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날 아침부터 가족끼리 한 배로 조개잡이라니

조선일보
  • 안용현 기자
    입력 2008.02.18 02:15 | 수정 2008.02.21 11:06

    '北주민 22명 표류·북송' 의혹투성이
    민간에선 안쓰는 고무보트… 국정원 비공개, 앞뒤 안맞아
    길어야 8시간 조사, 망명 여부커녕 기본신문 하기도 부족

    '북한 주민 22명 북송사건'에 대해 각종 의혹이 꼬리를 물고 있다. "귀순 의사가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는 국가정보원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곳곳에서 납득할 수 없는 점이 드러나고 있다.

    1. "가족·어린이 함께 배 안 태워"

    2006년 귀순한 한 탈북자는 "북에선 탈북을 막기 위해 가족끼리 승선하는 것을 금지할 뿐만 아니라 여자를 배에 태우는 것도 꺼린다"고 했다. 북한 해상경비대 출신 탈북자인 이광일(40)씨는 "아이들이 섞여 있으면 망명자로 인식돼 뇌물을 주고도 배에 탈 수 없다"며 "통제가 덜한 명절에 '돈벌이'로 위장하고 탈북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이번 22명 중에는 15~17세 학생이 포함됐다고 국정원은 밝혔다. 국정원은 "조개는 여자가 많이 캐고, 15세 이상이면 일하는 데 문제가 없는 나이"라고 했다.

    2. "고무 보트는 민간에서 쓰지 않아"

    특히 이광일씨는 "황해도는 남쪽과 가까워 통제가 심하고 고무 보트는 민간에서 쓰지 않기 때문에 군대에서 망명용으로 구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고 했다. 황해도가 고향인 한 탈북자는 "동력선이 고무 보트를 끌고 조개잡이 나갔다는 소리는 처음 듣는다"고 말했다. 정부 당국자도 "국정원 조사로는 동력선이 침몰하는 다른 배를 구조하러 간 사이 고무 보트가 표류했다는데, 이 또한 앞뒤가 맞지 않는 이야기"라고 말했다.

    북한 주민 22명 북송 사건은 국정원 발표에도 불구, 의문이 꼬리를 물고 있다. 사진은 연평도(사진의 오른쪽 지역) 바다 너머로 보이는 북한의 섬들. /조선일보DB
    3. 22명 조사시간 턱없이 부족

    이들이 우리측에 발견된 시각은 8일 새벽이고, 판문점을 통해 돌아간 시각은 오후 6시30분쯤이다. 연평도~인천(3~4시간)·인천~판문점(1시간)까지 이동시간과 식사시간, 인수 절차에 소요되는 시간을 빼면 실제 조사시간은 아무리 길게 잡아야 8시간이다. 한 소식통은 "월남자 한 명을 조사하는 데도 하루가 꼬박 걸린다"며 "22명을 몇 시간 만에 조사했다는 설명은 믿기 어렵다"고 했다. 탈북자 단체인 북한민주화운동본부 김태진 대표는 "문제를 만들기 싫어 그냥 보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4. 일부 망명 의사 밝혔을 수도

    탈북자들이 가장 의심하는 대목이다. 남포 출신의 한 탈북자는 "10명 이상 귀순할 때는 망명 주동자와 상황을 모르는 사람이 섞여 있을 때가 많다"며 "이번엔 귀순자보다 북송을 요구하는 사람이 더 많자 그냥 보내버렸을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조사 방식에 따라 어느 한 명이 "북송해 달라"고 말하면 망명 의사가 있어도 후환이 두려워 말을 못한다고 탈북자들은 말했다. 정부 소식통은 "가족끼리 월남해도 조사 때는 분리 신문하는데 이번에도 조사 방법 등이 밝혀져야 한다"고 했다. 국정원은 "조사 방법은 기밀"이라고 말했다.

    5. 비공개가 일관된 입장? 여러 차례 발표

    국정원은 "본인이 귀환을 요구하면 언론에는 공개하지 않는 것이 정부의 일관된 입장"이라고 했다. 그러나 정부는 작년 6월 술에 취해 연평도 부근으로 넘어온 북한 주민 2명을 돌려보낸 사건과 2006년 3월 동해상에서 표류 중이던 북한 주민 5명을 송환한 사건 등을 신속하게 발표했다. 올해 1월에는 북한 선박으로 추정되는 빈 배가 독도 인근에서 발견된 것까지 공개했다. 한 정보 당국자는 "22명이라도 단순 표류였다면 발표를 했어야 했다"고 했다. 정부의 한 당국자도 "비공개가 원칙이었다는 얘기는 못 들어 봤다"고 했다.
    6. 국정원이 해명 자료 낸 것도 의문

    작년까지 북한 주민 표류사건이나 귀순사건은 대부분 합동참모본부에서 발표했다. 간첩 혐의가 있는 사건만 국정원이 맡았다. 이번에도 해군이 처음 발견했다. 이날 합참은 "2007년 6월 국방부와 국정원 등 관계 부처 협의를 통해 북한 주민에 대한 창구를 국정원으로 단일화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귀순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여러 기관을 통해 언론에 알려지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을 이유로 들었다. 하지만 정부 관계자는 "단순 사건조차 국정원이 조사하고 발표하지 않은 채 그냥 뭉개는 것은 정상이 아니다"고 말했다.

    7. 겨울바다 14시간 표류해도 멀쩡?

    국정원 등에 따르면, 22명은 7일 오후 2시30분부터 8일 오전 5시10분까지 14~ 15시간 동안 겨울바다에서 표류했다. 당일치기 조개잡이를 위해 출항했다면 방한도구를 갖추지 못했을 텐데 22명 중 건강에 이상이 있었다는 정부 발표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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