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수영만 요트경기장. 따뜻한 봄 햇살 아래 반짝이는 바다 위에 빨강·파랑·노랑이 어우러진 돛을 달고 요트 10여대가 바람을 타며 달리고 있었다. "Go(달려라)! Go(달려)!"를 외치는 소리, 왁자한 웃음과 함께 신나는 요트 릴레이가 한바탕 벌어졌다. 지난 5일부터 이곳 요트학교에서 딩기(dinghy)요트 강습을 받은 20여명이 이틀간 배운 실력을 뽐내고 있었다. 딩기요트는 요트 경기대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1~2인용 요트다. 수강생은 부산에서 영어 강사를 하거나 대구에서 교환교수로 일하는 외국인 10여명을 비롯해 춘천에서 온 군인, 울산대 교수, 회사원 등 다양했다.
캐나다인 줄리(Julie·여·27)는 "캐나다의 호수에서 한번 타본 적이 있어 배우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면서 "호수가 아닌 바다에서 배우는 요트는 정말 흥미로운데 앞으로도 계속 타고 싶다"고 말했다.
비슷한 시각 해운대구 송정해수욕장에서는 20여명이 서핑보드로 파도타기를 배우느라 여념이 없었고, 수영구 광안리해수욕장에서는 100여명이 바나나보트, 모터보트, 래프팅을 즐기며 환호성을 쏟아냈다. 부산시 체육진흥과 김정철씨는 "전 국민이 저렴한 가격으로 해양 스포츠를 배우고 즐길 수 있도록 올해부터 부산의 아름다운 바다, 강에 일제히 '해양 스포츠 아카데미'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부산이 올해부터 본격적인 해양 스포츠시대를 열고 있다. 올해부터 각종 해양 스포츠 강습 종류와 기간을 대폭 늘려 운영하고, 배울 수 있는 장소도 크게 늘려 전 국민에게 문을 열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해양 스포츠를 배울 수 있는 곳은 요트경기장과 광안리해수욕장 두 곳에 불과했다. 하지만 올해는 4월부터 송정·다대포·송도해수욕장을 포함해 낙동강, 수영강, 영도 한국해양대 등 10곳으로 크게 늘었다. 종목도 파도타기, 윈드서핑, 카이트서핑, 웨이크보드, 바다카약, 카누, 조정, 래프팅 등 11개로 늘리고 10월까지 배울 수 있도록 했다. 특히 바닷물 위에서 즐기는 패러글라이딩이라고 할 수 있는 카이트서핑과 물 위의 스노보드라는 웨이크보드의 경우 체계적인 교육은 부산이 처음이라고 관계자들은 전했다.
상설 요트학교가 마련된 수영만 요트경기장에서는 딩기요트 외에도 지난 1월부터 크루저 요트 타는 법을 연중 강의한다. 부산요트협회 정선화 사무차장은 "3월까지 전국에서 150여명의 수강생이 다녀 갔다"고 말했다.
송정해수욕장 해변 가운데에 위치한 파도타기·윈드서핑 학교 운영자 서미희씨는 "부산은 따뜻한 날씨, 천혜의 자연 환경과 시설, 접근성 때문에 봄과 가을에도 해양 스포츠를 배우기에 좋다"며 "전국에서 문의 전화가 하루 20통 넘게 올 정도로 관심이 높다"고 말했다. 서울에서 여행온 김에 배우겠다는 문의에서부터 대학생 동아리 단합대회, 중학생 특별활동 차원에서 단체로 문의하는 경우도 많다.
아카데미는 대부분 화~일요일 매일 운영된다. 형편에 따라 한나절 또는 하루, 이틀간 배울 수 있도록 코스도 다양하다. 비용은 교재비와 보험 가입비 등 실비만 부담하면 돼 1만~6만원으로 저렴한 편이다. 요트의 경우 토·일요일 아카데미에서 배우면 6만원이지만 일반 강습에선 20만원을 웃돈다는 게 관계자 설명이다.
아카데미를 통해 배운 해양 스포츠 실력을 뽐낼 수 있는 기회도 마련된다. 더위가 절정을 이루는 8월 부산바다축제 기간에 열리는 '부산 마린 스포츠' 행사가 올해부터 한층 풍성해 진다. 기존의 요트, 윈드서핑, 비치발리볼 등 5개 종목에 철인3종, 조정, 카누 등 3개 종목이 추가된다. 선수가 아닌 일반인을 위한 체험 종목 대회도 생겼다. 수상오토바이, 수상스키, 바나나보트, 바다카약, 모터보트 등이다.
부산시 홍기호 체육정책계장은 "해양도시 부산에서 사계절 해양 스포츠를 많이 보급해 10년, 20년 뒤 국내 해양 스포츠 인구가 크게 늘어나도록 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