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 단체의 기관장 인선에서 공모제(公募制)가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20일 "예술단체장은 가능한 공모가 아닌 추천으로 인선하겠다"고 말했다. 유 장관은 이날 밤 예술의전당에서 연극 관람 뒤 기자간담회를 갖고 "공모를 해도 적임자라고 할 만한 사람이 지원을 안 한다"며 공모제에 일대 수술을 가할 계획임을 밝혔다. 이는 지난 10년 동안 기관장 인선 모델로 자리잡은 공모제를 버리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현행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 및 인사지침에 따르면 임원추천위원회는 후보 모집 방식으로 공모제 또는 추천제를 병행할 수 있도록 돼 있다. 유 장관의 구상에 법적으로 하자가 없는 것이다.
문화부 관계자는 21일 유 장관의 발언에 대해 "지금까지는 기관장 응모 때 공무원이나 후배 예술가 앞에서 평가받아야 한다는 점 때문에 A급 예술가가 지원하지 않았다. 게다가 B급 이하만 지원하며 '코드 인사' 지적까지 받았다. 그러한 공모제의 부작용을 바로잡겠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강봉석 문화부 예술국장은 "예술의전당 사장, 국립오페라단장, 국립현대미술관장, 국립중앙극장장 인선도 공모제를 버리고 추천제로 갈 계획"이라며, "'공모제로는 좋은 사람 뽑기도 어렵고 행정비용만 들어간다'는 공감대가 다른 부처에도 형성돼 있다"고 밝혔다.
유인촌 장관은 또 "5명이 지원한 영화진흥위원장 인선을 둘러싸고 이해관계에 따라 말이 많다"며 "영화산업이 중요한 만큼 내가 직접 면접할 것"이라고 밝혔다. 역대 문화부 장관이 기관장 공모에 지원한 후보들을 직접 면접한 적은 없다.
유 장관은 "정동극장은 새 극장장을 뽑지 않는다. 내년 복원·개관하는 명동예술극장의 극장장을 뽑아 그의 지휘 아래 두겠다"고 밝혔다. 정동극장장 공모에는 무려 20명이 지원한 상태였다.
입력 2008.05.21. 2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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