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통령 "열심히 하면 되는줄 알았는데…"

조선일보
  • 주용중 기자
    입력 2008.06.11 23:59 | 수정 2008.06.12 09:35

    "요즘 잠 제대로 못자… 3㎏ 빠졌습니다"
    청와대 밖 소리 듣고 이미지 바꾸려 노력

    "사실 요즘 밤 잠을 제대로 못 잤어요. 몸무게가 3kg 빠졌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은 최근 만난 한 원로가 자신을 걱정해주자 이렇게 털어놓았다고 한다. 청와대 관계자는 "학생운동을 하다 옥살이까지 한 이 대통령은 자신이 시위대의 퇴진 요구 대상이 된 점에 대해 큰 충격을 받았다"면서 "요즘 이 대통령이 혼자 있는 시간이 많다"고 했다. 지난주 이 대통령을 만난 한나라당의 A의원은 "그때만 해도 이 대통령의 위기의식이 80% 정도에 그치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까웠는데, 이번주 들어 심경이 크게 변한 것 같다"고 했다. 한나라당 내에서는 여전히 "이 대통령이 시국과 자신에 대해 정확하게 인식하고 있는지 의문"이라는 얘기들도 많지만, 청와대와 한나라당 관계자들은 "이 대통령이 이번에 대략 5가지 정도를 체감한 것 같다"고 했다.

    ①"사람을 넓게 쓰겠다"

    이 대통령은 최근 당의 한 인사가 새 대통령실장 후보로 A씨를 추천하자 "그 사람을 쓰면 여론의 반응이 어떨까"라고 물어봤다. 지난번 조각 때는 실무자가 "그 사람은 재산이 많아 문제가 될 수 있다"고 하자, 이 대통령은 "일만 잘하면 되지, 뭘"이라고 했었다. 이 대통령은 최근 "지난 인선에서 국민 눈높이에 맞는 도덕적 기준을 소홀히 했다"고 말한 뒤 인사를 담당했던 박영준 비서관의 사표를 받았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 대통령은 사람들이 놀라는 정도의 인사를 하고 싶어하는데 인재 풀이 적어 고민"이라며 "자기 사람만 썼다는 얘기는 듣지 않으려 하고 있다"고 했다.

    이명박 대통령이 11일 청와대에서 제1차 중소기업성공전략회의를 주재하던 중 물을 마시고 있다. /전기병 기자 gibong@chosun.com
    ②"대통령은 정치인이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이 대통령이 국정(대통령)은 경영(CEO)이나 행정(서울시장)과는 다르다는 점을 느낀 것 같다"면서 "'여의도 정치'에 대한 자신의 일관된 거부감을 되돌아보는 것 같다"고 했다. 이 대통령이 내각과 청와대 개편 때 정치인 출신을 중용하려는 것도 이같은 인식 때문이라는 것이다.

    ③"이미지 형성 다시 하겠다"

    이 대통령은 대선 때 2위와 530만표 차이로 이겼던 자신의 지지율이 최근 일부 여론조사에서 20%대 미만으로 떨어진 것과 관련, 스타일의 변화를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의 한 수석은 "일만 열심히 하면 되는 것이 아니라 국민의 마음을 얻어야 한다는 것을 이 대통령이 느꼈다"면서 "개인 이미지를 바꾸기 위해 노력할 것으로 안다"고 했다.

    ④"청와대 넘어 귀를 열겠다"

    이 대통령은 요즘 다양한 인사들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의견을 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은 "이 대통령은 정국이 악화된 주요 원인을 '소통 부족'이라고 진단했다"면서 "청와대 안에서 돌고 도는 식의 논의구조에 빠지는 것이 아니라 청와대 울타리 바깥으로 귀를 열어두는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고 했다.

    ⑤"10년만의 정권교체… 아직 미완"

    한나라당 인사들은 "이 대통령이 10년 만에 정권교체를 이뤘지만 아직 정권교체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는 인식을 하고 있는 것 같았다"면서 "좌파나 반정부세력의 잠재력이 큰 만큼 겸손하고 치밀하게 정국을 이끌어가겠다는 태도"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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