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 콩고의 눈물

조선일보
  • 정은진 (포토저널리스트)
    입력 2008.04.04 15:39 | 수정 2008.04.11 10:26

    [정은진의 월드 리포트] 전쟁보다 잔인한 성폭행
    무장세력들, 적군 사기 떨어뜨리려 자행
    임신 못하게 성기 훼손, '인종 청소' 노려

    아프리카 콩고민주공화국 동북부 키부주(州) 고마시(市)에는 병원이 세 곳 있다. '힐 아프리카' '제솜' '케세로' 세 병원에서 수용할 수 있는 환자는 모두 230명인데 모두가 성폭행 피해자다. 피해자 중에는 7살 어린이부터 60세 넘은 할머니도 있다. 치료에는 상당한 시일이 소요되지만 환자 대부분은 1주일 남짓 치료를 받은 뒤 퇴원해야 한다. 계속해서 성폭행 피해자들이 몰려들기 때문이다.

    '모바'라는 마을에서 온 음구웨(29)는 힐 아프리카 병원에서 척추 마취주사를 맞으며 '피스툴라' 복원 수술을 받고 있었다. 피스툴라는 성폭행당한 뒤 나뭇가지, 꼬챙이, 총부리 등으로 성기에 상해를 입은 여성의 질과 요도(尿道) 사이에 생기는 제3의 누관(漏管)이다. '피스툴라'가 생기면 소변이 질로 흘러나오게 된다.

    음구웨는 2년 전 토마토를 사러 가다 AK-47 소총을 든 병사 6명에게 봉변을 당했다. 그로부터 2년 동안 피스툴라를 치료 받지 못해 기저귀를 차고 다니다 겨우 힐 아프리카 병원에서 치료를 받게 된 것이다. 이 지역 병원에서 피스툴라 완치율은 70%정도다.
    지난 2월26일‘케세로’병원에서 만난‘이마큘랏’(18). 임신 7개월째 성폭행을 당해 아이를 사산했다. /정은진 포토 저널리스트

    '제솜'병원에는 오른팔에 화상을 입은 여인이 침대에 누워있다. 병원 상담원은 "그가 마을 교회에 있다가 반군(叛軍)이 불을 질러 화상을 입었다"고 했다. 당시 불을 피해 밖으로 뛰쳐나온 수십 명이 총살됐다. 그 여인은 부모와 형제자매를 모두 잃고 목숨은 구했지만 성폭행을 피해갈 수는 없었다.

    아프리카 사하라사막 이남에 있는 콩고민주공화국의 옛 이름은 자이르. 지금 이곳에서는 수천 명의 여성들이 성폭행당하고 있다. 성폭행을 당한 뒤에는 생식기 훼손이라는 끔찍한 고통이 그들을 기다리고 있다.

    콩고민주공화국은 1992년부터 시작된 내전과 인근의 르완다사태로 16년째 혼란을 겪고 있다. 유엔난민국 통례로만 지금까지 130만 명의 난민이 발생했다. 그중에서도 키부주는 르완다에서 인종청소라는 범죄를 저지르고 도망온 르완다민주해방군(FDLR), 콩고에서 자생적으로 결성된 국민방어민족회의(CNDP) 등 무장 세력들 간의 크고 작은 충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들이 상대 진영의 여성을 성폭행하는 것을 '전쟁 무기'로 이용하는 것이다.
    지난 2월28일‘제솜’병원에 입원해 있던 7세 소녀. 성폭행 피해자인 소녀의 얼굴에는 항상 그늘이 드리워져 있었다. /정은진 포토저널리스트

    국제인권단체들은 이런 행위를 일반 성폭력이 아닌 SGVB(Sexual and gender based violence)라 부른다. 즉 ▲적군의 사기를 떨어뜨리고 ▲수치심을 안겨주며 ▲궁극적으로 여성 사망이나 불임을 유도해 인종을 청소하기 위한 목적이라는 것이다.

    내가 지난 2월 중순부터 3월 말까지 콩고민주공화국에 머무는 동안 만난 영국 출신 연구원은 "자체 조사 결과 2007년 1월부터 6월까지 키부주의 마시시, 룻슈루, 루베로, 고마에서 3911명의 여성들이 성폭행당했다"고 말했다. '인권을 위한 보건전문가협회(APESKI)' 보고서는 남(南)키부주의 우비라 마을에서 2003~2004년 사이 463건의 피해 사례가 보고됐으며 루지지 평야지역에서 784건, 우비라 고산지대에서 179건의 피해사례도 있었다고 지적하고 있다.

    고마 시내에 있는 유엔난민국 데이비드 은텐구웨 대변인은 "카탕가에 있는 한 여성이 성폭행 피해 사실을 경찰에 신고하자 그 경찰은 여인에게 뇌물을 줘야 범인을 체포하겠다고 했으며 '돈을 가져오지 않으면 너를 체포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기도 했다"고 말했다. 놀란 여성이 돈을 주자 경찰은 범인을 붙잡았다. 그러나 그 경찰은 범인으로부터 돈을 받고 그를 풀어줬다고 한다.

    그러나 놀랍게도 반군들이 행하는 성폭행의 표적에서 서방세계 여성들은 자유롭다. 콩고민주공화국 한 인사는 "외국인을 건드렸다가는 큰일이 난다는 것을 반군들도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콩고는  
    콩고민주공화국(옛 자이르)은 아프리카 중부 내륙의 국가로 수도는 킨샤사(Kinshasa). 강수량이 풍부하고 땅이 비옥해 '아프리카의 저수지' '아프리카의 양곡창고'로도 불렸다. 석유, 가스, 다이아몬드, 금 등 풍부한 지하자원을 보유하고 있으나 끝없는 외세의 개입과 군부독재로 내전이 끊이지 않았다. 1998~2003년 내전에서만 무려 400만 명이 죽었다. 인구 5700만 명으로, 1인당 GDP(국내총생산)는 120달러(2005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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