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안무가 트와일라 타프의 창조 경영 이야기

    입력 : 2008.03.28 16:04 | 수정 : 2008.03.28 16:19

    하버드비즈니스리뷰 인터뷰
    "창조하려면 늘 움직이고 변화하라"

    Getty Images 멀티비츠세계적인 안무가 트와일라 타프가 2003년 토니상을 받기 위해 미국 뉴 욕 행사장에 참석, 인형을 끌어 안고 환하게 웃고 있다.

    아이디어가 솟지 않아 고민하십니까? '왜 난 천재가 아닐까'라며 낙담하고 계십니까? 창조성이 강조되는 시대, 누구나 한 번쯤 이런 고민을 해 봤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천재라고 부르는 사람들은 노력 없이 타고난 재능만으로 그토록 뛰어난 창의력을 발휘한 것일까요? 그러나 세계적인 안무가 트와일라 타프(Twyla Tharp)는 이렇게 말합니다. "누구나 창조적이 될 수 있다. 가장 훌륭한 창조성은 습관과 성실함의 결과로 나오는 것이다. 천부적 재능이 없다는 것은 핑계일 뿐이다."



    '창조 경영'이 화두가 된 요즘 경영자들은 어떻게 하면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을까 끊임없이 고민한다. 그들은 힌트를 찾기 위해 예술과 인문학을 공부하기도 한다.

    모차르트, 베토벤, 레오나르도 다빈치…. 우리가 천재라고 부르는 예술가들의 창조성의 원천은 무엇일까?

    예술가적 소질, 혹은 창조성은 타고 나는 것이라는 생각은 요즘도 뿌리 깊다. 이런 생각은 혁신하고 변화하지 않는데 대한 핑계거리가 되기도 한다.

    그러나 아이러니컬하게도 창조성이 선천적인 것이라는 관념을 가장 거부하는 사람이야말로 창조적인 천재들 본인이다. 세계적인 안무가이자 현대무용가인 트와일라 타프(Twyla Tharp·67) 역시 '노력 없는 창조성'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 중 하나다. 그는 '창조적 습관(2003)'이란 저서에서 '창조성의 핵심 포인트는 바로 노력을 습관화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하버드비즈니스리뷰는 맨해튼에 있는 그의 집에서 창조성을 기르고, 변화를 이끌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 얘기를 나눴다.

    ―'창조적 습관'이라는 저서에서 창조성은 실용적이고, 기계적인 노력이라고 하셨는데요.

    '습관'이라고 하면 지루하게도 들리는 것 같아요. 책에서 제가 하고 싶었던 말은 창조성을 즐기자는 것이었죠. 모든 사람이 다 그렇게 할 수 있어요.

    저는 모든 사람이 창조적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다만 평소에 일상적으로 준비를 해야죠. 그것 말고는 방법이 없어요. 예술은 실용적이지 않고, 비즈니스는 창조적일 수 없다는 생각은 아주 잘못된 것이에요. 가장 좋은 예술가는 아주 실용적이어야 돼요. 제가 아는 가장 창조적인 미술가들은 가능한 모든 것을 재료로 사용하죠. 제가 일을 할 때도 그래요. 모든 게 다 소재예요. 하지만 평소에 준비가 돼 있지 않으면, 즉 '습관(habit)' 말이죠, 그 소재를 볼 수도 없고, 그 소재를 활용할 노하우도 생기지 않을 것입니다.

    물론 사람들은 태어날 때 특별한 재능을 타고 나는 것도 사실이에요. 하지만 저는 유전을 핑계로 대는 것을 싫어합니다.

    사람들은 '나는 천부적 재능이 없어 할 수 없다'고 합니다. 하지만 자기 자신을 넘어 보세요! 가장 훌륭한 창조성은 습관과 성실함의 결과로 나오는 거예요."

    ―창조적인 사람이 되고 싶으면 모방을 하라고 하셨는데요, 그렇게 되면 독창성이 결여될 우려가 있지 않을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제가 하고 싶은 말은 다른 사람들이 한 큰 일 때문에 너무 주눅들지 말라는 것입니다.

    브람스가 전형적인 예입니다. 브람스는 뛰어난 음악가였지만 베토벤을 너무나도 존경한 나머지 40대 중반이 되도록 교향곡 1번을 내놓지 못했죠. 얼마나 많은 시간 낭비였나요. 겁을 먹었기 때문이죠. 브람스는 '내 1번 교향곡은 베토벤 교향곡 9번보다 나을 리 없어'라고 생각한 겁니다.

