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로 몰려오는 학원강사들] 인기 연예인 부럽잖은 ‘흥행 보증 수표’

입력 2008.05.14 14:52 | 수정 2008.05.18 10:45

<이 기사는 weekly chosun 2005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엉덩이 한쪽 겨우 걸칠 수 있는 좁은 의자에 교재를 완전히 펴기도 힘들 정도로 작은 책상, 수백 명씩 들어찬 강의실에 선풍기 서너 대가 고작이었던 1980·1990년대 단과학원. 당시만 해도 인기강사를 따라 수강생이 철새처럼 몰려다니고 강사 한 명이 학원의 존립 자체를 좌우하기도 했다. 인터넷 강의가 활성화된 2004년을 전후해 콩나물 시루 같던 단과학원은 거의 사라졌다.

 그 자리를 채운 것은 이러닝 열풍을 업고 등장하기 시작한 동영상 강의 제공 사이트들. 자연히 요즘 인기강사가 나고 지는 곳 역시 온라인이다. 오프라인에서 강의력을 인정 받은 강사들이 인터넷의 막강한 파급 효과를 바탕으로 온라인에서 속속 데뷔하고 있는 것이다. 사교육업체가 방과후학교에 진출할 수 있는 길이 열리며 이들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과거 학원가 ‘흥행 보증 수표’였던 ‘서한샘-추경문-손주은’의 계보를 잇는 ‘신(新)스타강사’에는 누가 있을까?

(왼쪽부터)김기훈, 박승동, 우형철

‘외국어 본좌’ 김기훈 작년 20억 벌어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온라인 강의를 시작한 메가스터디(www.megastudy.net)는 세간의 명성에 걸맞게 많은 스타강사를 확보하고 있다. 수강생들 사이에서 ‘외국어 본좌’로 불리는 김기훈 강사는 메가스터디 외국어 영역의 1타 강사(한 영역에서 매출 1위를 기록한 강사를 뜻하는 은어)이자 영어교육 전문 기업 쎄듀 대표이사다.

 작년 한 해 메가스터디에서 강사료로만 20억원의 수입을 올렸고, 수강생도 10만명에 이른다. 몇 년 전부터 수학능력시험을 앞두고 ‘수능 대박송’을 직접 만들어 불러 수험생을 응원할 만큼 열성적인 그는 “강의를 할 때 가장 중요한 건 수강생에게 어떻게 학습동기를 부여하느냐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요즘 강사들은 수강생의 눈길을 사로잡기 위해 따로 유머 수업을 받을 만큼 ‘재미있는 수업’에 치중한다. 그러나 메가스터디 사회탐구영역 역사 부문 1타 강사인 고종훈 강사는 본질에 충실해 오히려 주목 받는 경우다. 역사와 근현대사 분야를 가르치는 그의 강의는 물 흐르듯 자연스러운 전개가 특징. 큰 그림을 그리고 세부 사항을 암기해야 하는 과목의 특성을 잘 살려 ‘기본에 충실하다’는 평을 받는다.

박승동 강사는 메가스터디 수학 부문 1타 강사다. 서울대 수학교육과를 졸업하고 서울 과학고에서 교편을 잡았던 그가 항상 강조하는 것은 ‘교과서’다. 교과서로 개념을 확실히 잡아야만 어떤 어려운 문제도 풀 수 있다는 게 닉네임 ‘교과서 박’ 박승동 강사의 지론이다. 한 수강생은 자신의 블로그에 “박승동 선생님은 연구를 많이 하시는 것 같다”며 “항상 기발한 풀이법을 보여주셔서 입을 못 다물 정도”라고 썼다.

(왼쪽부터)이충권, 박담, 김정호

‘삽자루’ 우형철은 3월에만 수강 신청 4만명
비타에듀학원(구 고려학원)이 만든 온라인 교육사이트 비타에듀(www.vitaedu.com)의 영역은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넘나든다. 우형철 강사는 본명보다 ‘삽자루’라는 수강 기호로 더 많이 알려져 있다.

 올 3월 한 달간 그의 강좌 신청자는 약 4만여명(누적회원 제외). 수강생 중 60~70%가 우 강사의 다른 강좌를 복수 수강하거나 강의가 끝난 후 해당 콘텐츠를 다시 구매할 만큼 반응이 좋다. 그는 매년 겨울 무료 스키캠프를 열고 연예인을 초청해 ‘삽자루 콘서트’를 진행하는가 하면, 자신의 강좌를 기록한 필기노트를 보내면 무료 수강권을 제공하는 등 수강생을 위한 ‘통 큰 서비스’로도 유명하다.

이충권 강사(외국어영역)는 서울 노량진 비타에듀학원에서 ‘전(全)타임 마감 신화’의 기록을 세운 주인공이다. “처음에는 이렇게 쉬운 강의를 듣고 성적이 오를지 의심될 정도였다”는 수강 후기가 인터넷에 올라올 만큼 기초 원리를 쉽게 설명하는 게 인기 비결이다. 그는 “온라인과 오프라인 강의를 통해 기반을 닦은 후 추후 장학사업도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이투스는 과목별 강사 인기순위 공개
SK커뮤니케이션즈가 운영하는 교육서비스 전문 사이트 이투스(www.etoos.com)도 다수의 인기 강사를 확보하고 있다. 이투스는 아예 과목별 강사의 인기 순위를 1위부터 7위까지 매겨 홈페이지에 공개하고 있다.

강민성 강사는 이투스 사회탐구영역 역사 부문에서 1위를 달리고 있다. 연대기 순서로 정리돼있는 교과서를 사건 중심으로 새롭게 해석하기 때문에 근·현대사 공부를 처음 시작하는 수강생들에게 인기가 높다. 한 수강생은 “강민성 선생님 강의는 만화책처럼 중독성이 있다. 뒷이야기가 궁금해 다음 강의를 또 클릭하게 된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솔직히 별로 추천하고 싶지 않네요. 저만 점수 오르고 싶으니까!” 박담 강사의 강좌 게시판에 한 여고생이 올려놓은 수강 후기다. 일명 ‘수·알·모(수험생이 알아야 할 모든 것)’ 강좌로 이름난 박 강사의 언어영역(문학) 강좌는 5월 6일 현재 이투스 해당 분야에서 1위를 기록 중이다. 자신만의 독특한 비법을 개발, 단순히 감(感)으로 문학 문제를 풀던 수험생의 들쭉날쭉한 점수를 올려준다는 입소문을 타고 큰 인기를 얻고 있다.

김정호 강사는 외국어영역 중에서도 듣기 과목을 막막해 하는 수험생에게 특히 인기다. 이투스 해당 영역에서 1위를 기록 중인 ‘Open Your Ears-본토 영어를 듣기 위한 발음규칙 100’은 영어가 잘 들리지 않는 이유를 조목조목 알려준다. 기본기를 다지기 위해 발음 교정부터 시작하는 게 특징. 듣기 문제를 풀 때 대충 들리는 단어 몇 개를 조합해 정답을 찍었던 수험생에게 잘 듣는 ‘특효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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