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오후 7시부터 서울 청계천 광장에서 열린 '미국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집회'에는 경찰 예상과 달리 1만여명의 시민이 참가했다. 경찰은 당초 이 집회에 300명 정도가 모일 것으로 예상했다가 참가자가 늘어나자 급히 37개 중대 3300여명의 경찰을 투입했다. 오후 10시쯤 끝난 집회는 평화적으로 진행돼 경찰과 시위대 간 충돌은 벌어지지 않았다.
◆온라인에서 오프라인으로 확산
시위 참가자들은 주최측이 나눠준 촛불을 들고 청계천 주변 인도와 차도에 앉아 "미친 소 먹고, 미치기 싫어" "굴욕적인 대미 외교 반대" 등의 구호를 외쳤다.
집회 현장에는 '한국인 감염률 95%, 에이즈보다 무서운 광우병 감염 경로'라는 제목의 A4용지 크기 전단지가 뿌려졌다. 이 전단지는 화장품·떡볶이·오뎅국물·과자·팥빙수까지 광우병 위험 제품이나 음식으로 소개하는 자극적인 내용이었다.
대부분의 참가자는 인터넷에 뜬 집회 안내를 보고 나온 사람들이었다. 회사원 주미경(여·25)씨는 "인터넷이나 언론을 통해 확인해 보니 미국산 수입 쇠고기가 광우병 때문에 위험한데도 너무 쉽게 수입 결정이 난 것 같아 거리로 뛰어나왔다"고 말했다.
참가자들은 "너나 먹어 미친 소!" "이명박은 미친 소!"를 외쳤고, 일부에서는 "이명박은 빨리 물러나라!"는 구호도 터져 나왔다. 집회에 참가한 대학생 김혜진(여·24)씨는 "대통령이 국민 뇌에 구멍을 뚫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집회에는 퇴근길 시민들뿐만 아니라 교복을 입은 중고생들의 모습도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중학생 김민수(15)군은 "인터넷을 통해 광우병이 위험하다는 사실을 알고 친구와 함께 왔다"며 "대통령이 광우병 쇠고기를 수입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촛불 집회 '정치 집회'로 번지나
이명박 정부 들어 처음 대규모 '촛불'로 이뤄진 이날 집회는 2002년 대선(大選)에 결정적 영향을 미쳤던 '효순이 미선이' 촛불집회와 2004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 반대 촛불집회의 상황을 떠올리게 했다.
이날 집회는 인터넷 다음에 만들어진 카페 '2MB 탄핵 범국민운동본부'가 주최했다. 여기서 '2MB'란 이명박 대통령을 지칭한 것으로, 현 정부에 반대해 온 정파 및 세력들이 주도하고 있다.
이 카페는 지난해 대선 당일인 12월 19일 만들어진 것으로, 구 여권세력인 열린우리당 당원과 창조한국당 당원이 주도하고 있다. 현재 이 카페 운영 책임자는 전 열린우리당 당원 한병상(45)씨로 알려졌다. 서울 광진갑 국회의원인 김영춘 창조한국당 의원(전 열린우리당 의원)측은 "한씨가 열린우리당 시절부터 광진갑 당원협의회 군자동 운영위원이었다"고 밝혔으나, 한씨는 "현재 창조한국당 당원은 맞지만 열린우리당 당원은 아니었다"고 부인했다.
한씨는 지난 1월 강준씨로부터 '카페지기'를 넘겨받았다. 강씨도 창조한국당 당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씨는 "강씨가 문국현씨가 이끄는 창조한국당의 사이버팀 당직자로 가면서 내게 카페지기를 넘겼다"고 말했다.
한씨는 "이명박 대통령 개인의 부도덕성과 미국을 향한 굴욕 외교, 소고기 수입 정책 등의 반대를 주장하기 위해 집회를 주최했다"고 말했다.
바른사회시민회의 전희경 정책실장은 "지난 2002년 열렸던 효순이 미선이 촛불집회, 탄핵 반대 집회를 떠올리게 한다"며 "지난 대선 때 몰락했던 좌파 세력들이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시위를 계기로 다시 결집하기 시작한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