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산 쇠고기 수입 대란(大亂)을 끝내는 길은 국민이 불안해하는 30개월 이상 쇠고기와 광우병 위험물질(SRM)이 확실하게 국민 밥상에 오르지 않도록 보장하는 것이다. 이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방법이 재협상뿐이라면 무슨 희생을 무릅쓰고라도 재협상을 벌여야 하고, 추가협상에 의해 가능하다면 추가 협상을 해야 하고, 자율 규제로도 가능하다면 자율 규제로 해야 한다. 목표는 국민이 자신과 가족의 건강을 염려하지 않아도 되는 방안을 찾는 것이다. 이 목표를 분명하게 달성할 수만 있다면 그 과정으로 재협상·추가협상·자율 규제 가운데 어느 길을 택할 것이냐는 각 선택에 따르는 국익(國益)의 희생을 비교 검토해서 결정하면 되는 것이다.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이 14일부터 미국에서 수전 슈워브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쇠고기 추가협상을 벌인다. 초점은 30개월 이상 미국 쇠고기가 한국에 들어오지 않도록 민간 수출입업자들이 자율적으로 규제하되, 그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양국 정부가 취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내는 것이다. 정부 간 협상에서 한쪽만을 만족시킬 결과를 낸다는 것은 어려운 게 국제 관계의 현실이다. 따라서 이번 협상도 험난하리라고 예상된다.

그래서 미국의 처분만을 바랄 게 아니라 우리 자체적으로 국민의 밥상을 안전하게 할 수 있는 길을 찾아야 한다. 한 가지 방법은 국내 쇠고기 수입업체들이 국민이 불안해하는 30개월 이상 쇠고기와 광우병 특정위험물질(SRM)이 들어있을 수 있는 부위를 들여오지 않도록 원천적 보장책을 마련하는 것이다. 일부 통상전문가들은 그 보장책으로 수입 쇠고기에 대한 관세 분류코드인 세번(稅番)을 바꾸는 방안을 제안하고 있다.

현행 세번은 쇠고기를 크게 냉장육과 냉동육으로 나누고, 이를 다시 뼈 있는 고기와 뼈 없는 고기로 세분하고 있다. 여기에 혀·간·꼬리·족(足)·기타 부위에 대해 별도 세번이 부여돼 있다. 이런 쇠고기 세번을 바꿔 30개월 이상 쇠고기와 30개월 미만 쇠고기를 구분하고, 소장(小腸)·척수 등 위험물질이 포함될 수 있는 부위에 대해서도 별도 세번을 부여하자는 것이다. 그렇게 하면 쇠고기를 수입할 때 세관에 세번을 신고해야 하기 때문에 누가 어떤 쇠고기, 어떤 부위를 수입했는지를 알 수 있다. 검사를 통해 세번을 허위로 신고한 업체에 대해선 수입면허 취소 등 엄중한 제재를 가할 수도 있다.

이와 함께 미국 수출업자들에게 미국측이 한국 국민을 안심하게 만들 수 있는 안전장치를 추가적으로 채택한다면 우리가 30개월 이상 쇠고기를 사지 않는 것보다 많은 양의 30개월 미만 쇠고기를 구매하겠다고 제안하는 방법이다. 이중의 잠금 장치로 위험을 차단하는 것이다. 또 쇠고기 수입 판매를 현재의 신고제에서 허가제로 바꿔 수입업체에 대한 정부의 관리·감독을 강화하는 방안도 있다.

지금 중요한 것은 정부가 국민 밥상을 위태롭게 만들지 않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하고, 그 의지를 국민이 믿을 수 있는 방법으로 실천하는 것이다. 국민의 건강을 위해서라면 대통령은 직(職)을 걸 수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