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전의 땅' 우간다로 간 '특별한 운동화'

입력 2008.03.03 01:07 | 수정 2008.03.03 06:50

한국 청소년 등 2만명, 그림 그려넣어
전쟁 고아 등에 4000여 켤레 전달

우간다의 전쟁 고아 소녀 아코티고 플로렌스(Florence·17)는 커다란 두 눈으로 두리번두리번 주위를 살폈다. 낯선 외국인들을 경계하는 빛이 역력하다. 하지만 한국에서 보내온 운동화 선물을 받아 든 순간, 소녀의 얼굴에 미소가 피어났다. 운동화에 달린 메모지에는 한국 어린이가 쓴 '항상 희망을 잃지 말아요'라는 한글이 적혀 있었다. 메시지 내용을 알려주자, 우간다 소녀는 "정말 고마워요. 최선을 다할게요"라며 다시 웃었다.

지난달 20일 우간다 수도 캄팔라의 킨탄테 초등학교에서 열린 '한국―우간다 희망의 운동화 전달식'. 북부 우간다의 고아 청소년 25명과 킨탄테 초등학교 학생들은 이날 비행기로 20여 시간 걸리는 먼 나라 한국에서 온 '특별한 운동화' 100여 켤레를 선물 받았다. 우간다 내전으로 인한 아픔을 나누고, 아직 많은 청소년들이 맨발로 생활하는 우간다에 도움을 주려는 한국 청소년들의 '선물'이다.
서울시 위탁으로 미지센터를 운영하고 있는 유네스코 한국위원회의 이삼열 사무총장(맨 왼쪽)과 한국 방문단 일행이 지난달 20일 우간다 캄팔라에 있는 킨탄테 초등학교 야외 강당에서 현지 학생들에게 한국 어린이들의 메시지가 담긴 운동화를 나눠주고 있다./캄팔라(우간다)=이석호 기자 yoytu@chosun.com
이 한국 운동화들은 지난해 10월 서울청소년문화교류센터(미지센터·소장 허권)와 유네스코 우간다위원회가 주관하고 하이원 리조트가 후원해 열린 '2007 희망의 운동화 나눔 축제'에서, 한국의 청소년 등 2만여 명이 참여해 직접 색을 칠하고 그림을 그려 넣은 4000여 켤레 중 일부다. 검은 얼룩말 무늬, '아이 러브 아프리카(I love Africa)' 글씨, 별과 무지개 등 운동화에 그려진 색깔과 무늬도 다양하다. '정말 힘들더라도 웃는다면 행복해질 거에요'(권새봄), '널 위해 이 운동화를 그리게 돼서 너무 기뻐. 마음에 들었으면 좋겠어'(김율리). 운동화마다 우간다 친구들에게 보내는 한국 아이들의 따뜻한 '희망의 메시지'가 담겼다.

우간다 북부는 20여 년간 정부와 반군간의 내전으로 수만 명이 사망하고, 소년·소녀 2만 여명이 납치돼 소년병과 성노예로 학대당한 지역. 휴전협상이 진행 중이지만 이 지역 주민들은 여전히 가난과 공포로 고통받고 있다. 소녀 아코티고는 반군에게 아빠 엄마를 모두 잃고 시민 단체에 의해 캄팔라로 옮겨왔지만, 돈이 없어 학교도 못 다니고 점원 일을 하며 산다.

이날 전달식에서 운동화를 한 켤레씩 받아 든 다른 우간다 청소년들 사정도 비슷하다. 인솔 교사 플로렌스 오쿤(Okun·여·39)은 "어린 시절 겪은 끔찍한 경험 때문에 아이들은 경계심이 강하고 감정 표현이 서툴다"고 말했다. 유네스코 우간다위원회는 나머지 운동화들도 차례차례 전달할 예정이다. 허권 미지센터 소장은 "고통 속에 사는 아이들에게 이 작은 선물이 조금이라도 용기를 심어줄 수 있기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2월20일 아프리카 우간다 수도 캄팔라에서 열린 '희망의 운동화 전달식' 모습. /이석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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