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찾은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인계동 경기벤처빌딩 수원센터는 사무실 곳곳이 비어 있었다. 이 빌딩은 7년 이하의 IT(정보통신) 전문 기업들에게 시세의 60~70% 임대료로 사무실을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이 빌딩 4층부터 10층까지 마련된 벤처기업용 사무실은 층마다 30% 이상이 비어있었다.

수원센터는 지난 1월부터 4개월째 입주할 25개 업체를 모집 중이지만, 입주 자격을 갖춘 업체는 17곳뿐이었다. 김경원(38) 경기중소기업 종합지원센터 과장은 "3~4년 전만 해도 2대1 이상의 경쟁률을 자랑하던 곳인데, IT 기업들의 열기가 많이 식었다"고 말했다.

IT강국의 성장동력 역할을 했던 벤처창업 열기가 급속히 식고 있다.

한국정보통신산업협의회에 따르면 2005년 3941개에 달했던 IT신설 법인은 2006년 3842개, 2007년 3380개로 2년째 줄어들고 있다. 단순히 신설법인 수뿐 아니라, 정부 인증을 받은 신기술 중소기업을 의미하는 IT벤처 기업의 숫자도 급감하고 있다. 2005년 7563개였던 IT 벤처기업은 지난해 5945개로 줄었다.

◆꺼져가는 IT창업 열기=IT창업을 지원하는 경희대 창업보육센터의 경우, 작년 이후 17개의 창업보육실 중 4개실이 비어 있다. 2001년 전자·IT에 특화된 보육센터로 출발할 때는 벤처기업들이 번호표를 받고 입주를 기다리던 곳이다. 양영림(33) 경희창업보육센터 매니저는 "입실 기준을 충족시키는 IT 창업 기업을 찾기 힘들다"라고 말했다.

창업투자도 부진하다. 한국벤처캐피털 협회에 따르면 IT 창업투자업체는 2002년 438개에서 지난해 246개로 줄어들었다. 주요 투자기업도 신규업체가 아니라 중견(5~7년차) 업체로 이동했다.

IT 창업 부진은 새로운 수익모델에 도전하는 '기업가 정신'이 사라지고 업계 전체가 보수화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김택진 엔씨소프트 사장은 "IT 창업으로 무작정 '대박'을 내겠다는 거품도 곤란하지만, 최근에는 그나마 도전을 꿈꾸는 이공계 인재조차 구경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기업가 정신 부활 시급=IT 종사자들도 위기를 실감하고 있다. 변대규 휴맥스 사장은 "뛰어난 인재들은 이제 IT 벤처 분야를 회피하고 있다"며 "이 상황을 방치하면 한국에서 더 이상 IT 혁신 기업이 나오기 힘들다"고 말했다.

의욕이 있는 창업자들은 한국 시장을 벗어나 해외를 노려보지만, 아직 뚜렷한 성공 사례는 없다. 해외 진출에 대한 지원도 미흡하다. 이상범(23) 서울대 창업동아리 회장은 "예전에는 세계적인 창업행사에 참여하는 비용을 산학재단에서 지원해주곤 했는데, 지금은 이런 지원 얻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IT 분야는 한국이 경쟁력이 앞선 분야일 뿐 아니라, 고용 창출과 수익성에서도 효율적이어서 포기하기엔 너무 아깝다. 김재윤 삼성경제연구소 기술산업실장은 "일자리 창출을 대기업에게만 맡기기엔 한계가 있다"며 "IT 창업은 새로운 일자리 창출원"이라고 말했다.

IT 창업 인력들은 좀더 체계적인 창업 지원책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최근 수년간 국내 창업자의 아이디어가 외국보다 앞서가는 경우가 많았지만, 사업 노하우와 경험 부족으로 주저앉은 사례가 적지 않다는 것. 싸이월드를 창업했던 형용준 이인프라네트웍스 대표는 "젊은 창업자들이 마음껏 일할 수 있도록, 마케팅·재무·시장조사 등 부문별 전문가 지원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