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티베트 문제를 보는 시각

조선일보
  • 김호동 서울대 동양사학과 교수·현 스웨덴 고등연구소 연구원
    입력 2008.03.19 22:29 | 수정 2008.03.19 23:06

    대대적 漢族化로 종족 절멸위기
    유아독존식 중화체제가 문제

    김호동 서울대 동양사학과 교수
    티베트 사태의 전개과정을 보면서 걱정스러운 마음을 금할 길이 없다. 중국 당국은 단호하게 진압에 들어갔고, 이를 비판하는 일부 해외여론은 급기야 베이징올림픽 보이콧을 거론하고 있다. 2008년 올림픽이 중국에 어떤 의미를 갖는지는 잘 알려져 있기 때문에 그것을 지렛대로 삼아 중국을 압박하고 싶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그런 압력이 성공할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이며, 티베트인들의 피해를 더 키우는 불행한 결과를 가져올지도 모른다.

    이번 티베트 사태에 대한 올바른 대책을 찾기 위해서는 먼저 사태의 본질을 정확히 파악할 필요가 있다. 이번 사건의 근본 원인은 티베트인들이 겪고 있는 인권상의 차별도, 경제적 빈곤도 아니다. 분리주의자들의 독립운동은 더더욱 아니다. 문제의 본질은 바로 '민족문제'에 있다. 최근 중국 정부가 취하고 있는 민족정책과 그것에 대한 티베트인들의 깊은 좌절과 분노가 그 저변에 깔려 있는 것이다.

    무엇보다 이번 시위가 3월 10일에 처음 터졌다는 사실이 그것을 잘 말해주고 있다. 49년 전 이날, 티베트 수도 라싸에는 3만명이 넘는 군중이 모여 티베트의 중국편입에 항거하는 시위를 벌였다. 시위를 진압하기 위해 인민해방군의 탱크가 진입했고, 달라이 라마는 마침내 3월 17일 인도로 망명하고 말았다. 이틀 뒤 티베트의 장엄한 역사가 숨쉬는 포탈라 궁전에 포격이 가해졌고 이어서 무수한 주검을 뒤로 한 채 티베트는 중국 영토의 일부로 확정되었던 것이다.

    티베트는 이렇게 해서 중국의 영토가 되었다. 오늘날 티베트가 중국의 일부라는 사실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고 티베트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도 이런 현실에 대한 분명한 인식에서 출발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렇기에 지금 이 시점에서 티베트의 '완전독립'을 주장하는 것은 실현 가능성이 없어 보이며, 달라이 라마도 독립이 아니라 자치, 그러나 "의미있는 자치"를 달라고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티베트는 행정적으로 '자치구'로 설정되어 있지만, 한인(漢人)들이 모든 실권을 장악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최근 그 같은 타협책조차 설 자리를 잃을 정도로 중국 정부의 민족정책이 우려스러운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는 데에 있다. 이런 경향은 '동북공정'을 통해 우리도 피부로 느끼고 있지만, 이와 짝을 같이 하는 '서부대개발'이라는 프로젝트에서 잘 나타나고 있다. 이것은 경제적으로 낙후된 서부지방의 신장과 티베트를 '개발'하는 것을 목표로 내세우고 있지만 그 과정에서 한족의 대대적인 이주가 착착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티베트 사태를 촉발한 가장 직접적인 원인도 바로 재작년에 '대개발'의 일환으로 중국 본토의 칭하이(靑海)성과 티베트의 라싸를 연결하는 '칭짱철도'가 개통된 데 있다. 그동안 고산(高山)지대라는 자연적 특징으로 인해 접근이 쉽지 않아 중국에서도 마지막 프런티어로 남아있던 이 지역으로 한인들의 본격적인 이주가 시작된 것이다. 모두 합해봐야 300만명도 안 되는 티베트인들이 10억이 넘는 한인들의 물결에 쓸려나가는 것은 시간 문제다. 한인 상점들이 이번에 집중적으로 약탈된 것도 이런 사정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제 티베트인들에게 독립이니 자치니 하는 것은 호사스러운 말일 뿐, 종족보존 자체를 걱정하지 않으면 안 될 처지다. 100년 뒤 그들이 아메리칸 인디언과 같은 처지가 되지 않으리라고 누가 보장하겠는가.

    이번 티베트 사태는 우리에게도 남의 일로만 보이지 않는다. 왜냐하면 정치·군사·경제적인 초강국으로 떠오르는 중국이 어떤 원칙과 가치를 추구하느냐 하는 것은 한반도의 운명과도 직결된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중국이 안으로는 소수민족을 억압하고 밖으로는 국제 여론을 무시하는 유아독존(唯我獨尊)의 '중화체제'로 회귀하지 않기를 바라면서 이번 티베트 사태에 대한 중국 정부의 대응을 주시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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