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세상을 움직이는 '보이지 않는 손'

    입력 : 2008.05.22 21:21 | 수정 : 2008.05.25 12:05

    입소문을 만드는 그들… 추적'인터넷 알바'의 세계
    기업과 '몰래 계약'… 상품 장점 전파·경쟁사 비난댓글도 올려
    "밝혀지면 끝장" 철저한 비밀로… 한 달에 1000만원 벌기도

    손모(35)씨의 글은 인터넷에서 그대로 '돈'이다. 특정 업체의 컴퓨터·주변기기를 사용하고 포털 사이트 블로그에 글을 올리면 해당 업체가 심사를 거쳐 10만원을 지급한다. 글 내용은 '알바(아르바이트의 인터넷 은어)'라는 의심을 사지 않도록 각 기기의 장·단점을 7대3 정도로 쓰고, 사진도 곁들인다. 글이 포털 메인 화면에 노출되면 5만원이 추가 지급된다.

    입 소문을 노리는 기업들의 '인터넷 알바 마케팅'이 온라인 세상에서 성행하고 있다. 다른 사람의 상품평을 중시하는 소비자들이 늘면서, 특정 네티즌들에게 돈을 지급하고 자사 제품 홍보를 맡기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누가, 어떻게, 얼마나 돈을 쓰나

    기업이 인터넷 알바들에게 얼마나 돈을 쓰는지는 논란이 분분하다. 보통 각 기업이 알바를 활용한 마케팅 자체를 비밀로 하고 있기 때문. 다만 마케팅 대행 업계에서는 보통 각 기업이 집행하는 인터넷 광고비용의 5~10%를 사용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알바'는 한정된 기간에 최대한 해당 기업의 상품이나 서비스를 알리는 역할을 한다. 이들의 보수는 수행하는 역할과 글의 수준에 따라 세분돼 있다. 마케팅 대행업체의 한 관계자는 "건당 수천원에서 수십만원까지 보수가 다양하다"고 말했다.
    업계에 따르면 가장 전형적인 형태의 '알바'는 뉴스 기사나 포털 사이트의 지식문답 코너, 커뮤니티에 댓글을 채우는 '댓글 알바'. 이들은 주로 월 100만~150만원의 정액 보수를 받고 활동한다. 이들은 대행업체와 비밀유지 계약을 맺고, 특정 제품에 대한 정보나 경쟁사 제품의 문제점을 댓글로 올린다. 활동기간은 프로젝트당 3~4개월로, 보통 5~6명이 동원돼 1인당 일일 30여 개씩 최고 월 1000개의 댓글을 올린다. 기업의 수주를 받은 마케팅 대행업체가 월 1000만~2000만원 정도의 비용을 받고 알바를 관리한다.

    마케팅 대행업체 퓨어엠 박명수 대표는 "댓글 마케팅은 입소문을 일으키는 가장 간단한 방법으로, 수년 전부터 유행하고 있다"며 "다만 발각될 경우 기업 이미지에 오히려 마이너스가 될 위험도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해 영화업계에서는 '최강 로맨스' 등 일부 영화가 포털에 알바를 동원했다는 네티즌들의 공격으로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진화하는 알바 마케팅 구조

    최근 기업들은 한 차원 높은 입소문 마케팅을 모색하고 있다. 인기 블로그 운영자나 온라인의 유명한 상품 비평가들을 몰래 후원해 '전문 알바'로 만드는 방법이다. 소비자들이 짧은 댓글보다 블로그에 실린 상세한 상품평을 더 신뢰한다는 데 착안한 것이다. '전문 알바' 들은 단순 댓글 알바와 달리 인센티브 시스템으로 운영된다. 대상은 자사에 호의적인 '마니아 블로거'들이 보통이다. 글 1건당 10만~20만원의 '활동비'가 지급되며, 조회수나 인용된 횟수에 따라 추가 수당도 지급된다. 윤리적인 논란에 휩싸일 것을 우려해 후원 여부는 비밀로 한다.

    블로그에 하루 10만 명 이상이 찾아오는 인기 블로거들은 이 같은 유혹을 견뎌내기가 쉽지 않다.

    한 인기 블로거는 "어차피 쓰는 글에 돈을 받는 셈이니, 거절할 이유가 없다"며 "사실 월 200만원은 벌고, 드문 경우지만 블로그를 몇 개 운영해, 한 달에 1000만원 가까이 매출을 내는 사람도 있다"고 말했다.

    황상민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는 "인터넷 상에서 여론을 주도할 수 있는 네티즌 층이 의외로 소수"라며 "이들이 특정 기업의 후원을 받고 글을 게재한다면 소비자들의 여론을 오도할 수 있고, 실제로 후원 사실이 드러날 경우 인터넷 상에서 큰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어디까지 합법?" 줄타기 고심하는 기업들

    CJ몰의 조사에 따르면 상품 후기가 달린 제품의 매출은 그렇지 않은 제품의 매출보다 1년 만에 2.5배가 늘어났다. 이렇게 댓글을 보고 물건을 사는 소비층에 대해 트윈슈머(twin-sumer)라는 신조어도 생겼다.

    하지만 '알바'를 썼다는 사실이 밝혀지면 해당 기업은 큰 타격을 받게 된다. 따라서 아예 자사에 우호적인 소비자들을 공개적으로 모집해 인터넷에서 입소문을 퍼뜨리게 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삼성전자 '자이제니아'·'프리니티', LG전자 'X매니아'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자체 제작한 UCC 등을 해당업체에서 평가받고, 현금이나 해외 여행 등으로 포상을 받는다.

    최근에는 '파워블로그' '프레스블로그' 등 아예 네티즌의 제품 리뷰에 대해 2000~3000원씩 바로 돈을 지급한다고 공언하는 사이트도 생겨나고 있다. 한 대기업 마케팅 담당자는 "비밀리에 알바를 관리하기가 솔직히 쉽지 않고, 기업에 부담도 있는 게 사실"이라며 "윤리적인 선을 넘지 않으면서 인터넷상에 최대한 홍보를 할 수 있는 방법을 고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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