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정'으로 시작한 시위 점차 격렬해져

조선일보
  • 김진명 기자
    입력 2008.06.10 23:46 | 수정 2008.06.11 09:55

    ● '촛불시위 40일'
    서울도심 밤샘 도로점거… 쇠파이프도 등장
    인터넷으로 생중계하며 네티즌 참여 이끌어

    40일간 끌어온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시위'는 지난달 2일 촛불을 든 1만 명이 서울 청계광장을 가득 메우면서 시작됐다. "미국산 수입소는 물러가라!"며 오후 7시부터 모여들어 밤 10시까지 구호를 외쳤다. 그리고 해산했다. 당시에는 중고생들이 절반이었다.

    ◆온라인에서 오프라인으로 확산

    집회를 주최한 단체는 인터넷 카페 '이명박 탄핵 범국민 운동본부(이하 운동본부)'였다. 당초 경찰은 참가인원을 300명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당일 참가인원은 1만명을 넘었다. 처음부터 경찰은 잘못 짚은 것이다.

    나흘 뒤, 집회 주최자가 바뀌었다. 참여연대 등의 각종 시민단체들이 함께 만든 '광우병 위험 미국산 쇠고기 전면 수입을 반대하는 국민대책회의(이하 대책회의)'가 전면에 나섰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주최'가 '주도'를 뜻하지는 않았다.

    ◆끝내 쇠파이프 등장

    지난달 24일 밤 9시30분쯤. 집회는 늘 그랬던 것처럼 청계광장에서 마무리되는 듯했다. 그때 참가자들 사이에서 "청와대로 가자"는 고함이 터져 나왔다. 잠시 뒤 참여연대 박원석 협동사무처장이 연단에 올라 "오늘 우리 시민들이 촛불을 들고 청와대로 간다"며 "여러분도 이 움직임에 동참해줄 수 있느냐"고 말했다.
    3000여명의 시위대가 광화문우체국과 교보문고 사이의 왕복 8차선 도로로 나갔다. 이후 당연히 치러야 할 행사처럼 되어버린 '도로점거'의 시작이었다. 다음날 새벽, 대책회의 관계자들은 경찰의 '해산' 요구에 동의했지만 시위대는 그들을 따르지 않았다. 촛불 시위가 중앙 통제식으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방증이었다.

    한번 도로로 나온 시위대는 그 뒤로 연일 서울 도심의 주요도로를 점거했다. 지난달 31일 밤에는 청와대 1㎞ 앞까지 시위대가 몰려들었다. 일부 참가자는 전경버스를 타넘고 뒤흔들었다. 경찰은 시위대를 향해 정면에서 물대포를 쐈다.

    지난 7일 시위에서는 일부 참가자가 인근 지하철 공사장에서 '쇠파이프'와 '각목'을 가져왔고, 전경버스의 유리창을 깬 뒤 엔진을 훼손했다.

    ◆인터넷으로 시위 생중계

    9일 오후 8시30분쯤 시청 앞 서울광장에 모였던 2500여명의 시위대가 소공로로 향하자, 두 남자가 시위대와 함께 뛰기 시작했다. 한 남자는 손에 6㎜ 카메라를 들고 있었고 다른 이는 카메라와 연결된 노트북 컴퓨터를 치켜든 채 뒤를 따랐다.

    이들은 시위 현장을 인터넷으로 생중계하고 있었다. '오마이TV', '아프리카', '라디오21' 등의 인터넷 방송은 시위를 생중계했다.

    동영상 한 편이 시위 분위기를 바꿔놓기도 했다. 1일 한 젊은 여성이 경찰의 군홧발에 머리를 채이는 동영상이 공개됐다. 동영상은 인터넷을 통해 급속도로 퍼졌다. 이후 이 여성이 서울대에 재학 중인 이나래(21)씨로 밝혀지자 서울대는 경찰청에 '항의 서한'을 보냈다.

    ◆불확실한 인터넷 정보, '테러' 수준

    3일 인터넷에서 '전경이 시위대를 폭행하는 장면'이라는 사진과 함께 사진 속 인물이라며 특정 전·의경들의 학교, 개인 홈페이지 주소, 연락처가 유포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해당 전·의경은 불특정 다수로부터 '테러'에 가까운 욕설과 협박에 시달렸고, 이들이 휴학 중인 대학교에도 항의전화가 빗발쳤다.

    개그우먼 정선희씨도 "촛불집회 참가자들을 비하했다"는 네티즌의 집중 공격을 받아 지난 6일 출연하던 3개 방송 프로그램에서 하차했다.

    일부에서는 특정언론에 대한 '불매운동'까지 벌어졌다. 인터넷 포털 다음의 '조·중·동(조선·중앙·동아일보) 폐간국민캠페인'카페를 중심으로 한 네티즌들은 "조·중·동에 광고를 내는 기업에 불매운동을 하겠다고 해서 광고를 끊도록 하자"며 조직적으로 기업들을 압박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조·중·동에 광고를 내는 광고주를 상대로 아주 많은 사람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전화를 하고 또 하는 것"을 '숙제'라고 부르며, 매일 해당 신문에 광고를 실은 기업들 중 몇 곳을 골라 집중적으로 전화를 걸도록 하고 있다. 때문에 '타깃'이 된 기업들은 업무를 보기 힘들 정도의 전화에 시달리기도 한다. 몇몇 기업들은 빗발치는 전화를 받다 못해 홈페이지에 '사과문'을 올리기도 했다. 이 때문에 '정당한 소비자 운동'이라는 주장과 '군부시절을 연상케 하는 광고탄압'이라는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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