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 소통은 서로를 이해하기 위한 상호 작용이 아니다. 작가에게 소통은 우리가 말하고 싶은 이야기를 소설이란 형태로 쓰는 일방적인 행위이다."

2001년 결성된 '작업'은 문단에서는 흔치 않게 소설가들로만 이루어진 소설 동인(同人)이다. 신승철 김도연 양선미 구경미 김숨 한지혜 오현종 한차현 김문숙 김도언씨 등 1997~1999년에 등단한 소설가들이 주축이다. 이후 2003년 원종국씨와 2004년 권정현씨가 추가로 참여했다.

'작업'은 7일 오후 7시 서울 마포의 '문지 문화원 사이'에서 독자들과 함께 '술 권하는 소설, 작업과 함께 하는 난장'이란 주제 아래 작가와 독자의 소통을 모색하는 실험적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50여명의 독자를 초대한 '작업' 동인들은 "술을 마시고, 작가와 독자, 문화 생산자와 문화 소비자 간의 거리를 분쇄하자"며 맥주와 소주를 사이에 두고 독자들과 마주앉았다.

'작업'의 이날 퍼포먼스는 소설 동인지를 통해서만 독자와 만났던 '작업' 동인들이 시도한 새로운 소통방식이다. 각자 작품 세계도 다르고, 등단한 매체도 제각각인 이들이 하나의 동인으로 뭉친 것부터가 '소통'을 향한 절박함 때문이었다. 소설가 오현종씨는 "우리는 IMF 사태로 인해 독자와의 소통이 극단적으로 단절됐던 아픔을 공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녀는 "IMF 사태 이후 출판계가 극심한 불황에 빠지자 당시 신인이었던 우리는 발표 지면을 찾기가 더욱 어려워졌다"며 "우리끼리 뭉쳐서 서로를 격려하고 책도 함께 내자는 취지로 동인을 결성했다"고 말했다. 그간《거짓말》(2002·문학동네)과 《어젯밤에 우리 아빠가》(2005·샘터) 등 두 권의 동인지가 출판됐다.

독자와의 다양한 소통을 모색하는‘작업’의 동인들. 뒷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김도연 권정현 오현종 신승철 양선미 원종국 한차현 김도언 한지혜 구경미 김숨 김문숙씨.

작가와 독자들은 이날 밤 머리를 맞대고 함께 소설을 창작하는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소설가 원종국씨가 집단 창작 소설의 첫 문장을 읽었다. "35세의 독신 여자가 극장에서 혼자 영화를 보고 영화가 끝나서 자리에서 일어나는데, 바로 옆 자리에 10년 전 뜨겁게 사랑하다가 헤어진 남자가 앉아 있는 것을 발견했다." 객석의 독자가 손을 번쩍 들어 다음에 들어갈 여자의 말을 만들었다. "안녕하세요." 순간, 객석에서 웃음과 박수가 터져 나왔다.

'독신과 소통'이라는 주제 아래 방담도 이어졌다. 소설가 구경미씨가 "소설은 고독해야 나오기 때문에 나는 가족을 만들지 않는다"고 하자 한 독자가 받았다. "오히려 소통해야 소설을 쓸 수 있을 것이고, 그러려면 독신은 바람직하지 않은 것이다." 원종국씨는 "남들에게 단절로 보이는 상태가 소설가에게는 활발한 소통일 수 있다"며 소설가의 작품 구상을 택시 운전에 비유하기도 했다. "소설가가 혼자 가만히 방에 누워 있는 것은 손님을 찾기 위해 기사가 빈 택시로 거리를 다니는 것과 같다"는 재치 있는 수사학에 관객들은 박수로 화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