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기자 칼럼] '3월의 병원'

입력 2008.02.29 22:49

김철중 의학전문기자·의사
매년 3월은 종합병원에서 의사들이 많이 바뀌는 달이다. 사정은 이렇다. 의과대학 졸업생들은 1월 의사시험을 치른다. 그런 후 인턴에 합격하면 2월 말 병원에 투입된다. 이들은 그동안 시험 공부를 하느라 약 6개월간 병원 실습에 손을 놨었다. 그러나 어쨌든 '초짜 의사'가 돼 '3월의 병원'에 좍 깔리는 것이다.

인턴들이 하는 일은 주로 환자에 대한 기본적인 처치다. 예를 들어 호흡 곤란이 있는 환자를 대상으로 동맥에 산소가 얼마나 있는지 알아보는 동맥혈 검사를 한다. 이때 2~3㎜ 손목 동맥을 한 번에 정확히 찔러야 검사가 잘 된다. 위 수술 환자에게 입을 통해 튜브를 넣어 위장의 가스를 빼주는 것도 인턴 일이다. 한 번에 부드럽게 튜브를 잘 넣어야 환자가 고통스럽지 않다. 항암제 치료를 받는 환자들에게는 정맥 주사를 놓는다. 이미 수십 군데 주사를 맞은 암 환자들이라 웬만한 경험이 없으면 정맥 주사가 들어갈 혈관을 찾기도 쉽지 않다.

인턴들이 이런 임상 기술을 잘 익혔으면 좋으련만 우리나라 의과대학 교육이 그렇지 못하다. 각종 임상 기술은 선배 의사가 직접 가르쳐 주면서 시켜 주면 직접 해 보는 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어깨 너머로 볼 뿐이다. 그런데 선배 의사들도 바쁘다 보니 한 사람 붙잡아 놓고 가르칠 시간도 없다.
임상 기술이 덜 닦인 채로 병원에 나온 '3월의 인턴'은 실수 연발이다. 한 번 찌르면 될 주사를 두세 번 찔러도 실패하는 경우가 잦다. 가능하면 '3월의 환자'가 되는 것을 피하는 게 좋지만, 불가피하다면 인턴들의 실습에 기꺼이 응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3월에는 내과·외과 등 각 진료 과에 레지던트들도 새로 들어온다. 이들은 1년 동안의 인턴을 마치고 주치의 업무를 시작한다. 인턴 1년을 마쳤다고는 하나 주치의 업무는 그것과 확연히 다르다. 인턴들은 처방의 권한이 없지만 주치의는 환자가 오면 즉시 처방을 하여 진료가 잘 돌아가도록 해야 한다.

물론 바로 전 주치의를 했던 선배 레지던트가 조언을 해 주지만 그들은 주치의에서 해방됐다는 생각에 예전과 같은 성의를 발휘하지 못한다. 선배 의사들마저 퇴근한 야간에 '초짜 주치의'가 받는 압박감은 더욱 심하다. 모든 것에 서툴고 겁이 잔뜩 들어가 있는 의사들이라고 보면 된다.

이들은 환자와 보호자를 대하는 요령도 서툴기 마련이다. 경험이 쌓이면 환자의 성격이나 특성을 파악하여 병세를 쉽게 설명하는 노하우가 생기지만 이 시기에는 교과서적인 상담만 하게 되니 '3월의 병원'에는 오해도 많고 다툼도 많다.

이런 일이 일어나는 원인은 한국 병원의 교육과 진료 체계가 규범화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아직도 도제식으로 선배 의사가 맘에 드는 후배 의사에게 기술을 전수하는 경우가 많다. 어떤 의사는 이렇게 대응하고, 다른 의사는 저렇게 처리할 때도 적지 않다. 그렇다 보니 매년 똑같은 실수와 미숙함이 반복된다.

미국 병원은 임상 기술 매뉴얼을 만들어 실전에 바로 써먹을 수 있도록 의과대학생을 가르친다. 모든 진료가 매뉴얼화되어 누가 언제든 환자를 상대하더라도 그것에 기초해 움직이도록 하고 있다.

이제 우리나라 병원도 "처음에는 다 그래~"라는 옛날 방식을 접을 때가 됐다. 사람이 바뀌어도, 휴일이 되어도, 모든 진료가 1년 내내 똑같이 이뤄지도록 규범화되어야 한다. '3월 환자'의 인내심에만 기댈 수는 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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