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담 키우는 인터넷

조선일보
  • 염강수 기자
    입력 2008.05.07 00:48 | 수정 2008.05.07 05:35

    '정도전 예언' 등 보도뒤 헛소문 확대 재생산…
    인터넷미디어협회 "정치세력·포털이 주도"

    이명박 정부가 추진하는 공기업 민영화나 FTA에 반대하는 세력, 당파적 혹은 상업적 목적을 가진 인터넷 신문, 대형 포털의 '인기검색어 서비스' 등이 사이버 공간을 '괴담(怪談) 공간'으로 변질시키고 있다.

    최근 이런 괴담이 급속도로 유포되면서 프리존뉴스, 빅뉴스 등 30여개 인터넷신문으로 구성된 한국인터넷미디어협회는 6일 성명을 통해 "사실상 치밀하게 조직화된 특정 정치세력과 미디어다음 등의 포털들이 (괴담 관련) 여론을 주도하고 있다"며 문제 제기를 하고 나섰다.

    지난 5일 오전 10시45분쯤 네이버 등 포털에는 N인터넷신문이 쓴 "숭례문이 무너지면 나라가 망할 것이라는 '정도전 예언'이 관심을 끌고 있다"는 기사가 올라왔다. 그리고 같은 날 오후에는 다시 '정도전 예언 사실이야? 소문이야?'라는 의혹 제기성 기사를 올렸다. '관심 끌기'용이었다. 그 사이 인터넷에선 미국 쇠고기 수입 에 따른 광우병 우려, 인터넷 종량제 도입, 독도 포기 의혹 등이 예언의 근거로 제시되며 퍼져나갔다. 네티즌은 "정도전의 예언대로 이런 일이 일어난다"며 무릎을 쳤다. 하지만, 같은 매체에서 이런 식의 '기사 장난'을 친 것에 신경을 쓰는 이는 드물었다.
    6일 오전 11시56분 '다음'의 메인 뉴스 코너에 '…미국 소고기 광우병에 과연 안전한가?'라는 기사가 게재됐다. 내용은 "PD수첩 영상에 나온 미국 소들은 광우병이 의심되니까 검사를 안 한다"는 것 등이었다. 하지만 이 글은 기자가 아니라 블로거가 쓴 글이었다. 인터넷에서 익명(匿名)의 개인이 펼치는 극단적인 주장도 메인 뉴스 대접을 받고 있는 것이다.

    중·고등학생들의 손을 잡고 '미국 소 수입 반대' 구호를 외치는 이들 중엔 다른 의도가 의심되는 이들도 있다. '안티이명박 카페' 대표인 백모씨도 그중 한 명이다. 그는 2004년 대통령 탄핵 당시 분신자살을 기도했었다. 지난 주말 집회에서 1만 개 양초를 준비하는 등 집회를 조직화하는 데 일조했다. 일부 정치권 출신 인사도 미디어 다음 등에 블로거 기자로 등록해 놓고 '…왜 100만명이 탄핵 서명했을까' 등의 기사를 생산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터넷미디어협회는 "미디어다음의 블로거 뉴스단에서 특정 정치세력을 대변하는 사람의 글이 마치 평범한 네티즌의 글인 양 전파되고 있다"며 "이런 움직임이 반미성향 집회로 연결됐다"고 주장했다. 왜곡된 정보의 유통 과정에서 포털의 '인기검색어' 서비스는 핵심 역할을 한다. 눈길을 끌 만한 기사가 전진 배치되면 클릭 수가 올라 인기검색어가 되고, 이를 본 네티즌이 다시 글을 퍼 나르면서 '괴담'의 무한 확산을 조장하는 것이다.

    안동근 한양대 신방과 교수는 "근거가 없는 소문, 그 소문이 사실인 양 보도하는 일부 언론, 이 언론의 영향을 받아 스스로 신뢰성을 회복한 소문이 다시 유통되는 악순환"이라며 "일부는 단순한 호기심이나 걱정 수준을 넘어 의도적으로 왜곡된 정보를 확산시키고 이를 오프라인의 투쟁으로 이끌어 내려는 위험한 시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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