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 해커, 'IT 전도사' 총장 가르치다

조선일보
  • 김경화 기자
    입력 2008.05.29 00:41

    건국대 구사무엘씨, 오명 총장에게 '보안' 조언

    "건국대 홈페이지에서 사용하고 있는 프로그램은 해킹에 상당히 취약합니다. 공격자가 접속해, (노트북이 갑자기 꺼짐) 이렇게 원격으로 컴퓨터를 꺼버릴 수도 있습니다."

    "이거 우리 정보처장이 꼭 알아야겠는데."

    28일 오후 서울 건국대 총장실. 밝은 갈색으로 머리카락을 물들인 구사무엘(19·경영학1)씨가 오명 총장(68)과 나란히 앉았다. 19세의 해커 구씨가 2004년부터 2006년까지 부총리 겸 과학기술부 장관을 지낸 'IT 전도사' 오명 총장에게 건국대 서버의 취약점에 대해 한 수 가르쳤다.

    구씨가 간단히 건국대 서버를 뚫고 들어가 원격으로 컴퓨터를 꺼버리는 장면을 목격한 오 총장은 즉석에서 구씨가 건의한 '학내망 보안연구 동아리' 지원을 약속했다.

    구씨는 지난 13일 한국정보보호진흥원방송통신위원회가 주최한 제5회 해킹방어대회에서 대상을 받은 '해커'다. 오는 31일부터는 세계 최대 해킹대회인 '데프콘'에도 참가한다.
    28일 오후 건국대학교 총장실에서 전국 해킹방어 대회에서 대상을 수상한 구사무엘씨가 오명 총장에게 학교 홈페이지가 해킹에 취약하다는 점 등을 설명하고 있다. /오종찬 기자 ojc1979@chosun.com
    그에겐 정부기관과 기업 등에서 "해킹방어 기술을 한 수 가르쳐 달라"는 러브콜이 쇄도하고 있다. 지난 20일에는 공군회관 대회의실에서 육·해·공군 보안실무자 300여명을 대상으로 최신 해킹기술의 공격과 방어에 대해 1시간 동안 강의하기도 했다.

    구씨는 고등학생 때부터 인터넷상에서 '스타 해커'였다. 일반적으로 해커라고 하면 불법적으로 인터넷 사이트에 침투해 남의 정보를 빼내는 사람이라고 생각하지만, 해커는 주요 사이트의 보안시스템을 뚫고 들어가 취약점을 찾고 보완책을 알려주는 사람들이다. 해킹 기술을 악용해 범죄를 저지르는 사람들은 엄밀히 말해 '크래커'라고 호칭해야 한다.

    중학교 3학년 때 컴퓨터 프로그래밍에 관심을 갖게 된 구씨는 독학으로 해킹방어 기술을 공부했다. 국내 서적을 구하기 어려워 외국 문서를 직접 번역하며 공부했던 구씨는 "해킹방어 기술을 공부하며 영어 실력도 늘었다"고 말했다.

    이렇게 익힌 실력으로 고3이던 지난해 여름, 한 해킹방어 기술에 관한 콘퍼런스에서 자신이 개발한 해킹방어 기법을 발표하기도 했다. 구씨는 "저작권 제한 없이 그 기법을 공개했기 때문에 현재 여러 프로그래밍 업체에서 그것을 상용화시키기 위해 연구 중"이라고 말했다.

    구씨는 해커로 유명세를 타면서 경찰 해킹관련 '요주의 인물' 리스트에 오르기도 했다. 2005년 구씨는 경찰청 사이버테러대응센터에서 참고인 자격으로 조사를 받았다. 휴대전화 문자메시지(SMS)를 공짜로 보낼 수 있는 불법 프로그램을 제작한 용의자가 자신의 컴퓨터에 구씨 홈페이지를 '즐겨찾기'에 등록시켜 놓았기 때문이다. 그만큼 구씨의 해킹방어 기술이 전문가들 사이에서 많이 참고됐다는 말이다.

    대학에서 경영학을 공부하고 있는 구씨는 장래 '안철수 연구소'와 같은 보안연구소를 경영하는 것이 꿈이라고 했다. 구씨는 최근 잇따르는 대형 해킹 사건에 대해 "보안에 대한 지식 없이 프로그램을 만들기 때문"이라며 "안전성을 갖춘 프로그램 제작 기술에 대해 연구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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