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9월 문을 연 서울대 MBA(경영전문대학원)에서 처음으로 강의평가 100점 만점을 받은 교수가 나왔다. 이는 지난 19일 서울대 총학생회가 학생회 차원에서 강의평가 결과를 공개하겠다고 나서는 등 학생들의 '수업 선택권'에 대한 관심이 커지는 가운데 나온 것이라 주목된다.
◆강의평가 100점 맞은 교수
서울대 MBA에서 강의평가 100점을 받은 화제의 주인공은 미국 듀크대 MBA에서 초빙된 D.J. 난다(Nanda) 교수다. 난다 교수는 지난 봄학기에 '전략적 원가관리와 성과평가' 과목을 강의했고, 최근 수강생 27명 전원에게 100점을 받았다. 2년째 서울대 MBA 강의를 맡았던 난다 교수는 지난해 강의평가 결과도 97.5점으로 최고점수를 기록했다.
난다 교수는 서울대 MBA에서 올해 초빙한 22명의 해외 석학들 중 한 명이다. 그는 회계 분야에서 세계적인 명성을 얻고 있다. 그는 듀크대 MBA에서도 2003년, 2004년, 2007년 등 세 차례에 걸쳐 '올해의 교수(Teacher of the year)'에 선정됐다. 난다 교수의 수업을 들었던 차정민씨는 "경영전략 자체뿐만 아니라 타 분야와의 연계까지 고려한 수업 내용과 열정적인 강의가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강의를 끝내고 지난달 미국으로 돌아간 난다 교수는 이메일 인터뷰를 통해 "학생들이 중심이 되어 케이스를 연구하고 토론하며 스스로 답을 찾게 하는 방식으로 수업을 했다"며 "수업 시간에 활용할 새로운 케이스를 찾는 것을 비롯해 수업 준비에 엄청난 시간과 노력을 쏟았다"고 말했다. 난다 교수는 "학생들이 수업에 임하는 태도가 너무 진지하고 적극적이어서 평소보다 더 열심히 할 수밖에 없었다"고도 했다.
그는 또 "강의 평가를 통해 학생들이 1차적으로 수업에 몰입할 수 있는 동기 부여가 된다"며 "교수 입장에서도 강의 평가를 '존경'에 대한 평가로 받아들이지 말고 자기 발전을 위한 참고 자료로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인 교수 중에는 '생산서비스 운영관리'를 강의한 김수욱 교수가 98점으로 최고 점수를 받았다. 이 강의 수강생 19명 중에서 17명의 학생이 김 교수의 강의를 100점으로 평가했다. 김수욱 교수는 지난해 부교수 시절 정년보장(테뉴어) 심사를 미리 받은 뛰어난 연구실적을 보인 교수다.
김수욱 교수는 "MBA 재학생들이 워낙 열심히 하려고 하기 때문에 나 스스로도 신명 나게 강의에 몰입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학생 위한 강의평가 공개
서울대 MBA가 강의평가 점수를 지난해부터 공개하면서 긍정적인 효과를 얻자 지난 3월 초 고려대와 연세대 MBA도 이번 학기부터 강의평가를 전면 공개한다고 발표했다. 현재 서울대 MBA 재학생인 황석현씨는 "아직 접해보지 않은 수업을 수강 신청할 때 선배들의 강의평가 점수가 좋은 참고자료가 됐다"고 말했다.
학생들의 수업권에 대한 관심이 커진 지 오래다. 서울대 '스누라이프', 연세대 '연정공' 등 재학생들 인터넷 커뮤니티나 대학별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는 수강신청 기간이 되면 '○○○교수 강의 어때요?' 등의 질문과 답이 이어지기도 한다. 지난 19일 서울대 총학생회는 학교가 실시하고 있는 강의평가 점수가 공개되지 않는 것에 대한 대응책으로 학생들이 실제로 느끼는 강의 만족도를 공개한다고 밝혔다.
미국의 경우 '레이트마이프로페서(우리 교수님 평가해주세요·rate myprofessors.com)'와 같은 사설 인터넷 업체들이 미국 대학의 모든 학과 교수들에 대해 학생들의 강의평가를 제공하고 있다.
지난 2월 말 교수 1049명 전원의 강의평가 점수를 실명 공개했던 동국대 오영교 총장은 "교육 수요자인 학생들이 제품(강의)을 선택할 때 충분한 정보가 있어야 한다"며 "강의평가 공개는 대세가 되어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