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들에게 먹고 죽으라는 것"… 일부 방송 불안감 조장

입력 2008.05.07 00:46 | 수정 2008.05.07 03:40

"광우병 물질 600도 넘어도 파괴 안돼"
확인 안된 내용까지 여과없이 보도

지상파 방송의 일부 프로그램이 미국 쇠고기 수입과 관련된 검증되지 않은 내용들을 방송해 논란이 일고 있다. 안전성과 관련해 사실 관계가 밝혀지지 않은 내용이나 수입 반대론자들의 일방적 주장이 전국 방송의 전파를 타고 있는 것이다.

지난 5일 MBC '생방송 오늘아침'은 '대한민국 국민은 광우병 마루타입니다' '너나 먹어 미친 소' 등 쇠고기 수입 반대 집회장의 피켓이 등장한 화면을 내보냈다. 리포터는 "광우병은 후추 한 알만큼만 먹어도 걸리는 무서운 병"이라고 소개했다. 지난달 30일 KBS2 '생방송 세상의 아침'의 진행자는 "광우병 원인 물질 프리온은 섭씨 600도가 넘는 고온에도 파괴되지 않는다"고 전했다. 방송 내용은 인터넷에 떠도는 '미친 소 이야기'(만화·그림참조) 등에 나오는 주장과 일치한다. 하지만 농수산식품부 측은 이들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고 지적했다. 예를 들어, 프리온은 133도 3기압(압력밥솥 정도)에서 30분 가열하면 없어지고, 0.001g을 소의 뇌에 직접 접종하면 감염되지만 사람이 얼마나 섭취해야 감염되는지는 알려진 것이 없다는 것이다.
지난 2일 MBC '생방송 오늘아침'은 불안감을 주는 음향을 깔고 광우병 환자의 영상에 이어 "국민들한테 그런 거 먹고 죽으라는 말" "청와대에서 다 먹었으면 좋겠다" 등의 인터뷰를 내보냈다. 감정에 호소하는 이런 방식은 일반 보도 프로그램에선 금기시된다. 5일 방송된 집회 장면에서 일부 10대는 "스무 살 정도면 제가 죽는 거잖아요…무섭잖아요" "제가 나라 지키려고 군대에 갔는데 광우병에 걸려 돌아온다면 부모님 심정이 어떻겠어요"라고 말해, 인터넷 등에서 접한 불안감을 부추기는 정보에 영향 받았음을 보여줬다. 김은미 연세대 신방과 교수는 "TV로 보면 부정확한 정보라도 사실처럼 인식될 가능성이 높아진다"며 "확인도 안 된 내용들을 사실처럼 방송한 것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MBC PD수첩이 지난주 '긴급취재! 미국산 쇠고기, 과연 광우병에서 안전한가?'에서 방영한 이후 거의 대부분 방송·인터넷 매체에 등장한 '소 도축장 동영상'도 과장됐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정부는 최근 PD수첩에 언론중재를 신청하기로 결정했다. 미국 동물 보호단체인 '휴메인 소사이어티(Humane Society)'가 만든 이 영상은 일어서지 못하는 소를 도축하기 위해 강제로 일으켜 세우는 과정에서 발생한 동물 학대를 고발하기 위해 촬영된 것이다. PD수첩은 이 영상을 광우병 의심증세로 사망한 미국 여성의 사연과 함께 내보내 충격을 줬다. 하지만 두 가지 팩트 사이에 직접적 연관성은 없다. 지난 2월 27일자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이 단체는 청문회에서 "2007년 10~11월 촬영한 동영상을 왜 1월 말에야 공개했느냐"는 지적을 받자, "우리의 1차적 관심은 동물의 복지이지 식품의 안전 문제가 아니어서 검찰에 고발한 후 수사 진행을 기다렸다"고 답했다는 것이다.

최근 분위기에 편승해 프로그램의 정치적 파급력을 높이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KBS2의 '생방송 시사투나잇'은 지난달 21일 '만평' 코너를 신설했다. 이날은 '광우병' 소 위에 앉아 '로데오' 경기를 하는 이명박 대통령을 보여주고, "네, 이명박 선수 정말 잘 버티는군요. 저렇게 날뛰는 소는 처음인데요…"라는 해설을 내보냈다. 이 프로의 만평 코너는 지난 2005년 3월 박세일 전재희 당시 한나라당 의원의 누드 패러디 이후 폐지됐다가 이번에 부활했다. 지난달 29일에는 최근 이명박 정부의 인사 파행을 꼬집는 만평이 나간 직후, 한창록 진행자가 "벌써 피로감을 느끼는 국민들이 많을 것 같은데요. 앞으로 4년 10개월이나 남았습니다. 심기일전하시기 바랍니다"라고 말했다. 유재천 한림대 특임교수(신문방송학)는 "공영방송에서 프로그램 진행자가 그런 발언을 한 것은 일종의 정치적 선동에 앞장서는 것"이라고 말했다.
광우병 괴담 퍼뜨리는 '미친 소 이야기' '미친 소 이야기'라는 제목의 이 만화는 네이버 블로그에서만 같은 제목으로 600군데 이상에서 검색된다. 초등학생들이 주고받는 대화 형식으로,‘ 광우병은 공기로도 감염된다’(불가능)‘ 광우병 소를 묻은 땅에서 자란 식물도 감염된다’(동물성 단백질인 프리온은 식물로 옮겨갈 수 없음) 등 황당한 내용이지만, 그만큼 파급력도 컸다.‘ 무섭다’는 글을 남긴 이도 많다. 어린 학생들이 좋아하는 젤리와 라면 등이 소재로 등장했고, 도입부에서 집회 참여를 권유하고 있어 지난 2일과 3일 청계천 집회에 중·고등학생이 대거 참여하도록 유도한 측면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그림출처:디씨인사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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