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위클리비즈

"시장원리 도입… 학교 선택의 자유를 許하라"

입력 : 2008.03.28 14:28

공교육·사교육 문제 경제적으로 풀어봅시다
경제학자 2人의 분석
■ 公교육이 空교육 안 되려면
거주지 따라 학교 배정하는 공교육 부동산 시장만 더 들썩이게 만들어
주소 무관하게 진학할 수 있다면 학교끼리 경쟁 효과… 교육의 질 향상
2010년 실시될 서울 학교선택 新제도 더 단순화시키고 광역학군 등 보완해야

최근 중학교 1학년생을 대상으로 한 진단 평가가 10년 만에 실시돼 시험 성적이 공개되면서 지역별·학교 간 학력 격차가 핫 이슈로 떠올랐다. 특히 대도시와 서울 강남 등 사교육이 발달한 지역의 학생 성적이 월등히 높은 것으로 나타나, 이런 학력 격차를 가져온 것이 결국 사교육 때문이 아니냐는 논란이 들끓고 있다.

이와 함께 거주지에 따라 학교를 강제 배정하는 현재의 학교 배정시스템이 학력 격차를 벌린다는 목소리도 높다. 사교육이 실제 학력을 높이는 데 효과가 있는지, 학교 배정 시스템은 어떻게 바꾸는 게 바람직한 것인지 해당 분야를 전공하는 경제학자 2명의 의견을 소개한다.

편집자 주

 

미국 오리건 주 메드포드시에 위치한 노스메드포드 고등학교 학생들이 자신의 미래에 대해 토론하던 중 활짝 웃고 있다. /AP
■ 公교육이 空교육 안 되려면 


한국을 비롯한 대부분의 나라에서 학생의 학교 선택권(sch ool choice)은 제한된다. 거주지에 따라 학생을 공립학교에 배정하는 시스템이 대표적이다. 시장 원리와는 동떨어진 강제적 배정시스템이다.

하지만, 이 같은 배정 시스템은 아이러니컬하게도 실제로는 '위장된 시장(market in disguise)'에 아주 가깝다. 즉 부동산 시장이 학교의 '대리 시장(surrogate market)' 역할을 하게 된다.



■부동산 시장이 학교의 대리 시장 역할을 수행

학생의 주거 지역에 따라 학교가 배정되는 현 시스템에서 좋은 학교에 진학하려면 그 지역에 살거나 이사를 해야 한다. 결국 학부모 입장에서는 자녀를 더 좋은 학교에 진학시키기 위해 더 비싼 집값과 더 비싼 임대료를 지불해야 한다.

더 비싼 임대료가 사실은 좋은 교육을 받기 위해 내야 하는 추가적인 수업료인 셈이다. 이는 무상 공교육의 이상에 배치된다. 빈부 격차 문제도 더욱 심각해질 수 있다. 이 같은 문제의 근본 원인은 거주지에 따라 학교를 배분하는 방식에 있다. 물론 공교육은 누구에게나 무상으로 공평하게 주어져야 한다.

하지만, 공교육을 배분하는 방식(학교 배정)만큼은 거주지에 구애 받지 않고 시장 경제 원리를 반영해 학교 선택권을 넓히는 것이 오히려 무상 공교육의 이상을 실현하는 보다 효과적인 방법인 것이다. 이는 교육의 질을 개선시키는 효과도 낼 수 있다. 학교들이 학생을 유치하기 위해 경쟁을 벌여야 하기 때문이다. 학부모들에게 학교별 평가 정보를 제공해준다면 학교 간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수 있다. 이런 이유로 학교 선택권을 학군이란 지역적 범위를 초월해 확대시키는 시도들이 세계 곳곳에서 늘어나고 있다.



■학교 선택의 세 가지 방식

미국은 1987년부터 주(州)별로 다양한 형태의 학교 선택 시스템을 채택하고 있다. 한국이 검토 중인 학교 배정 시스템을 이해하기 위해 미국에서 논의되는 세 가지 대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①보스톤 방식

미국에서 가장 보편적인 학교 선택 메카니즘이다. 보스톤 공립학교는 물론 다른 미국 지역에서 적용돼 왔다. 2010년에 실시되는 서울의 학교 선택 제도도 이 방식의 변형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방식은 우선 학생이 진학하고 싶은 학교 순위를 매긴다. (예를 들어 1→2→3순위) 지원 학교가 정원을 초과하면 추첨을 실시하고, 탈락자는 다음 순위의 학교로 넘어가는 방식이다. 하지만 이 방식은 어떤 학생이 2순위 지망으로 밀린 경우, 2순위 학교 역시 이미 정원 초과로 추첨이 끝났다면 지원조차 못하는 문제가 있다.

