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재정부는 5일 '최근 경제동향' 보고서에서 '우리 경제는 경기 하강이 점차 뚜렷해지는 가운데 유가(油價) 상승 등 비용 요인으로 인한 물가불안이 커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정책 방향에 대해 '경기위축을 완화하기 위한 정책 지속과 물가 상승으로 어려움을 겪는 서민생활 안정에 노력해야 한다'고 밝혔다.

얼마 전까지 재정부 장·차관은 "경기가 어려워 일자리를 잃는 것이 물가 상승보다 더 고통스러운 일"이라고 해왔다. 정부가 물가에 신경을 쓰기보다는 환율을 올려 수출을 늘리고, 금리를 내려 투자와 소비를 촉진시키고, 추가경정 예산을 편성해 경기 하락을 막는 게 더 중요하다는 주장이었다.

그랬던 재정부가 "물가 안정을 위해 모든 부문에서 노력을 배가(倍加)하겠다"며 한 발 물러섰다. 그만큼 물가 급등이 우리 경제의 시급한 현안이 됐다는 이야기다.

통계청이 발표한 5월 소비자 물가는 4.9% 올라 한국은행 물가관리 목표 3.5%를 훨씬 뛰어넘었다. 서민들이 주로 이용하는 52개 품목으로 구성된 이른바 'MB 물가지수'는 6.7%나 뛰었다. 올 들어 경유 값이 30% 이상 오른 것을 비롯해 밀가루, 삼겹살, 라면 등 식품 값과 학원비, 목욕비, 미용실 파마 값에 이르기까지 모든 상품·서비스 가격이 뛰고 있어 집집마다 생활비 지출이 크게 늘었다고 아우성이다.

물가 급등의 가장 큰 원인은 원유·원자재 값 상승이다. 여기다 이 정부 들어 환율이 달러당 930원대에서 1050원대로 뛰어오른 것이 물가 불안을 부채질했다. 성장률을 끌어올리려고 환율 인상으로 수출을 늘리겠다던 정부에 부메랑 효과가 날아든 것이다.

물가 안정 없는 성장은 '거품'이다. 소득이 늘어도 물가가 오르는 만큼 뒤로 손해를 보게 돼 삶의 질은 제자리걸음 하거나 뒷걸음을 치게 된다. 더욱이 물가 상승세가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로 모습을 바꿔 가면 노동자는 더 많은 임금을 요구하고, 기업은 제품 값을 올리고, 그것이 다시 각종 서비스 가격을 밀어올리는 악순환이 이어진다.

정부가 이제라도 물가 안정 의지를 밝히고 있는 것은 다행이다. 그러나 여전히 경기도 살피면서 물가도 챙기겠다는 식의 어정쩡한 태도다. 정부는 정책 우선순위를 좀 더 분명하게 밝혀 시장의 신뢰를 얻도록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