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평로] 금강산 관광, '동포 세일즈'의 한계

입력 2008.06.02 22:21 | 수정 2008.06.03 03:22

비싼 가격에다 과도한 통제
소비층 변하며 경쟁력 잃을 위기

박은주·엔터테인먼트 부장
조용하던 버스가 소란스러워진 것은 휴전선을 넘어가기 직전이었다. "창 밖으로 손 흔들면 안된다잖아", "관광증에 뭐 묻히면 나올 때 벌금 내야 합니다"…. 여행객과 안내자는 끊임없이 '하면 안 되는 일'에 대해 얘기하고 있었다.

1998년 11월 시작된 금강산 관광이 올해로 딱 10년째. 금강산 관광은 여전히 '어른들의 수학여행'이다. 시간과 규율을 엄격히 지키며 먹고, 자고, '담장 바깥'으로는 절대 나갈 수 없는 그런 여행. 감시자가 교사가 아니라, 북한이라는 것이 다를 뿐이다.

금강산관광특구에 '세계적 수준', '6성급'이라는 수식어를 동원한 리조트가 들어섰다. '남해 힐튼 리조트'를 만든 에머슨퍼시픽이 약 800억 원을 들여 건물을 짓고, 유럽계 회사가 운영을 맡고 있는 '금강산 아난티(Ananti) 골프&스파 리조트'다.

이 리조트가 지난달 28일 첫 단체 손님을 받았다. 객실은 푸껫이나 발리의 수준급 리조트를 연상시킨다. 발코니에서는 '깔때기 홀'로 유명한 골프 코스와 잘생긴 금강송들이 보인다.

이 리조트의 의미는 북한 관광 시작 10년 만에, '취향'에 관한 '새로운 페이지'를 썼다는 것이다. 그간 금강산 관광은 '레저의 획일주의'가 지배했다. 소도시의 1급 호텔을 연상시키는 객실, 단조로운 식사메뉴 같은 것 말이다.

그러나 여행객들이 바라는 건, '훌륭한 골프 코스, 세련된 객실' 그 이상이었다. 리조트에 온 여성들의 대화는 이랬다. "세상에 이렇게 좋은데, 외국 갈 필요 있겠어요?" "근데 불편해서 어디 자주 오겠어요?"

그들 말처럼, 북측 입국신고장의 줄은 길고, 분위기는 위압적이었다. 남쪽에서 누가 죽었거나, 여행객이 심하게 아프지 않고서는 신고한 시간 외에 여행지를 떠날 수도 없다. 그들이 원하는 건, 리조트 고객에게 걸맞은 '편리함'이었다.

'새로운 고객'의 시대가 오고 있는 건, 중학생들의 반응에서도 감지됐다. 지난 29, 30일 만난 오륜중 학생들은 "면세점 물건이 너무 적고 값도 비싸다", "교예단은 볼만하지만, 산에 가는 건 재미없더라", "오는 데 너무 불편했다"고 말했다. 그들에게 '북한'은 괌이나 푸껫, 도쿄, 홍콩 같은 많은 여행지 중의 하나인 것처럼 보였다.

세계에서 가장 비싼 수준의 실질적 입국세(입경료·2박3일 기준 1인당 80달러)를 내면서도, 그에 대한 선물로 예상치를 뛰어 넘는 '통제'만을 받는다면, 이런 상품은 '가격대비 만족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리조트 총지배인에게 이 리조트를 어떻게 '세일즈'할 생각인가 물었다. 북아일랜드 벨파스트(Belfast) 출신인 그는 "내 고향도 분단지역이지만 이렇지는 않다. 실제로 손님들에겐 너무 억압적이라고 느껴질 것이다. 그러나 역으로, 다른 지역에 비하면 도전적(challenging)이어서 흥미롭지 않겠나"고 답했다. 외국의 일부 여행사에서는 북한, 이란, 쿠바 같은 나라를 '오지 여행' 개념으로 팔고 있다니 틀린 말도 아니다. 그러나 우리에게 북한은 아직 '블랙유머'의 대상이 아니다.

리조트에서 휴식이 아니라 역으로 강한 긴장감을 느끼는 것에 흥미를 느끼는 사람이 지극히 소수에 불과한 건 더 문제다. 게다가 북한 땅을 밟는 것만으로 감지덕지 하던 '동포' 세대들은 신세대 '소비자들'과 바통터치를 하고 있다. 새로운 고객들은 '관광지 북한'을 비슷한 통제국가인 쿠바미얀마, osun.com/nation/nationView.jsp?id=136" name=focus_link>이란 같은 관광지와 비교해 '별점'을 매길 것이다. 이 사업에 관한 한 완벽한 '수퍼 갑(甲·강자)'인 북한은 '동포 고객'이 가고, '소비자 고객'의 시대가 오고 있음을 빨리 감지해야 할 것 같다.

-금강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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