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한 군대가 아니라 싸워 이기는 군대 돼야"

입력 2008.04.12 00:21 | 수정 2008.04.12 01:56

● 李국방, 지휘관회의서 고강도 발언
야전성 중시, 李대통령 철학과 맞아
軍의 무사안일·관료화에 '선전포고'

이상희(李相憙) 국방장관은 11일 이명박 새 정부 출범 후 처음으로 열린 전군 주요지휘관회의에서 군의 무사안일과 관료주의화되고 있는 경향 등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 장관은 이날 국방부 대회의실에서 열린 회의에서 10여 분간 진행된 '정예화된 선진 강군을 향하여'라는 주제의 기조연설을 통해 "우리 군은 현재 군의 존재 목적을 경시하면서 강한 군대보다는 편한 군대를 선호하고 마치 편한 군대가 민주 군대인 것처럼 착각하고 있다"며 "선진 군대를 향한 우리 군의 모토를 '전투복을 입은 자는 전투 위치로'로 정했다"고 말했다.

이 장관은 특히 "'Fight Tonight(파이트 투나잇)', 즉 부대는 오늘밤 당장 전투가 개시되더라도 승리할 수 있는 부대가 되고, 군인은 그것을 감당할 수 있는 전투 전문가, 전문 싸움꾼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 군이) 전투형 군대가 아닌 관리형 군대로 변질" "구호성 부대지휘" " 보여주기식, 실적 위주의 불필요한 행정 척결" 등의 표현도 썼다.
11일 오전 서울 국방부 대회의실에서 열린 전군 주요 지휘관회의에서 이상희 국방장관(뒷줄 왼쪽에서 세번째)과 각 군 장성들이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군 최고 수뇌가 전군 지휘관 회의에서 기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이처럼 높은 수위의 비판과 질책을 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이날 발언은 평소 이 장관의 철학과 이명박 대통령의 철학이 결부된 것으로, 과거 행태에서 벗어나 고강도 군 개혁을 추진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이 장관은 기회 있을 때마다 '야전성(野戰性)'을 강조해온 것으로 유명하다. 지난달 취임사에서도 "강한 전사(戰士), 강한 군대의 기풍을 조성해야 한다"며 '강한 전사'라는 용어를 써 화제를 낳았다. 직업군인들이 가장 민감한 진급문제에 있어서도 인사·군수 분야 보다는 작전 분야 위주로 진급시켜야 한다는 것이 그의 지론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때문에 그가 장관에 취임한 뒤 군내에선 "이제 인사·군수 분야 장성들은 대장되려는 생각은 꿈도 꾸지 말아야 할 것"이라는 얘기까지 돌고 있다.

이 장관 발언은 길게는 60년 가까이, 짧게는 지난 5년간 우리 군에 쌓여온 문제점들을 없애고 환골탈태(換骨奪胎)하겠다는 것이다. 우리 군은 6·25 전쟁 이후 50여년간 베트남전을 제외하곤 전쟁다운 전쟁, 전투다운 전투를 해보지 못하다 보니 직업군인이 아니라 일반 공무원 비슷하게 관료화가 심화됐다는 지적이 많았다. 1993년 이른바 문민정부 출범 이후엔 대통령과 군수뇌부가 사고예방만을 강조하다보니 지휘관들이 실전적이고 강도 높은 훈련을 기피하는 무사안일 주의도 군 일각에 퍼져 있었다.

이 장관 말 중 "군이 전투임무에 전념할 수 있도록 지원, 정비, 수송, 시설, 토지, 환경 등과 같은 비(非)전투 분야에 대한 관리업무를 문민이 담당해야 한다"며 문민 기반 확대를 밝힌 것은 이 대통령의 철학이 담겨 있다는 평가다. 이 대통령은 최근 군 수뇌부를 만난 자리에서 "군에서 모든 것을 자급자족하려 하지 말고 민간 부문을 활용할 수 있는 것은 최대한 활용하라"는 지시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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