백악관 고위 관계자는 이태식 주미대사에게 전화를 걸어 한국의 입장을 반영하도록 노력할 테니 김 본부장의 귀국을 만류해 줄 것을 요청했다. 이때부터 김 본부장이 협상의 주도권을 쥐게 됐다.
미국 축산업 중심지인 몬태나주 상원의원으로 '미스터 쇠고기(Mr. Beef)'로 불리는 맥스 보커스(Baucus) 미 상원 재무위원장은 추가 협상을 비판했다. 그는 21일 AP통신 등에 보낸 성명에서 "추가 협상이 실질적으로 4월 18일 체결한 협정을 변경했다"며 "이번 협정의 의미는 한국 및 다른 국가들과의 미국 쇠고기 교역에서 불행한 선례를 만들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