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여당이 북한에 대한 인도적 식량 지원을 적극 검토하기 시작했다.
한나라당은 19일 국회에서 열린 통일부와의 당정협의에서 "북한의 요청과 관계없이 즉각 지원에 착수해야 한다"고 정부에 권고했다.
정부 외교안보정책조정회의 의장인 유명환(柳明桓) 외교통상부 장관도 이날 정례 기자회견에서 "북한의 식량 상황이 매우 심각하다고 확인되거나 북한에 심각한 재해가 발생할 경우 (북측의) 요청이 없더라도 식량지원 추진을 검토하겠다"고 했다. 정부 당국자가 공식석상에서 북측의 요청이 없는 상태에서 식량지원 가능성을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현 정부는 그동안 이명박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언급한 바 있는 "북한의 요청이 있어야 식량을 지원한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하지만 남북관계의 경색이 풀리지 않는 상황에서 최근 미국이 북한에 식량 50만t을 지원하기로 하는 북미관계 개선 움직임이 활발해지자 정부 입장이 변화하는 조짐이다.
한나라당은 이 날 정형근(鄭亨根) 당 남북관계특위 위원장이 배포한 '2008년 북한식량위기' 보고서에서 "북한은 아사 발생 초기 단계인 풀죽과 벼뿌리를 먹는 단계로 4월부터 이미 아사자가 발생하고 있다"며 "한국 정부가 식량을 지원한다면 5∼7월에 발생할 수 있는 아사 사태를 상당 부분 방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한나라당은 이날 오후 국회에서 열린 통일부와의 당정협의에서도 "분배의 투명성이 보장되는 범위에서 정부가 북한에게 인도적 차원에서 식량 지원을 할 것을 권고한다"며 "'분배의 투명성'에 대해서도 미국이 요구하는 수준만큼이 아니라 좀더 유연성을 가진 투명성으로 접근할 것을 권고했다"고 말했다.
통일부 측은 이에 대해 "그 동안 북한의 요구가 없으면 지원할 수 없다는 입장이었지만 북한 상황을 종합해 다시 한 번 판단해 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참석했던 의원들이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