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뒤덮은 '오성홍기(五星紅旗)'

입력 2008.04.28 00:19 | 수정 2008.04.28 06:12

27일 오후 2시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평화의 광장. 베이징올림픽 성화 봉송을 앞두고, 오전부터 몰려든 중국인 6500여 명이 광장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이들은 저마다 대형 오성홍기(五星紅旗·중국 국기)를 치켜들고 휘두르거나 몸에 휘감고 있었다.

2000여 개의 크고 작은 오성홍기와 이들이 입고 온 붉은 옷으로 광장 전체는 붉게 물들었다. 곳곳에는 '사랑한다 중국', '중국의 진정함을 세계에 알리겠다', '티베트는 영원히 우리 중국 땅'이라 쓰인 현수막도 수십 개가 내걸렸다.

김성용(71·서울 송파구)씨는 "6·25 때도 이렇게 많은 붉은 깃발이 서울 도심을 덮은 적은 없었다"며 "마치 2002년 월드컵 때 거리를 뒤덮은 우리나라 태극기를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렇게 많은 오성홍기 처음”

성화 봉송 시작 전 광장 건너편 올림피아나 관광호텔 앞에서 작은 소동이 있었다. 중국의 탈북자 송환과 티베트 시위 무력 진압에 항의하는 시민단체 회원 180여 명이 피켓을 들고 "No Human Rights, No Olympic Games!(인권 없이 올림픽 없다!)"라는 구호를 외쳤다.

27일 벌어진 베이징올림픽 성화 봉송 과정에서 중국인들과 한국 시민단체들 사이에 충돌이 일어나자 경찰이 이를 말리고 있다. 조인원 기자 join1@chosun.com

그러자 광장에 있던 중국인 1000여 명이 시위대 바로 앞쪽으로 몰려가 선창자가 확성기를 대고 내지르는 구호에 맞춰 "지아요, 중궈(파이팅 중국)!"를 계속 외쳤다. 1000여 명이 한꺼번에 내지르는 소리에 시민단체 회원들의 구호는 파묻혀 들리지 않았다. 일부 중국인 유학생은 종이컵과 돌멩이를 시민단체 회원들에 던지기도 했다.

중국인 유학생들은 이날 봉송하는 성화를 '호위'하기 위해 조직적으로 모였다. 행사 2주 전부터 인터넷상의 국내 중국인 유학생 커뮤니티에는 "27일 올림픽공원에 모이자"는 공지가 떴다. 유학생 한후(22·한국기술교육대)씨는 "베이징올림픽 티셔츠 3만 벌과 오성홍기 3만 개가 행사 하루 전인 26일 중국에서 한국으로 보내와 행사 참석자들에게 전달됐다"고 말했다.

◆중국인들만의 축제?

오후 2시20분쯤 성화봉송 1번 주자인 김정길 대한체육회 회장이 성화를 들고 뛰기 시작했다. 그러자 운집한 중국인들과 2000여 개 붉은 깃발도 김 회장을 둘러싸고 함께 뛰기 시작했다.

올림픽공원을 출발한 성화는 올림픽 종합운동장~한남대교~동대문운동장~서울시청까지 총 22㎞ 구간에 걸쳐 봉송됐다. 김정길 대한체육회 회장을 1번 주자로 해서, 마지막 주자 '서울올림픽 굴렁쇠 소년' 윤태웅(27)씨까지 총 68명의 주자가 달렸다.

오후 7시쯤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 도착한 성화는 윤태웅 씨가 오세훈 서울 시장과 함께 소형 성화대에 불꽃을 옮김으로써 국내 봉송 일정을 마무리했다. 서울광장에도 4000여 명의 중국인이 모여 성화를 열렬히 맞이했다.

경찰 관계자는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경찰관 9300여 명을 배치했는데, 경찰 경호가 필요 없을 정도로 중국인들이 많이 모였다"며 "누가 저런 분위기에서 성화를 저지할 수 있겠는가"라고 말했다.

그러나 오후 2시55분쯤엔 성화가 송파구 신천역 부근을 달릴 때 탈북자 장모(33)씨가 갑자기 뛰어들어 성화를 뺏으려다 경찰에 체포된 일도 있었다. 장씨는 경찰에서 "중국이 탈북자들을 북한으로 돌려보내 많은 이들이 죽었다"면서 "이에 대한 항의로 성화를 끄려고 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이날 한국인 3명과 중국인 유학생 1명을 성화 봉송 행사 방해 혐의로 체포했다.

올림픽공원 평화의 광장에서 서울시청 앞까지 베이징올림픽 성화는 22㎞를 달렸지만, 정작 봉송 장면을 직접 목격한 시민들은 많지 않았다. 봉송 구간 내내 중국인 6500여명과 호위 경찰관 등 '인의 장막'에 막혀 인도에서조차 제대로 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27일 오후 올림픽 공원에서 2008 베이징 올림픽 성화봉송을 지켜보기 위해 몰려 든 중국 청년들이 오성기를 펄럭이며 응원하고 있다. /이태경 기자 ecaro@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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