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삼청각에서 곰탕 먹으며 한 특검의 '이명박 조사'

조선일보
입력 2008.02.19 22:56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가 지난 17일 서울 삼청각 한식당에서 정호영 특별검사팀의 조사를 받았다고 한다. 이 당선자는 변호인 2명을 대동하고 특검보 3명, 조사관 1명과 음식점 별채에 마주앉아 오후 7시부터 함께 곰탕을 시켜먹은 뒤 조사를 받았다는 것이다.

이름난 고급 요정(料亭)이었던 삼청각은 2000년 서울시가 인수한 뒤 민간기업이 공연장·연회장·음식점·와인바를 거느린 복합공간으로 운영하고 있다. 문턱이 낮아졌다고는 해도 한적하고 고급스런 이미지가 여전한 곳이다. 그런 장소에서 특검팀과 당선자 일행이 밥을 먹어가며 회동한 것이 일반 국민에게 적절한 '특검 조사' 모습으로 비쳤을 것 같지는 않다.

당선자와 특검팀은 음식점에서 2시간이 조금 넘게 머물렀다고 한다. 식사하는 데 30분은 걸렸을 것이다. 실제 조사는 기껏해야 1시간30분이었다고 봐야 한다. 음식점 종업원들은 "당선자가 조사받는 것인지 전혀 몰랐다. 그저 식사하러 온 줄 알았다"고 했다. 조사 분위기가 어땠는지 안 봤어도 알 만한 것이다. 인수위 대변인도 "정확하게 조사라고 말하긴 어렵다. 서면답변 내용을 확인하는 절차였다"고 말했다. 특검팀 조사가 조사했다는 증거만 남기기 위한 요식(要式) 절차였다고 볼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해 특검팀은 이날 오후 5시부터 서울시내 호텔에서 당선자를 조사하려고 했다가 계획이 언론에 알려지는 바람에 장소를 급히 바꿨다고 했다. 그러다 보니 식사 때가 돼 함께 밥을 먹었고 밥값은 따로따로 냈다는 것이다.

미국 부시 대통령은 2004년 정부가 CIA 비밀요원의 신분을 일부러 언론에 흘렸다는 '리크게이트' 의혹과 관련해 백악관 집무실을 방문한 특별검사에게 대면(對面)조사를 받았다. 당선자도 집무실에서 당당하게 조사를 받았다면 국민들도 나름대로 법과 원칙을 존중했다고 인정했을 것이다. 경호 측면에서도 그게 훨씬 나았을 것이다.

특검보들이 '만찬 조사'를 끝내고 특검 사무실에 들어서자 직원들이 "와" 하는 함성과 함께 박수를 쳤다고 한다. 권력의 눈치를 보지 말고 수사를 엄정히 하라고 임명한 사람들의 행동이 이러했으니 조사 결과를 기다려 본들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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