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시아칼럼] 중국이 '티베트' 해결 못하는 이유

조선일보
  • 박승준 베이징지국장
    입력 2008.04.11 22:23

    천편일률 논리 반복하는
    언론자유 한계가 걸림돌

    박승준 베이징지국장
    우리나라를 비롯한 많은 나라들이 언론자유를 누리고 있는 것은 존 스튜어트 밀(Mill) 덕분이다. 150년 전 영국에 살았던 밀은 '자유론(On Liberty)'이라는 책에서 언론자유가 있는 것이 없는 것보다 낫다는 것을 증명했다. "전체 인류 가운데 단 한 사람이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해서 그 사람에게 침묵을 강요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 그 의견이 틀렸다고 해서 침묵을 강요하면, 틀린 의견과 옳은 의견을 비교해 볼 기회를 잃게 된다." 그 스튜어트 밀이 '자유론'에서 중국에 대해 이야기해 놓은 것을 읽어 보면 참으로 흥미 있다.

    "중국은 한때 놀라운 재능과 지혜를 과시했다…지혜가 가장 뛰어난 현자와 철학자들이 명예와 권력을 함께 누릴 수 있는 정치제도를 만들어냈다…이런 민족이라면 계속해서 세계 역사를 이끌어 가야 했다…그런데 그들은 천 년 넘게 제자리에 머물러 있다…" 밀은 중국이 제자리에 머물러 있는 이유는 단 한 가지 때문이라고 했다. 그것은 "사람들을 모두 똑같이 만들고, 사람들의 생각과 행동을 동일한 규칙에 따라 통제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요즘 중국은 티베트 사태 때문에 전 세계 국가들을 상대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베이징 올림픽 개막식에 참석해서 축하해 주겠다고 약속한 부시 미 대통령도 백악관 대변인을 통해 "8월 스케줄을 벌써 말하기에는 너무 이르다"고 발을 빼고, 브라운 영국 총리도, 유럽에서는 중국과 가장 친한 척하던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도 "달라이 라마와 대화를 해야…"라면서 조건을 달아 후진타오(胡錦濤) 주석과 원자바오(溫家寶) 총리를 비롯한 중국 지도자들을 격분시키고 있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베이징으로 날아와 보잉 여객기도 팔고, 에어버스도 한꺼번에 70대씩이나 팔아 넘기더니 이제 와서…라는 생각을 하면 울화통이 터지지 않을 수 없다. 중국어를 거의 원어민 수준으로 구사하는 케빈 러드 호주 총리마저 베이징대학에서 강연하다 끝내 티베트 문제를 꺼내면서 "진정한 친구는 서로 다른 의견도 솔직하게 말해 주는 '쟁우(諍友)'라야 한다"고 밉상을 떨어 신경을 건드리고 있다.

    전 세계가 다 마음에 안 들고 불쾌하게 생각되는 중국 지도자들의 속마음은 외교부 대변인과 중국 언론들을 통해 표현된다.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 두 차례씩 열리는 외교부 브리핑은 지난달 14일 티베트 라싸에서 독립요구 유혈 시위가 일어난 이래 온통 티베트 문제가 처음이고 끝이다. 중국 외교부 대변인들은 CNN을 비롯한 각국 매체들을 향해 허위사실을 날조해서 보도한다고 목청을 높이고 있다. 제목만 약간씩 다를 뿐 대부분 신화통신의 기사를 그대로 받아쓰는 중국 언론들은 "티베트는 원래 중국의 일부이며, 달라이 라마는 종교인의 탈을 쓴 정치 부랑자"라는 단 하나의 정답만 되풀이해서 보도하고 있다.

    도대체 뭐가 잘못돼 가고 있는지에 대한 검토나 "사태 처리 과정에서 중국도 반성해야 할 점이 있는 거 아니냐"는 소수의견은, 눈을 껌벅거리며 중국 인터넷 뉴스의 바다를 (차단당하지 않은 곳만) 아무리 헤엄쳐 다녀도 찾아낼 수 없다. 그러다 보면 베이징 올림픽 개막식이 중국인들만의 잔치가 될지 모르는 위기에 처한 지금 뭐가 잘못돼 가고 있는지 문제를 찾아내지 못하는 것은 중국 언론들이 정답 이외에는 보도를 하지 않기 때문, 다시 말해 언론자유가 없기 때문이라는 결론을 내리지 않을 수 없다.

    같은 아시아 사람으로서 옆에서 보기에 안타까워 중국 외교부 관리나 중국 언론인에게 '좀 다른 해결책을 찾아 보면 안 되느냐'고 말해 주면, "티베트는 중국의 일부이며, 달라이 라마는 종교인의 탈을 쓴…"이라는 신화통신 문장 그대로의 말이 금방 뒤따라 나온다. 후진타오 국가주석을 비롯한 중국 정치 지도자들에게 밀의 자유론을 읽어 보라고 권하는 건 현재로선 아무래도 무리인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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