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나라는 언제쯤 정상(正常)을 되찾나

조선일보
입력 2008.06.22 22:08 | 수정 2008.06.22 22:57

정부가 미국과 쇠고기 추가협상 결과를 발표한 직후인 21일 1만여 명(경찰 추산)이 모여 촛불집회를 계속했다. 전경 버스가 파손되고 경찰은 소화기를 뿌리는 등 시위 양상은 다시 격렬해졌다. 시위대가 전경버스 1대를 밧줄로 묶어 대열에서 끌어내는 바람에 버스 안에 있던 전경들이 30여 분간 고립되는 위험한 상황도 발생했고, 신원이 불확실한 사람이 전경 버스에 불을 지르려다 시민들에게 붙잡히기도 했다. 집회에서 발언한 사람들은 거의 모두 촛불집회를 계속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통합민주당은 한미 쇠고기 추가협상 결과를 "국민 우롱극"이라며 수용하지 않겠다고 했다. 민주당은 촛불시위만 바라보고 있어 촛불집회가 수그러들지 않는 한 민주당의 국회 등원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촛불집회가 어제로 52일째가 됐다. 촛불집회는 인터넷을 매개로 한 직접민주주의의 새로운 모델이라는 말을 들었고, 많은 일을 이루어 냈다. 아직까지 만족할 수 없는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이룬 것은 결코 적다고 할 수 없다.

촛불집회는 한미 양국 정부에 압박을 가해 국가 간 공식 협정을 사후에 바꾸도록 했다. 미국에서 미국 쇠고기 먹고 인간 광우병에 걸린 사람이 단 한 명도 없는 상황에서, 미국 측이 자신들이 매년 700만 마리 가까이 먹는 30개월 넘은 쇠고기에 문제가 있는 것처럼 인정한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 미국이 30개월 이상 된 쇠고기의 한국 수출을 않겠다고 약속한 것은 촛불시위의 위력이라고밖에는 설명할 수 없다.

촛불시위는 대통령이 두 번이나 국민 앞에 고개를 숙여 사과하게 만들었고, 청와대 참모진을 출범 117일 만에 무너지게 만드는 전무후무한 기록도 세웠다. 이제 곧 내각도 개편된다. 그 사이 대통령은 대운하를 포기했고, "수도·가스·전기·건강보험의 민영화는 없다"는 입장을 거듭해서 밝혔다.

촛불시위가 이렇게 많은 것을 얻는 사이에 우리는 많은 것을 잃기도 했다. 거리에서 법치(法治)가 무너진 것은 나라와 국민의 장래에 긴 후유증을 남길 것이다. 우리가 매년 100억 달러 가까이 흑자를 보는 대미(對美) 무역과 한미 FTA에도 서서히 그림자가 드리울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무엇보다 국민이 갈라져 반목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인터넷 공간에선 촛불시위를 둘러싸고 서로에 대한 비난이 갈수록 격화되고 있고, 보수·진보 단체들 간의 충돌 위험도 커지고 있다.

이제는 국가의 정상화(正常化)도 생각해야 할 시점이다. 한 신문의 여론조사에서 "촛불시위를 이제 중단해야 한다"는 응답이 58%, "계속해야 한다"가 38%로 나타난 것은 이런 바람이 국민들 사이에 커지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야당도 눈앞의 촛불만 볼 것이 아니라 이런 국민의 걱정을 잘 헤아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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