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오전 11시쯤, 미국산 쇠고기 수입 협상을 담당한 농림수산식품부 홈페이지에 요란한 광고가 뜨기 시작했다.
'3억 미국인과 250만 재미교포, 96개국 세계인들이 즐겨 먹는 바로 그 쇠고기가 수입됩니다. (중략) 광우병 들어올 수도, 들어오지도 않습니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조건 협상이 끝나고 무려 19일이 지나서야 주무 부처가 인터넷을 통한 본격적인 대국민 홍보를 시작한 것이다. 그전까지 농식품부 홈페이지엔 미국산 쇠고기 수입의 정확한 실상을 국민에게 적극적으로 알리기 위한 노력이 눈에 띄지 않았다.
인간 광우병과 관련돼 또 다른 주무부처가 된 보건복지가족부의 홈페이지도 이날 오후 6시가 넘어서야 '광우병 괴담 10문 10답 자료'를 올려놨다. 네티즌들의 폭주하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 항의에 폐쇄된 이명박 대통령의 홈페이지는 여전히 닫힌 상태였다.
인터넷을 중심으로 떠돌고 있는 광우병 괴담(怪談)으로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밑도 끝도 없는 불안감이 아직도 많은 국민들을 사로잡고 있는 상황인데도, 이에 대한 정부의 대응은 여전히 우왕좌왕하며 뒷북 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날 오후 3시 농식품부·보건복지부가 공동 개최한 '제2차 미국산 쇠고기 안전성 설명회' 일정을 확정해 참석 대상인 기자들에게 알린 것도 오전 10시 50분이 넘어서였다.
지난달 29일 문화방송(MBC) 시사프로그램 'PD 수첩'이 광우병 괴담을 증폭시킨 방송을 내보낸 뒤에도 정부는 만 이틀 동안 아무런 대응을 취하지 않은 채 침묵을 지키다, 언론이 문제를 제기하자 설명회를 열었었다.
인터넷 공간에서 이명박 대통령 탄핵 서명이 벌어진 뒤 사흘 만에 내놓은 정부의 공식 대응이 이런 식이었다.
협상이 타결될 경우 당연히 불거질 것으로 예상할 수 있는 광우병 안전성에 대한 국민의 불안감을 해소할 치밀한 사전 전략 없이 즉흥적으로 일을 진행해 온 것이다.
정부 고위층의 신중하지 못한 발언도 문제로 지적된다. 이명박 대통령은 협상 타결 직후 "값싸고 질 좋은 쇠고기를 먹을 수 있게 됐다"고 말해, 광우병 안전성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배려하지 않는 듯한 인상을 주었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위기대처 능력이 총체적으로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황상민 연세대 교수(심리학)는 "이번 정부 들어 이명박 대통령 혼자 일을 다해 공무원들은 일을 시킬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습성이 된 것"이라며 "공무원들은 새벽부터 별 볼 때까지 일한다지만 위기 대응 능력은 이전보다 한참 떨어진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