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미국 캘리포니아주 빌라파크 고교 수영장에서 열린 고교 수영대회 자유형 500야드(약 457m) 경기. 시작을 알리는 "삐" 소리가 울리자 6명의 선수는 일제히 스타팅 블록을 박차고 물속으로 뛰어들었다.

그러나 주내(州內) 다이아몬드 바 고교 2학년인 앤드루 럭(Luk·16)은 물속에서 출발했다. 그는 5세 때 시력을 잃은 시각장애인이다. 베트남계 아버지와 인도네시아계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럭의 오른쪽 눈은 완전히 실명(失明)했고, 왼쪽 눈은 명암(明暗)만 구분할 수 있다. 시신경에 자리 잡은 1.1㎝ 크기의 종양은 럭의 청력까지도 손상시켰다고 로스앤젤레스 타임스(LAT)는 18일 보도했다.

럭이 헤엄치는 레인의 양끝에는 팀 동료가 테니스 공이 달린 1.9m 길이의 장대를 들고 서 있었다. 럭이 턴(turn)을 할 때 벽에 머리를 부딪히지 않도록 미리 장대로 그의 머리를 건드려 주기 위해서였다.

럭이 18랩(lap)을 마치고 2랩을 남겨놓았을 때, 물속에는 그 혼자뿐이었다. 이때 '마법' 같은 일이 일어났다. 다른 선수들까지 수십 명이 일제히 골인 지점에 몰려들었다. 모두가 한마음으로 "힘내라! 럭!"(go Luk! go!)이라며 목청껏 소리를 질렀다. 남들보다 두 바퀴 뒤처져 꼴찌로 경기를 마친 럭에게 다른 선수들이 몰려와 박수를 보냈다. 럭은 "다른 선수들이 '너의 레이스를 보면서 큰 감명을 받았다'고 말할 때 가장 감동적이었다"고 말했다.

취미로 수영을 즐기던 럭은 작년 말부터 학교 대표선수가 되기 위해 전문적인 레슨을 받았고, 지난 2월 학교 수영팀에 가입했다. 그러나 몸이 정상인 다른 학생들과의 경기에서 꼴찌는 늘 그의 몫이다. 하지만 그에게 전문적으로 수영을 가르쳐 줬던 코치 조디 렙(Lepp)은 "몸이 온전한 사람들이 팔다리가 아프다고 불평할 때, 럭은 '다음엔 뭘 하죠?'라고 묻곤 했다"고 말했다.

럭은 지난주부터 혼자 스타팅 블록에서 점프해 입수(入水)하는 법을 배우기 시작했다. 그는 "경기에서 이기고 싶은 생각이 간절하지만, 더 절실히 원하는 건 팀의 일원으로서 누군가와 함께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