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외무성의 박의춘 외무상과 김계관 부상은 미국이 핵무기를 보유한 이스라엘과 우호적인 관계인 것을 지적하며, 핵 무장한 북한에도 익숙해져야 한다고 말했다고 잭 프리처드(Pritchard) 전(前) 미국 대북특사가 4일 밝혔다.

지난 4월 평양을 방문해 박 외무상 등을 면담한 프리처드 전 특사는 이날 기자회견을 갖고 박 외무상 등이 "우리는 단지 몇 개의 핵 무기만을 갖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고 밝혔다.

그에 따르면, 박 외무상 등은 핵 무기를 보유한 상태에서 미국과 관계를 정상화한 후에야 핵무기 감축을 논의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는 미국을 비롯한 6자 회담 참가국이 추진하고 있는 북한 핵 해체 방안과는 정반대로, 수교 후 핵군축협상을 하자는 주장으로 파악된다.

박 외무상 등은 또 크리스토퍼 힐(Hill) 국무부 차관보와 김 부상이 맺은 '싱가포르 합의'에는 플루토늄 핵 프로그램만 포함될 뿐 시리아와의 핵 협력과 농축우라늄 개발은 전혀 인정하지 않았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북측은 "2006년 10월에 핵 실험을 했을 뿐인데 어떻게 시리아에 기술을 이전할 수 있느냐"고 시리아와의 핵 협력설을 부인했다고 한다.

프리처드 전 특사가 전한 북한의 입장은 부시 행정부가 밝히고 있는 대북 협상 내용과는 상반되는 것으로, 논란이 일고 있다.

이에 앞서 미 국무부의 톰 케이시(Casey) 부대변인은 프리처드 전 특사가 공개석상에서 북한측으로부터 청취한 내용을 밝히자 "프리처드는 전직 관리일 뿐이다. 그가 무슨 말을 하는지 잘 모르겠다"며 전면 부인했다.

부시 행정부 1기 때 대북 특사를 지낸 프리처드 전 특사는 현재 워싱턴 소재 한미경제연구소(KEI)의 소장을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