    실제 그럴지도 모르죠. 그래도 일단 해보고 계속 밀고 나가는 게 어떨까요? 개인적으로 저는 독창성에 대해서는 전혀 걱정하지 않아요. 제가 한 것을 전에 다른 사람이 하지 않았을까요? 아마도 그렇겠죠. 하지만 나는 그것에 대해 걱정하지 않아요. 나는 그걸 이용할 것이고, 계속 밀고 나갈 거예요.

    물론 진정한 배움은 베끼는 게 아닙니다. 모방은 다른 사람의 '해법'을 받아들이는 것이지만, 배움은 다른 사람의 '문제'를 받아들이는 겁니다. 같은 문제를 놓고 일하는 것은 배움에 방해가 되지도 않고, 독창성 결핍을 가져오지도 않습니다."

    ―당신은 변화를 즐기는 것 같습니다. 이를테면 한 작품을 내놓으면 다음에는 전혀 성격이 다른 작품에 도전하셨죠.

    "제 독특한 전략의 하나인데, 늘 움직이고 틀에 박히지 않으려는 것이죠. 저는 성공한 것이든 아니든 예전에 했던 경험을 반복하는 데 관심이 없습니다.

    지금 저는 3개의 다른 작품을 동시에 하고 있습니다만, 이것도 저 자신을 위해 마련한 새로운 시도입니다. 변화는 제 작품을 움직입니다. 이는 습관만큼이나 창조적인 과정에서 중요합니다.

    저에게는 변화를 불러일으키는 많은 습관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제가 사전에서 단어를 찾을 때 저는 그 단어 바로 앞에 있는 단어와 다음에 있는 단어도 함께 읽습니다. 다음 번 좋은 아이디어가 어디서 올 것인지 결코 모르기 때문입니다. 근본적인 변화는 노력과 진정한 모험의 결과입니다. 저절로 일어나는 게 아닙니다."

    Getty Images 멀티비츠 트와일라 타프가 1991년 동료 남성 무용수와 함께 연습을 하는 모습. 그는 "작품을 하면서 늘 새로운 것을 시도한다"며 "변화는 나의 창조성을 이끌어내는 동력"이라고 말한다.

    ―최근 많은 경영 서적들은 높은 경지에 이르기 위해서는 실패가 필요하다고 외칩니다. 동의하십니까?

    "동의합니다. 모든 진정한 변화는 실패를 내포하고 있습니다. 이때 실패란 많은 사람들이 이해하는 그 실패가 아닙니다.

    당신이 그저 아는 것만 하고, 또 그것을 아주 잘 한다면 당신은 실패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당신은 정체되고 당신의 일은 점점 재미를 잃어가고, 결국 실패로 이어집니다.

    진정한 실패는 훈장과도 같은 것입니다. 뭔가 새롭고 다른 일을 시도했다는 점에서요.

    가장 바람직한 실패는 공개되지 않은 사적(私的·in private)인 실패입니다. 이를테면 제가 사무실에서 만들어보는 안무의 실패와 성공의 비율은 6대 1 정도가 될 겁니다. 즉 저는 최종적으로 쓸 작품보다 6배나 많은 작품을 만들어 봅니다. 제 자신의 성공을 위해서는 그 사용되지 않은 습작들이 필요한 것이죠.

    물론 때로는 공개적으로(in public) 실패하기도 하죠. 그럴 때면 고통스럽습니다. 하지만 이런 실패 역시 쓸모 없는 것은 아닙니다. 실패는 당신으로 하여금 자제하게 하고, 새로운 것을 만들어낼 수 있게 합니다."

    ―지난 몇 년 동안 적지 않은 무용수를 해고하셨습니다. 이런 문제를 어떻게 다루십니까?

    "그 문제는 제게 큰 고통을 안겨줍니다. 제 무용수들은 열정적이고 열심히 합니다만, 저는 이렇게 얘기합니다. '자, 보라고. 왜 네가 그만둬야 되는지.'

    제가 회사를 경영했었던 한때 무용수 4명을 뽑기 위해 900명을 인터뷰한 적이 있습니다. 저는 아주 완벽해지고 싶은 욕망이 있습니다. 저는 매우 까다롭고, 완벽해질 때까지 결코 타협하지 않습니다.

