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의약품안전청은 19일 신(辛)라면에서 바퀴벌레가 나왔다는 소비자의 신고를 받았다고 농심이 보고함에 따라, 이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식약청에 따르면, 전북 전주시 남노송동에 사는 최모(49)씨의 초등학교 6년생 아들이 지난 7일 집에서 농심 신라면을 끓이다가 바퀴벌레를 발견하자 최씨가 농심측에 신고했다. 벌레가 나왔다는 아들의 전화를 받은 최씨가 라면 끓이던 것을 중단하고 물을 버리게 한 후, 농심측에 이 사실을 알린 것. 문제의 라면은 최씨가 지난 3월 온라인 쇼핑몰을 통해 구입한 신라면 2박스 중 일부로 구미공장에서 2월 11일 제조된 제품이다.
신고를 접수한 농심측은 즉시 제품을 수거해 자체 분석한 결과 "약 13㎜ 크기의 '먹바퀴'로 확인됐으나, 이는 제조과정이 아닌 유통과정에서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농심측은 확대경을 통해 문제의 라면 포장지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포장지 뒷면의 접합 부분에 바퀴벌레 더듬이가 붙어 있는 것이 발견됐으며, 바퀴벌레 자체에서 과산화수소수 반응도 강하게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과산화수소수 반응은 동물이 갖고 있는 효소가 과산화수소수와 반응할 때 산소를 발생시켜 거품이 일어나는 화학반응이다.
농심측은 "벌레가 라면과 함께 튀겨져 효소가 파괴되면 과산화수소수 반응이 일어날 수 없다"며 "3개월 이상 유통·보관하는 과정에서 라면 포장지 겉면에 붙게 된 바퀴벌레가 라면을 끓일 때 섞여 들어간 것 같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최씨는 "유통 중에 들어간 바퀴벌레가 어떻게 라면발과 한몸처럼 붙어 있겠냐"고 반발하고 있으며, "제조 과정이든 유통 과정이든 농심의 책임이니, 교회를 통해 어려운 이웃에게 나눠줄 수 있도록 라면 100박스(200만원 상당)를 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농심측은 "라면 5박스와 앞으로 나올 신제품을 드리겠다고 제의했으나, 100박스는 무리한 요구"라는 입장이다.
최씨의 신고가 원만하게 처리되지 않자 농심은 뒤늦게 지난 17일 식약청에 보고하며 조사를 의뢰했다. 이는 연 매출 500억원 이상의 식품업체는 바퀴벌레 같은 이물이 발견됐을 경우 즉시 이메일을 통해 당국에 보고하도록 돼 있는 식약청의 지침을 어긴 것이다. 이에 대해 농심측은 "제조 공장에서 매주 방역을 실시하는 데다 바퀴벌레가 검출된 적이 한 번도 없어 제조상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확신했었기 때문"이라며 "식약청에 모든 자료를 제출했고, 공정한 조사를 의뢰했다"고 말했다.
입력 2008.06.20. 0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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