②게일-샤플리 방식

경제학자인 데이비드 게일(David Gale)과 로이드 샤플리(Lloyd Shapley)가 제안한 방식이다. 학생들이 선호에 따라 학교 순위를 매기는 점은 보스톤 방식과 마찬가지다. 중요한 차이는 학교 역시 지망 학생들의 순위를 매기며(경우에 따라서는 추첨에 의해서), 이것 역시 당락을 좌우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 방식의 경우 1단계에 합격했다고 모두 입학하는 게 아니다. 1단계 탈락 학생들이 2순위 학교에 지원하면, 학교는 1순위 지망생 중 뽑은 학생들과 2순위 지망자를 놓고 다시 학교 기준에 따라 선발 과정을 진행한다. 1단계 합격생이라도 학교에서 매긴 순위가 2순위 지망자보다 낮으면 탈락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학교의 선발이 무작위 추첨에 의해 결정될 경우, 학부모의 선택의 부담은 줄어들지만 선호가 충분히 반영되지 않는다는 단점이 있다.

③거래 고리 방식(top trading cycle mechanism)

학교를 배정 받은 학생들끼리 '거래'를 허용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1학생이 A학교에 배정되고, 2학생이 B학교에 배정됐다고 치자. 그런데 1학생이 A학교보다 B학교를 더 선호하고, 2학생은 B학교보다 A학교를 더 좋아한다면, 두 학생이 서로 배정 학교를 교환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 방식에도 단점이 있다. 학생들이 선호하는 학교가 소수로 편중돼 있다면 거래가 일어날 수 없다는 것이다.



■서울, 2010년부터 학교 선택권 넓어져

한국에서도 학교 선택은 공교육의 현안이자 중요한 경제 문제이다. 서울의 경우 2010년부터 학교 배정 방식이 바뀌어 학교 선택의 폭이 넓어지게 된다. 서울시 교육청은 현재 거주지 학군별로 학교를 강제 배정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2010년부터는 모든 중3 학생들이 거주지에 관계없이 원하는 학교를 지원할 수 있게 할 방침이다.

이에 따르면 중 3학생들은 1단계에서 서울 지역 전체를 대상으로 희망 학교를 2곳(1지망·2지망) 지원하며, 정원이 초과되면 추첨을 한다. 1단계에서 탈락하면 2단계로 넘어가 거주지 학군에 속한 학교 2곳(1지망·2지망)을 다시 선택한다.

여기서도 정원이 넘치면 추첨으로 입학 여부를 가린다. 1·2 단계에서 모두 탈락한 학생들은 3단계로 넘어가, 거주지 학군과 인접 학군을 묶은 '통합학군' 내에서 추첨으로 강제 배정한다. 1·2단계에서 정원의 몇 %를 채울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문제점과 대안(代案)

서울시의 학교 선택권 확대 결정은 환영할 만한 일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몇 가지 의문이 든다.

첫째, 학생들에게 모두 네 차례(1·2단계 각각 1·2지망)의 선택 기회가 주어지지만, 1, 2 단계의 2지망 학교마저 인기 학교라면 1지망 학생들로 선발이 끝날 수 있기 때문에 2지망 학교 역시 배정될 가능성이 거의 없다. 때문에 3단계에서 강제 배정만 고집할 이유가 없다. 3단계에서도 통학 거리를 감안해 학교 선택권을 다시 주고, 여기서 탈락한 학생만을 추첨으로 배정해 주는 게 바람직하다.

둘째, 지원 방식이 3단계나 거쳐야 하므로 복잡한 데다, 학부모에게 어느 학교를 선택해야 하는지를 놓고 많은 고민을 안길 수 있다. 필자는 대신 1단계로 단순화할 것을 제안한다. 학생들이 8~10개 학교를 순위대로 지원하되, 거주지 학군이나 인접 학군 밖에서는 일정 수(예컨대 2개) 이상의 학교는 지원하지 못하게 제한하는 것이다.

그리고 각 학교 정원의 일정 비율(예컨대 20~30%)을 '광역 학군' 석(席)으로 지정한다. 광역학군 석의 경우 학군과 관계없이 학생들이 지원한 순위만으로 추첨으로 정한다. 그 수가 모두 채워지면, 나머지 정원은 거주지 학군이나 인접 학군의 학생들로 그들의 순위에 따라 배정하는 방법이다. 이때 학생이 학교 순위를 매길 뿐만 아니라(보스턴 방식), 학교 역시 학생의 순위를 매겨 선발에 활용하는 방식(게일-샤플리 방식)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절충안으로 광역 학군석만 보스톤 방식으로 배정하고, 나머지 정원은 게일-샤플리 방식을 적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학교 선택권의 확대는 환영할 만한 일이다. 무엇보다 최선의 학교 선택 시스템은 학부모와 학교 행정가, 학자들 간에 충분한 논의를 통해 결정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