    만일 당신의 일이 어려움에 빠져있다고 합시다. 이때 당신은 기꺼이 모든 것을 뒤집으려고 해야 됩니다. 당신은 선택의 여지가 없습니다.

    사람은 죽기 마련입니다. 저의 도전은 당대의 무용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을 만들고 바꾸는 데 제가 얼마나 기여할 수 있는지를 보는 것이었습니다. 그게 제 소임이라면 저는 그것을 성취하기 위해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할 것입니다."

    ―멘토링에 대해 얘기를 해 보겠습니다. 당신은 뉴욕 시티 발레단 예술 감독이었던 고(故) 조지 밸런친(Balanchine)을 3번밖에 안 만났습니다. 그러면서도 당신은 20년 동안 그를 '보이지 않는 멘토'라고 하셨죠.

    "예. 저는 오래 전부터 그를 존경합니다. 그의 춤은 논리를 아주 잘 파악하고 있기 때문이죠. 하지만 그는 공개 강좌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강의를 통해 배울 수는 없었습니다.

    그래도 저는 그로부터 가능한 한 많은 것을 배우려고 했어요. 그는 제 마음 속에 있는 스튜디오 한 쪽에 늘 서 있습니다. 철저함에 대한 그의 고집은 제 기준이 됐어요. 멘토가 저를 선택하는 것보다 제 스스로 멘토를 고른 셈이죠. 어떤 사람이 제게 어떻게 멘토를 찾느냐고 물으면, 저는 그들에게 얘기하죠. '반즈앤노블(Barnes & Noble·미국의 대형 서점)'에 가서 책꽂이에서 책 한 권을 꺼내세요. 작가를 고르고, 사상가를 찾아보세요. 당신에게 무엇이든 가르쳐줄 수 있는 사람을 선택하세요. 복잡할 거 없잖아요. 당신은 누군가가 당신의 손을 잡아주기를 바라나요? 무엇인가를 배우고 싶은가요? 무언가를 배우고 싶다면, 그렇게 하세요. 됐죠?' 이렇게요."

    ―스티브 잡스가 당신을 찾아 온다면 어떤 충고를 하시겠습니까?

    "엎드려서 팔굽혀 펴기를 30번 하라고 하겠습니다. 모든 사업가들에게 제가 가장 먼저 하고 싶은 말이죠. 움직이세요. 몸을 움직이면 당신의 뇌도 더 잘 움직이게 됩니다. 움직임은 우리가 인식하지 못하는 방식으로 뇌를 자극합니다.

    저는 또 기업인들에게 여행을 덜 다니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저는 그들이 그렇게 여행을 많이 다니면서 어떻게 건강을 유지하기 바라는지 모르겠어요. 한때 영화 '아마데우스' 안무를 하던 해 전 세계를 5번 돌았죠. 그때 얻은 교훈이 바로 여행 다니지 말자는 것이었습니다. 일상을 유지하고, 잠을 자고, 운동할 시간을 갖는다는 게 거의 불가능하죠.

    스티브 잡스에게 말할 겁니다. '함께 춤춰요.' 이렇게요."

    * 이 기사는 하버드비즈니스리뷰 4월호 기사를 바탕으로 만들어졌습니다.

    트와일라 타프 (Twyla Tharp)
    1941년 미국 인디애나주에서 태어난 세계적인 안무가이자 현대 무용가다. 2003년 빌리 조엘의 음악에 맞춰 안무한 '무빙 아웃'으로 토니상을 받았고, 에미상과 맥아더 펠로우십도 수상했다. 1965년 무용계에 첫발을 내딛은 이후 조프리 발레단, 뉴욕시티 발레단, 파리 오페라 발레단, 런던 로열 발레단, 아메리칸 발레 시어터 등 세계 유수 발레단의 안무를 맡았다. 직접 무용단을 만들어 작품을 내놓기도 했다. 그가 지금까지 안무해 무대에 올린 횟수만 130번이 넘으며, 이는 모두 고전이 됐다. 바흐·모차르트·베토벤에서 프랭크 시나트라, 브루스 스프링스틴까지 시공(時空)을 넘나들며 다양한 음악을 작품에 녹여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영화 '헤어(Hair)', '아마데우스', '백야'의 안무도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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