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李)대통령, "FTA 비준안 마무리해달라" 손(孫)대표, "쇠고기 협상 때문에 어려워"

입력 2008.05.21 00:59 | 수정 2008.05.21 10:27

●회담 대화록
孫 "DJ·盧정부 대북정책 긍정적 부분 인정을"
李 "나는 보수 아니다… 북한과 물밑 대화중"

20일 이명박 대통령과 손학규 통합민주당 대표의 만남은,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시작됐다. 이 대통령은 청와대 본관 2층에서 손 대표를 직접 맞이하면서 "내가 (FTA) 협조를 받으려면 찾아가야 하는데…"라고 했다. 손 대표도 이 대통령의 건강 관리 등을 이야기하며 분위기를 맞췄다.

그러나 쇠고기 문제가 나오자 첨예한 논쟁이 벌어졌다. 2시간 중 1시간 30분 동안 손 대표가 얘기를 했으며, 이 대통령이 "나도 얘기 좀 하자"며 말하자, 손 대표는 "쇠고기, 교육, 서민, 북한문제 얘기 다 한 뒤에 말씀하시라"며 말을 이어갔다고 민주당 차영 대변인이 전했다.

◆쇠고기·FTA 놓고 평행선 대화

손 대표는 "30개월 이상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금지하고, 그 미만도 SRM(특정위험부위) 수입은 안 된다. 이성적·합리적 판단 못지않게 국민 생각도 중요하다"고 했다. 이에 이 대통령은 이날 발표한 한·미 추가협의 내용을 설명하며 "사실상 재협상에 준하는 내용이다. 30개월 이상 쇠고기 수입은 실질적으로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30개월 이상 쇠고기 수입문제에 대한 설전이 거듭되자, 이 대통령이 "마치 우리가 축산국장처럼 말하고 있다. 너무 디테일(자세)하다"고 하자, 손 대표는 "그게 키 포인트"라고 받아쳤다.

손 대표는 "조류독감(AI)이나 광우병 사태로 국민신뢰의 위기가 왔다. 지금 이 식탁 위에 놓인 달걀을 먹을까 말까 할 정도"라며 "중고생들이 촛불시위에 나서고 '광우병 괴담'이 있는 것은 미래에 대한 불안감, 0교시와 학원 자율화 조치로 인한 학업 압박감이 크게 작용한 것 같다"고 했다. 또 "대통령이 직접 잘못된 점은 사과하라" "이 정도 추가협의를 통해 고시하면 상당한 위기에 봉착할 것"이라고 했다.

이 대통령은 이에 "소통이 부족했다는 지적은 받아들인다"며 "적절한 시기에 성명서나 입장을 밝힐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재협상에 대해선 "손 대표도 대통령 해보면 알겠지만, 국제관행상 재협상이란 단어를 쓰기 어렵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비준안을 마무리해야 정치인 손학규의 시대적 사명을 다하는 것"이라고 협력을 요청했지만, 손 대표는 "일관되게 비준 찬성 입장이었지만, 지금 쇠고기협상 때문에 FTA 문제를 꺼내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했다.

◆"북한과 물밑 대화한다"

손 대표는 대북문제와 관련, "6·15, 10·4 정상회담 등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긍정적인 정책을 인정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나는 보수가 아니다. 우리가 꽉 막힌 게 아니라, 새 정부 이후 조정기다.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문제 등 물밑으로는 대화도 이뤄지고 있다"며 "이번에 미국이 북한에 쌀 50만t을 지원한 것에는 한국 노력도 들어가 있다"고 했다.

손 대표는 또 '강부자' '고소영'이란 말을 써가며 비판하자, 이 대통령은 "서민에 다가가는 노력을 하겠다"고 했다.

◆청와대 "결렬은 아니다"

이날 회동에는 류우익 대통령실장과 박재완 정무수석, 이동관 대변인, 민주당 이기우 비서실장과 차영 대변인이 배석했다. 이 대통령과 손 대표는 10여 분간 차를 마시며 독대했지만, 쇠고기와 FTA에 대한 입장 차를 좁히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측은 "협상 결렬로 예단하지 말라"며 "금명 대통령 담화가 있을 것이고, 민주당도 변화의 여지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한나라당은 "손 대표에게 실망했다"며 유감을 표명했다.

손 대표는 이날 청주에서 "대통령이 잘못을 사과하고, 책임지고 고치겠다면 머리를 맞댈 수 있지만, 결의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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