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여수시 소호동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여수 오션리조트' 현장. 지하 4층, 지상 7층짜리 콘도와 워터파크 공사가 한창이다. 공정률 80%로, 오는 7월 5일 문을 연다. 바로 옆에선 309실의 호텔과 컨벤션센터 기초공사가 진행 중이다. 인근 화양면에는 999만㎡(300여만평)에 숙박·마리나 시설과 골프장 등을 갖춘 해양관광단지가 만들어지고 있고, 소라면에는 한 레저업체가 한옥 펜션 150동과 32층 콘도를 짓기 위해 부지를 매입 중이다.

전남 신안의 섬 증도에 2년 전 문을 연 '엘도라도 리조트'는 배를 타는 불편에도 주말이면 방을 잡기 어렵다. 투자기업 ㈜한백은 증설을 서두르고 있다. 이뿐 아니다. 전남도는 부지 매입이 어려워질 것을 우려해 여러 사업의 진행 상황을 철저히 비밀에 부치고 있으나, 여수에서는 몇몇 대기업이 땅을 집중 매입했고, 신안 등 서남해 섬에서도 국내·외 자본 6곳이 개발부지를 대규모로 사들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천혜의 경관을 갖고 있으면서도 사람 손길이 닿지 않았던 전남의 해안과 섬이 잠에서 깨어나고 있다. 전남의 인구는 전국의 4%, 면적은 12%에 불과하지만, 섬은 1965개로 전국의 62%, 해안선은 6419㎞로 50%, 갯벌은 1054㎢로 44%를 차지한다. 은하수처럼 많은 섬들이 모인 다도해와 오밀조밀한 해안선, 넓고 기름진 갯벌 등 해양 자원은 전남의 미래를 열어갈 최대의 자산으로 떠오르고 있다.

박준영 전남지사는 그래서 입만 열면 '해양 경영'을 노래한다. 그는 "섬과 해안, 갯벌, 생물자원 등 해양을 어떻게 '경영'하느냐에 지역과 국가의 명운이 달려 있다"고 말한다. 전남도는 올해를 '해양경영 원년'으로 정했다. '동북아 해양경영 중심지'를 기치로 ▲해양관광 거점 육성 ▲해양 생물자원 산업화 ▲세계적 조선산업 메카 조성 ▲해양경영을 위한 인프라 구축 등에 힘을 집중하고 있다.

◆해양관광 거점 육성

전남도는 신안·영광의 '다이아몬드제도', 진도·해남의 '조도', 완도의 '보길도', 여수·고흥의 '사도·낭도' 등 4개 권역 40여 개 섬에 4조5898억 원을 투자해 세계적 해양관광 거점을 개발하는 '갤럭시 아일랜즈'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9개 업체와 해양펜션단지 투자협약도 맺었다. 완도 등 3곳은 사업이 시작됐다. 여수엑스포와 서남해안관광레저도시(J프로젝트)는 해양관광의 기폭제가 될 전망이다.

지난 3월 26일 전남도가 서울에서 연 관광투자유치설명회에는 예상보다 2배 많은 800여명이 몰려 일부는 선 채 설명을 듣거나 식사를 못하고 돌아가야 했다. 설명회에서 2조9000여억원의 투자협약이 이뤄졌고, 이후 투자문의가 이어지고 있다. 주동식 관광문화국장은 "전남의 해안과 다도해는 머지않아 요트와 위그선(물위를 나는 배)이 오가는 동북아 해양관광 명소로 떠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전남 신안군 증도‘엘도라도 리조트’. 바로 앞에 4㎞ 백사장을 가진 우전해수욕장이 펼쳐진다. 전남 섬 지역에 처음 문을 연 관광지로, 주말이면 관광객이 몰려든다. 운영회사는 증설을 서두르고 있다.

◆해양생물자원 산업화

어류와 조개, 해조류 등 해양 생물에서 유용한 물질을 추출해 기능성 식품이나 신약 등을 개발하는 것도 해양경영의 핵심 분야. 전남도는 전국에서 유일하게 '해양생물과'를 설치, 해양바이오산업과 수산가공 업무를 전담하도록 하고 있다.

해양바이오연구원, 해양생물연구교육센터 등 연구진과 몇몇 바이오업체들은 전복과 문어·낙지, 미역·다시마·톳 등에서 신물질을 추출, 기능성 식품 개발에 나섰다. 전남도는 완도에 '해양바이오 창업지원센터'도 건립하고 있다.

사라져가던 갯벌 천일염을 되살려 법률 개정을 거쳐 올해부터 식품으로 인정 받았고, 기능성 소금 개발 등을 통해 산업규모를 1조원대로 키울 계획이다. 또 수산업의 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품목별로 기업화를 적극 지원하고 있다. 김갑섭 해양수산환경국장은 "올해 안에 전복 등 5개 품목은 생산·가공·유통을 아우른 주식회사를 설립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세계적 조선산업 메카 조성

최근 활황을 타고 조선산업은 전남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떠올랐다. 해남에 대한조선이 매출 7조 원, 고용 1만1000명 규모의 대형 조선소를 건설 중이고, 진도·신안·목포에서 중형 조선소 3곳이 연내 선박건조에 들어간다. 광양 등 동부권에도 조선소 2곳이 최근 기공됐다. 전남도는 신안과 고흥에 1874만㎡의 조선타운을 조성하기로 하고, 17개 업체에서 2조3000억 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양복완 경제과학국장은 "조선소들과 대불산단을 묶어 조선산업클러스터를 구축하고, 요트 등 고부가가치 선박 분야를 집중 육성해 세계적 경쟁력을 갖출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