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촛불집회', 엉뚱한 세력에 판 벌여줘선 안 돼

조선일보
입력 2008.05.26 22:08 | 수정 2008.05.26 23:09

미국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집회가 주말인 24일부터 심상찮은 양상으로 번져가고 있다. 서울 청계천 집회 참가자들은 내키는 대로 인도와 차도를 오르내리면서 광화문·종로·서울역·을지로·신촌 일대를 휩쓸고 다녔다. 촛불집회 참가자들이 차와 섞여 도로를 뛰어다니는 바람에 도심은 무법 세상이 돼버렸다. 비교적 평화적으로 진행됐던 그동안의 촛불집회와는 완전히 다른 분위기와 양상으로 바뀌어버린 것이다.

24일엔 집회 도중 단상에서 "청와대로 가자" "한나라당 정권 말살하자"고 선동하는 말도 나왔다. 시위대는 '이명박 아웃' '독재 타도' '정권 퇴진' 구호를 복창했다. 촛불집회가 아니라 촛불시위로 바뀌어버렸다. 이러다 시위대와 경찰이 물리적으로 충돌하거나 시위대가 차도를 뛰어다니다가 차에 치이기라도 하면 걷잡을 수 없게 돼버릴지 모를 상황이다.

평범한 사람들도 시위대의 감정적 물결에 휩쓸리면 난폭해지고 충동적이 될 수도 있다. 실제로 경찰에 연행된 사람들 다수는 평범한 시민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그보다는 그동안 쇠고기 수입반대와는 관련 없었던 집단들이 대거 가세하면서 집회가 불법으로 흘러가고 있다고 봐야 한다. 24일엔 여의도에서 '공기업 민영화 반대' '교육 자율화 반대' 집회를 가진 민주노총과 전교조 조합원들이 청계천 촛불집회장으로 몰려들었다.

경찰은 "자전거를 탄 선발대가 시위 코스를 미리 리드하고 있다"고 했다. 지휘부와 연락망이 있어서 시위를 조직적으로 이끌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인터넷에선 경찰이 작년 3월 반(反)FTA 시위대에 물대포를 쏘았던 장면이 이번 촛불집회를 진압하는 장면으로 둔갑해 유포됐다. 누군가 의도적으로 시위대의 감정을 폭발시키려고 하고 있는 것이다.

2002년 '효순·미선이' 촛불집회도 반미(反美) 감정을 부추겨 대선에서 이득을 보려는 정치적 의도가 배후에 있었다. 쇠고기 촛불집회도 정부에 대한 시민 불만에 불을 질러 다른 목적에 이용하려는 사람들이 없다고 할 수가 없다. 촛불집회에 참가한 선량한 다수 시민들이 무슨 일을 벌여서라도 정권에 타격을 줘야겠다는 의도로 나온 사람들은 아닐 것이다. 모든 사안을 어떻게 해서라도 반미 운동으로 연결해서 자신의 정치적 목적을 이루려는 세력과 사람들을 경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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