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떡값명단` 돌발영상에 청와대 대변인실 발칵

  • 이데일리
    입력 2008.03.07 18:12 | 수정 2008.03.07 23:30

    사제단 기자회견 하기 전 반박 성명

    청와대 대변인실이 7일 오후 방영된 'YTN 돌발영상'으로 발칵 뒤집혔다.

    문제의 동영상은 '마이너리티 리포트'라는 제목의 영상으로, 지난 5일 사제단의 삼성 떡값 로비 대상자 발표를 전후한 청와대의 해명과 반박 성명을 담은 장면이다.

    당시 사제단의 발표에 대해 청와대 이동관 대변인은 "조사결과 거론된 분들이 떡값을 받았다는 증거는 근거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문제는 이 대변인이 이런 발언을 한 시각이 사제단이 '떡값 로비 명단'을 공개하기 1시간 전이었다는 점.

    당시 이 대변인은 방송 기자들의 편의를 위해 사제단이 떡값 명단을 발표한 후에 해당 반박성명을 사용하는 것으로 엠바고(보도유예)를 요청한 후 기자들의 동의를 얻고 이같은 공식 입장을 밝혔었다.

    그러나 사제단이 어떤 인사의 명단을 밝힐 지 아직 알려지지 않은 상황에서 '근거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미리 단정짓는 발언을 한 것이 문제가 됐다. 당시 이 대변인의 해명을 들은 기자들도 약간 술렁거렸다.

    대변인의 의도와는 달리 청와대의 사후 조사가 부실하다거나 '누가 나오든 무조건 부인하는' 방침이 이미 정해진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기 충분한 상황이었기 때문.

    기자들도 이같은 입장이 나오자 '어떻게 명단을 알고 조사를 했느냐'거나 '어떤 방식으로 조사했느냐'고 질문했지만 이 대변인은 "(사제단이)어느 선까지 발표할지 대충 알고는 있지만 지금 언급하는 건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이 대변인은 어떻게 알았는지까지 이야기하는 것은 자칫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며 구체적인 답을 피했지만, 어떻게 알았는지를 밝히지 않은 채 '근거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고만 언급한 것이 더 큰 오해를 불러일으킨 셈이다.

    YTN은 이 과정을 돌발영상에 담으면서 미래에 발생할 일을 미리 예측해서 먼저 행동한다는 내용을 담은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의 장면을 함께 넣어, 청와대가 미래의 일에 대해 미리 결과를 예측하고 성명을 발표했다고 꼬집었다.

    청와대는 사제단 발표 이틀 뒤인 7일 오후 이같은 전후 정황을 담은 영상이 방송전파를 타고 흘러나가자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언론 취재 편의을 위해 형식적으로 필요한 성명을 미리 양해를 구하고 전달했을 뿐인데 일이 커졌다며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청와대가 미리 사제단의 명단을 입수해서 조사를 했는지, 아니면 예상되는 인사들에 대해서 포괄적으로 조사를 했는지, 그도 아니면 별 조사 없이 일단 부인한 것인지는 뚜렷하지 않다.

    다만 청와대 관계자가 "근거도 없이 어떻게 계좌추적을 하느냐"거나 "거론된 분들의 면면이나 경력을 볼 때 하지 말아야 할 일을 구별할 수 있는 분들이라는 판단도 작용을 했다"고 언급한 대목을 미뤄볼 때 의혹이 사실일 가능성을 전제로 강도높은 조사를 벌인 것 같지는 않아보인다. 이 대변인이 "어느 선까지 발표할 지 대충 알고는 있다"고 언급했던 것을 보면 사제단의 발표 범위가 사전에 누출됐을 가능성도 배제하기는 어렵다.

    사제단도 지난 5일 떡값 명단을 발표하기에 앞서 청와대가 한시간전에 미리 '근거가 없다'는 성명을 낸 것에 대해 '우리가 발표할 명단을 밝히지도 않았는데 어떻게 알아맞췄는지 모르겠다"며 "도둑이 제 발 저린다는 표현을 이럴 때 쓰는 것인지도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한 청와대 취재기자는 "청와대가 1시간 전에 미리 반박성명을 내고 엠바고를 요청했다는 것이 약 50분만에 사제단 신부들에게 전달된 것도 석연치 않다"며 "새 정부의 방침 가운데 하나인 '프레스 프렌들리(언론 친화)'가 말처럼 쉽지만은 않다는 걸 보여준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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