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45개 시·군·구에서 기초단체장 9명, 광역의원 29명, 기초의원 14명을 뽑는 재·보궐선거가 오는 6월 4일 치러진다. 정치권은 최근 쇠고기 파동과 이명박 대통령 취임 100일 다음날 치러지는 선거인 만큼 적지 않은 부담으로 선거에 임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선거가 압승으로 끝날 경우 이를 정국 반전의 계기로 삼으려 하고 있고, 통합민주당은 수도권에서 예상 밖으로 선전하면 대여(對與) 공세를 강화할 기회로 보고 있다. 그러나 민주당은 낮은 투표율 때문에 선거 결과가 매우 불투명하다는 판단 아래 '정권 심판론' 같은 큰 의미를 부여하는 데 부담을 느끼고 있다.
◆한나라당 강세 여전
한나라당은 자체 여론조사 결과 기초단체장 선거에서 경남 남해군을 제외한 서울 강동구, 인천 서구 등 5곳이 우세한 것으로 보고 있다. 민주당은 전남 영광군을 제외한 모든 지역을 경합 또는 열세 지역으로 분류하고 있다. 최근 한나라당 지지율이 30%대로 떨어졌지만 민주당 지지율도 20%를 넘지 못하고 있다.
민주당은 서울 강동구와 인천 서구 등 수도권에서 미국산 쇠고기 파동으로 인한 반사 이익을 기대하고 있다. 손학규 대표와 정세균 당 대표 후보가 지원 유세에 적극 나서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반면 한나라당 이명규 사무부총장은 "초반에는 인지도 열세로 우리 당 후보들의 지지율이 낮았지만 상승세를 타고 있다"고 했다.
◆민주, 정치적 의미 부여에 부담감
민주당은 당초 이번 선거를 이명박 정권 100일에 대한 심판으로 규정하려 했지만, 투표율이 낮을 것으로 예측되자 부담스러워하는 분위기이다. 당 핵심 관계자는 "투표율이 20%를 넘지 못하면 조직에서 열세인 우리가 이기기는 힘들다"며 "괜히 정치적 의미를 크게 부여했다가 선거에서 지면 여권 좋은 일만 시킬 수 있다"고 했다.
지난 4월 총선 때와 같은 무소속 돌풍이 불지도 관심거리다. 한나라당 관계자는 "경남 남해에서 무소속 후보가 강세를 보이고 있다"며 "당 조직력이 얼마나 발휘될 수 있느냐가 문제"라고 했다.
대구·경북 지역 선거에선 후보들이 서로 "내가 진짜 친박(親朴) 후보"라고 주장하는 등, 박근혜 전 대표의 여전한 인기를 실감케 하고 있다. 대구 서구청장 선거에 나선 무소속 후보 4명은 현수막 등에 서로 '친박' 후보라고 표시해 놓았다. 경북 청도의 일부 군수 후보들도 박 전 대표와 찍은 사진 등을 내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