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석의 세계] 나오시마 지중(地中)미술관

조선일보
  • 신용석·언론인
    입력 2008.06.06 22:19

    신용석·언론인
    나오시마(直島)는 일본 세토나이카이(瀨戶內海)에 위치한 자그마한 섬이다. 철(鐵)과 구리제련소 등이 들어서 있었던 이유로 오래전부터 공해의 대명사와도 같았다. 면적이 불과 16㎢밖에 안 되는 이 섬을 '자연과 인간과 예술이 함께 숨쉬는 문화의 섬으로 가꾸자'는 발상을 했던 사람은 베네세 출판그룹의 후쿠다케 소이치로(福武總一郞) 사장이었다. 그는 일본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건축가 안도 다다오(安藤忠雄) 씨에게 종합계획을 맡아 달라고 부탁했고 우여곡절 끝에 두 사람이 의기투합하여 나오시마 프로젝트를 시작한 것은 90년대 초였다.

    나오시마 프로젝트가 시작된 지 10여 년이 지나자 우리나라에서도 그곳을 다녀온 사람들에 의해 소문이 번지고 미디어를 통해서도 서서히 알려지게 되었다. 그러나 막상 일본인 친지들에게 물어보면 별로 관심도 없고 아예 모르는 사람들도 있었다. 일본인들도 제대로 모르는 그곳을 유독 한국인들이 많이 찾는 이유가 궁금하여 나오시마를 찾아가게 되었다.

    나오시마 프로젝트는 베네세 미술관과 야외 조각공원, 그리고 지중(地中) 미술관을 중심으로 민가(民家) 개조 작업(아트하우스)과 미술관, 호텔 등이 부수적으로 추진되고 있었다. 백남준 씨의 작품도 전시된 베네세 미술관과 칼더 같은 거장들의 작품을 모아놓은 조각공원도 일품이었지만 압권은 역시 지중미술관이었다. 건축가 안도 씨는 섬의 자연풍광을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자연채광으로 클로드 모네(1840~1926)의 수련(水蓮)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게 3층 규모의 미술관을 지하로 처리했다. 태양 광선의 미묘한 변화를 화폭에 담기 위해 일생을 바쳤던 모네의 작품들을 미술관의 인공 조명이 아니라 자연 채광을 통해서 감상한 최초의 경험이었다. 대형 화폭의 수련 작품이 시간대와 날씨에 따라서 색다르게 투영되는 지중미술관이야말로 모네의 작가 정신을 존중하고 있는 미술관이란 느낌이 들었다.

    나오시마에 가보면 섬 안에서는 물론 바다에서 바라보아도 이토록 거대한 3층짜리 미술관이 자리 잡고 있으리라고는 전혀 생각되지 않는다. 지중미술관은 자연경관을 사랑하고 존중했던 1세기 전의 화가 모네와 건축가 안도 씨와의 시대를 초월하는 예술가적 교감의 성지(聖地)로 느껴졌다.

    영국에서 공부하고 지중미술관의 학예관으로 있는 오호라(大洞)씨는 한국인들이 유독 이곳을 많이 찾고 있는데 대해서 자신은 물론 후쿠다케 사장과 안도 씨도 놀라고 있다고 했다. 나오시마를 찾은 한국 사람들은 이미 1만 명을 넘어섰으리라는 것이 현지 관광 사무소의 추산이기도 하다.

    우리나라는 선진국의 평균 3배가 넘는 국민총생산의 15%를 건설 산업에 투입하고 있으면서도 세계적인 건물과 건축가가 없는 것을 안타깝게 여기는 사람들이 많다. 또한 개발이라는 미명으로 자연이 훼손되고 있는 우리의 현실을 뜻있는 한국인들이 나오시마에서 반성하고 대안을 찾고 싶어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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