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난 시위대… 성난 경찰

입력 2008.06.02 00:48 | 수정 2008.06.02 07:48

주말 대충돌… 물대포·경찰 특공대 동원해 진압
학생·주부 자발적 참여 많아… '반정부 축제'
"물대포에 실명·임산부 연행" 유언비어 돌아

촛불집회가 갈수록 규모가 커지고, 과격해지고 있다. 경찰 대응도 강경해졌다. 서울 청계광장에서 평화적으로 진행되던 촛불집회는 지난 주말부터 청와대 진출을 시도하는 시위대와 이를 막는 경찰 간에 '전경버스 전복 시도'와 '물대포 발사'를 주고 받는 폭력적인 양상으로 진행됐다. 시위 성격도 단순한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를 넘어 '독재 타도' '이명박 퇴진' 구호가 나오는 등 점점 '반정부 투쟁'으로 비화되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과격해진 시위대, 강경 진압한 경찰

시위대도, 경찰도 과격해졌다. 1일 밤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촛불집회를 마친 시위대 2만여명은 태평로를 거쳐 청와대 진출을 시도하다, 세종로 사거리에서 전경버스로 만들어진 바리케이드에 막혔다. 일부 시위대는 전경버스 5대의 바퀴에 펑크를 내고 유리창 2장을 박살냈다. 또 40여명은 바리케이드를 뚫기 위해 버스 앞 바퀴에 줄을 걸어 "영차, 영차"하면서 끌어내려 했고, 일부 시위대는 탑승문을 떼내고 버스에 올라 시동을 걸기도 했다.

하루 전인 지난 31일 오후 11시50분쯤에도 청와대에서 불과 1㎞ 정도 떨어진 경복궁 옆까지 진출한 시위대 중 일부가 시위대를 막고 선 전경버스를 넘어뜨리려고 했다. 10여명은 버스 위로 올라탔고, 3~4명은 몽둥이와 벗은 구두로 버스 창문 2장을 깨트렸다.
시위는 주말을 기점으로 '반정부 투쟁' 성격이 짙어졌다. 시위대의 구호 중에는 '독재 타도' '이명박 하야' '민영화 반대' 등 현 정부 주요 정책 전반을 반대하고, 이 대통령 하야를 주장하는 내용이 미국산 쇠고기와 관련된 구호보다 훨씬 많았다.

경찰도 강경하게 나왔다. 이날 밤 11시50분쯤 시위대가 전경버스 전복을 시도하자 경찰은 지난달 2일 촛불집회 개최 이후 처음으로 시위대를 향해 물대포를 발사했다. 경찰 무전기에서는 "물대포 쏴서 쭉쭉 밀어" "처음 쏠 때부터 압(壓·압력)을 높이란 말이야"는 소리가 흘러 나왔다.

시위대와 경찰이 폭력적으로 충돌하면서 현장에선 부상자가 속출했다. 국민대책회의는 "정모(23)씨가 경찰이 쏜 물대포에 맞아 고막이 파손됐으며 전경이 휘두른 방패에 맞아 다친 시민들도 많다"고 주장했다.

특히 1일 오후 인터넷에는 전경버스 옆에 쓰러진 한 여학생을 전경이 군화발로 머리를 밟은 뒤 차는 동영상이 올라와 네티즌들이 들끓었다. 서울지방경찰청 감찰과는 "이번 시위진압 동영상인지 확인해 맞다면 해당 직원을 찾아 징계하겠다"고 밝혔다.

경찰관 부상자도 속출했다. 서울경찰청 제1기동대 3중대 소속 김모(21) 일경은 1일 오전 6시30분쯤 경복궁 입구 동십자각 앞에서 시위대와 몸싸움 과정에서 무릎 인대가 파열되는 등 41명이 다쳤다고 경찰은 밝혔다.

부상자가 늘자 인터넷에 유언비어도 극성을 부렸다. 1일 '네이버'와 '다음'에는 전날 시위에서 '한 여고생이 물대포에 맞아 실명됐다'는 글이 광범위하게 유포됐다. 그러나 경찰은 "서울 주요 대형 병원 응급실을 확인했지만 그런 환자가 없었고 국민대책회의로부터도 그런 환자가 있다는 항의를 받은 적이 없다"고 밝혔다.

또 "경찰이 임산부를 연행했다"는 소문도 돌았으나 경찰은 "그 여성이 경찰 조사에서 '임신한 지 8주째다'고 주장해 병원에 가서 조사를 해보니 거짓말이었다"고 밝혔다.
1일 오전 서울 종로구 동십자각 앞에서 청와대 쪽으로 진출하려던 시위대를 향해 경찰이 물대포를 쏘고 있다. /최순호 기자 choish@chosun.com
◆다양해진 시위 참여층(層)

촛불집회 초기에는 중·고등학생 참가자가 많았으나 거리 시위로 변질된 뒤부터 대학생과 20·30대 직장인, 어린이를 동반한 주부 등 시위 참가자가 훨씬 다양해졌다. 대학 총학생회와 노동조합, '다함께'와 같은 좌파 단체 등 조직 차원의 참가자도 늘었다.

특히 지난 31일 집회에서는 유모차에 어린 자녀를 태우고 나온 '유모차 시위대' 200여명이 서울광장에서 덕수궁 앞을 지나 종로2가 전철역을 돌아 을지로를 통해 다시 서울광장으로 돌아오는 행진을 벌였다.

경기도 부천에서 왔다는 이모(여·32)씨는 "인터넷 육아 카페 '지후맘'에서 오늘 행사를 알리는 글을 보고 아들(3)을 데리고 나왔다"며 "광우병 걸린 미국산 쇠고기로부터 내 아들을 지키기 위해서 참가했다"고 말했다.

예비군들도 거리 시위에 참여해 시위대와 경찰 간의 과격한 충돌을 막고 교통 정리를 도왔다. 31일 밤 경복궁 근처에서 예비군 30여 명은 전경버스를 전복시키려는 시위대를 몸으로 막았다. 예비군 임모(31)씨는 "일부 시위대는 우리를 프락치라 부르기도 하지만 우리는 평화 시위를 위해 할 일을 할 뿐이다"고 말했다.

연인, 어린 자녀를 대동한 가족 단위 참가자도 많았다. 마치 야유회에 온 것처럼 집회를 즐기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31일 촛불 시위에 참여한 이모(28·회사원·서울 보문동)씨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대해 명확한 견해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여러 사람들과 구호 외치고 노래 부르는 것이 즐거워 시위에 나온다"고 말했다. 일부 참가자들은 차도에 드러누워 기념 촬영을 하기도 했다.

1일 새벽 0시30분쯤 서울 효자동 인근 도로에서 경찰이 시위대를 향해 물대포를 발사하고 있다. /박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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